남해에서…..바다를 안고 잠이 들다.

66.jpg

남해라고 해서 나는 동해 서해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토의 남단
바다에 접해있는 면이 남해라고 폭 넓게 생각했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남해면이 경상남도 남쪽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또 남해라고 하면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라고 노래하는 가고파가 생각납니다.
바다가 보이면 강릉 바닷가에서도 가고파의 가사가 생각나고 가고파를 불렀었습니다.
동해바다는 아무리 잔잔한 날에도 파도가 늘 철석이고 있어서 바다가 청정해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은 있지만 포근한 맛은 없는데
남해 바다는 정말 잔잔하고 모든 것을 포용할 듯 너른 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점점이 섬들이 병풍처럼 둘러있어서 먼 바다의 풍랑이 닫지 않아서
고요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55.jpg

혼자서 한밤을 자고 오전 여섯시에 잠이 깼습니다.
바다는 아직 캄캄하고 하늘도 캄캄하여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아무것도 없어서 기다려야 합니다.
바다의 여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처음부터 보고 싶어서 커튼을 활짝 열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베개를 몇 개 쌓아서 몸을 기대고
이불에 반쯤 몸을 넣은 채로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 듯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5분 10분 시간이 지나자 바다는 서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뿌연 해무 속으로 여명이 시작하더니 시시각각 바다의 표정은 바뀝니다.
읽을 책을 세권이나 들고 왔는데 구경 다니느라 책은 꺼내지도 않고 있다가
책을 무릎위로 펼쳐들었습니다.
침상에 기대어 누운 채로 책 한 페이지 읽고 바다한번 쳐다보고
또 서너 장 읽고 바다한번 쳐다보곤 했습니다.

88.jpg

창문 안에서 창틀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는
같은 표정인 듯 하고 조용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해갑니다.
고요한듯하지만 굳은 표정이 아니고
조용한듯하지만 미세한 소리가 있습니다.
잠시 새 울음소리도 들리고 뱃고동 소리도 있고
통통배 지나가는 소리도 들립니다.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눈부시지 않아서 바라보기 좋았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또 책을 보다가 또 한 장 찍고
침대에서 뭉기다가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발치에 있던 바다는 발밑에 와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 가까이에서 잠을 자기는 처음입니다.
세계를 두루 여행하신 천하부부의 하늘이신 천선생님이
일생의 작품으로 지은 곳이 아라크럽입니다.
남편의 성은 천 아내의 성은 하 이러니 대단한 어울림이 있습니다.
같이 간 푸나무님 남편의 성은 "안" 이고 푸나무님 성은 특이하게도
"위"입니다.
그러면 안위부부…누구에게도 평안을 끼치는 부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근사한데 우리 남편의 성은 장이고 나는 최니까
장최부부 ….발음도 어울림도 찾을 수가 없어서 천하부부나 안위부부처럼 같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사진작가이기도하시고 서예가이시고 건축가이신 천선생님은
아라클럽에 또 다른 별채를 구상하고 계셨습니다,
저에게 모눈종이에 그린 도면을 보여주십니다.
바다로 접한 면은 모두 유리로 해서 채광이 좋게 하고
채광이 아니라 바다를 온통 거실로 들어오게 하고
화장실은 북쪽 뒷면으로 조그맣게 하고
칸막이를 최소화 하여 침실을 둔답니다.
채광이 좋은 곳에서 천선생님은 붓글씨를 쓰시겠다고 하고
소리울언니의 컴퓨터는 침상 옆에 두셔서 잠이 없는 소라울언니가
밤에 잠이 깨면 일어나 컴퓨터를 하게 하시겠답니다.
벽면에 책상을 두시겠다고 천선생님이 말씀하시자
소리울언니는 집안에 구조물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없는 게 좋다고 하시자
즉석에서 지우개로 그곳을 지우시더군요.
작은 모눈종이에 연필로 꿈을 설계하는 행복한 천선생님을
소리울 언니는 그윽한 눈매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99.jpg

늘 무언가 계획하고 다듬고 만들고 하는 천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열정을 밭침 하는 사람은 힘들어"라고 소리울 언니는 말씀하시지만
깊은 부부애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 놓고 꿈을 꾸는 남편과 조용히 뒤를 따라다니며 뒷정리와 뒷수습하시는 아내가
있는 아라크럽은 위치도 뛰어났지만 두 분이 사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치유, 좋은 힐링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100.jpg

마침 마음이 많이 아픈 여인이 죽음까지 생각하고 아라크럽에 왔습니다.
해산하지 못한 마음의 응어리를 태산처럼 안고 왔다가
소리울 언니에게 마음을 풀어놓고 언니는 그 남편을 불러 화해를 시켜서
보내는 장면도 목격하였습니다.

바다를 안고 잠을 자고 일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 만 으로도 의미 있는 일인데
더하여 따뜻한 천하부부가 있는 아라크럽은 색다른 명소입니다.

아라클럽 홈페이지 http://www.araclub.co.kr/

소리울님 블로그 http://blog.chosun.com/blog.screen?userId=cheonhabubu

전화 : 010-8908-8090

순이

9 Comments

  1. 士雄

    2013-03-19 at 03:17

    남쪽 남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2. 벤조

    2013-03-19 at 03:52

    아휴, 난 언제 가보지?
    순이님의 아라클럽 소개가 쵝오!
       

  3. 소리울

    2013-03-19 at 04:48

    부끄럽습니다.
    이런 찬사.
    아라클럽이 순이님의 글로 드디어 반깍거리네요
    고마워서 어쩌나
    고마우면 만원 내야 하나?ㅎㅎㅎ
    벤죠님은 내일 오세요   

  4. 벤자민

    2013-03-19 at 09:44

    아~~부부동반으로가셨군요
    저도 한국나가면은 한번가볼려고합니다만
    시진으로만봐도 경치가 참좋군요

    허나 301호실은 예약취소한다고전해주세요^^   

  5. 무무

    2013-03-19 at 21:18

    아라클럽, 너무 멋지지요?^^
    아주 가끔 아라클럽 불루하우스에 들러 향좋은 코나커피와 주인이신
    소리울님이 내어주시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간식거릴 잔뜩 먹고는
    바로 앞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면 마음도 평화로워딘답니다
    게다가 소리울님은 어찌나 남의 이야길 잘 들어주시는지 그분과 이야길
    나누면 저절로 근심이 풀리고 힐링이 되는 마법 같은 곳이랍니다 ^^   

  6. 좋은날

    2013-03-19 at 22:23

    아.. 나도 가고싶다.

    침대맡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저곳으로.

    발목이 묶인 이 봄이 서럽기만 하구나.

       

  7. Lisa♡

    2013-03-20 at 13:30

    천선생님이 보시면 좋아하겠다.

    직업을 세 가지나 올렸으니~~   

  8. 말그미

    2013-03-20 at 13:56

    ‘바다를 안고 잠들다’

    멋진 여행 부럽습니다.
    늘 바쁘신 분이?…
    많이 즐거우셨을 듯. 남녘으로 봄마중 잘 하셨습니다.
    시원합니다, 사진만 봐도…

       

  9. jh kim

    2013-03-21 at 05:52

    경남 남해군 이동면이 울
    마님고향이고
    남면이
    울 마님 외가동네랍니다
    목사님이셨던
    울장인 어른 산소도
    남면 율곡에 있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