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에서 경험한 러브호텔 숙박기

내가 오래전부터 농담으로 러브호텔 체험기를 쓰고 싶다고 했었는데
정말 러브호텔 체험기를 쓸 기회가 생겼습니다. ^^

주말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거제 통영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장사도와 외도를 돌아보는 1박 2일의 여행입니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언제라도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고향친구들이라 40년도 넘게 어울려 살아오고
서로 속을 알고 있고, 친구들이 다들 착해서 만나면 좋아합니다.
여러 명이 가기로 했는데 어떤 친구는 친정아버님 생신이라 못 가고
시모님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하는 등피치 못할 일들로 빠지고
7명이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장사도 외도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25000원인 것도 알았습니다.(대형버스기준)
전국에서 통행료가 가장 비싼 다리답게 길기도 하고 해저터널도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사도 외도 여행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는데 재미있는 러브호텔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요즘이 거제 통영은 관광 철이랍니다.
성수기 중에도 극 성수기라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성수기다 보니 숙박시설이 딸려서 그런지 우리가 숙박한 모텔이 아주 요상했습니다.
이름 하여 러브호텔입니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를 하는 분이 부산 분인데 베테랑으로 보였습니다.
손님을 다루는 태도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연신 방송으로 손님들을 웃기고 안내를 했습니다.
부산 사투리로 좋다는 말을 "직인다."라고 하는데
저녁 숙소도 "아주 직이 줍니다."라고 했습니다.

첫날 관광을 마치고 통영 시내에 있는 어떤 모텔 앞에 우리를 내리게 했습니다.
42명 정원의 대형버스에 38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인원이 한 모텔에 투숙합니다.
모텔이름도 근사하지만 외양도 멋집니다.
외벽을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을 본떠서 만들어 붙였습니다.
그런데 모텔에는 특이하게 로비가 없었습니다.
안내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입구는 좁고 컴컴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손님들이 가이드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들어설 장소가 없으니까 다시 다 밀려나와 길에 서있자니
방 키를 가이드가 가지고 나와서 팀 대표에게 건네줍니다. .
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안내 간판이 붙은 칸막이 저 너머로
통하는 조그만 구멍이 옛날 담배 팔던 곳처럼 뚫려있어 그리로 키만 들락날락합니다.

주인과 투숙객이 얼굴을 볼 필요가 없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알아서 자기 방을 찾아 들어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방 번호가 적힌 플라스틱을 보니 603호라고
적혀있는데 정작 키는 달려있지 않습니다.
키가 없는데 물을 어떻게 열지 이러며 방문을 당기니 그냥 열립니다.
신발을 벗고 방문을 당겼더니 방문도 그냥 열립니다.
원래는 방 번호가 적인 플라스틱 을 안내에서 받아서
방으로 올라와 일단 입구에 들어서서 만 원짜리 지폐를 자동 인식기에
넣으면 방문이 열리게 되어있는 무인 시스템입니다.
숙박은 5만원이고 대실은 3만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대실은 낮 동안에 이용하는 고객을 말하나 봅니다.
우리는 예약이 되어있어서 방문을 열어 두었나 보다 하고
방안에 들어갔더니 여기가 바로 러브호텔의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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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을 플라스틱으로 떠서 만든 야한 부분만 조명한 조악한
벽으로 되어있고 바로크 풍의 화장대가 놓여있습니다.
천장에는 나이트클럽에나 있을 법한 빙빙 돌아가는 등이 달려있고
(일명 싸이키 조명이라고 하던가요?)
침대는 특이하게 동그랗습니다.
다 그렇다고 쳐도 침대가 둥근 것은 신기했습니다.
일곱 명의 친구들이 방 두 칸을 배정받았는데 우리 친구들은 두 명씩 따로

자는 것 보다 뭉쳐서 수다 떨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방이 필요 없어서
방 두 칸만을쓰기로 하고그중 나는 세 명이서 함께 쓰는
방을 들어갔는데 친구들도 기형적인 침대가 웃기기도하고
신기하다며 이리저리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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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방 분위기가 이상하고 패키지 여행객을 어디 이런 모텔에
투숙시키느냐고 싫은 내색이 역력했지만 블로그를 가지고
글쓰기를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신기한 글감이 생겨서 좋습니다. ^^
어느 섬에 갔는데 배를 몇 분 타고 가고 어떤 길에서 무었을 봤다
이런 글을 쓰는 여행전문가나 사진작가가 많아서 별다르게 쓸 것이 없는데
러브호텔 견학 같은 것은 재미있잖아요? (나만 재미있나?^^)
흔치 않는 기회라 나는 등을 켜 보기도 하고 화장실도 열어보고
월플 욕조도 살펴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잠자리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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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두 명이 둥근 침대에 자고 나는 바닥에 자기로 했습니다.
침대가 둥글다 보니 사이즈가 작아서 키가 큰 나는 눕기도 어렵게 생겼습니다.
나보다 키가 작은 친구도 누워보더니 발목이 침대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하룻밤 자는 거니까 재미로 잔다고 생각하니 즐거웠습니다.
"우리가 언제 이런 침대에 자 보겠니? 좋다야~" 이러면서요.

나는 침대 옆 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웠는데 얇은 스펀지로 된 요 밑
바닥에 깔린 대리석에서 어찌나 냉기가 올라오는지
요를 반으로 접어서 좁다랗게 해서 몸을 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많이 걸어서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잠을 잘 못 자는 친구는 자꾸 뒤척이다 어쩌다 깜빡 잠이 들면
머리가 침대 밖으로 떨어져서 위험해 보였습니다.
또 조금 자는데 머리위로 뭐가 툭 떨어져서 보니
친구가 앞머리에 감고 자던 구르프입니다.
침구는 숙박업소 이불 같지 않게 오래되고 낡기도 했고 깨끗해 보이지도 않아서
찜찜하긴 했지만 하룻밤이야 뭐~~~ 이러며 자고 일어났습니다.

이러니 러브호텔에 사랑을 나누러 오는 아베크족에게는 좋은 장소 일지 모르지만
친구들이랑 함께 자는 패키지 여행객에게는 불편하기만 한 잠자리였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무무

    2013-05-27 at 08:58

    전에 문화재단체에 소속되어 전국 각지로 공연다닐때
    거의 그런적은 없지만 ㅁ때때로 이런 숙소를 만났습니다
    요상한 침대도 웃겼지만 러브호텔에만 있을법한 손님들을
    위한 써비스 몇 품목의 활용도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곤 했었죠 ㅋㅋ
    돈주고 보는 채널의 야한 영화도 한방에 죄다 몰려 보는데
    외부에서 초청한 젊은 악사들(물론 남자죠ㅋㅋ)은 부끄러워하고
    우린 연신 놀려대고…..ㅋㅋㅋ
    이젠 재미난 추억이 되었네요    

  2. 빛과 그림자

    2013-05-30 at 18:41

    2편의 러브호텔 체험기를 웃으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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