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에서 당한 어처구니없는 봉변

러브호텔이라고 해서 사랑이 절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냉기를 줄이느라 반으로 접어서 좁은 요를 깔고 불편하게
자고 났지만 그래도 친구들 얼굴을 보니 즐거워졌습니다.

얼른 씻고 준비해서 투어 일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부지런한 두 친구는 먼저 씻고 나는 3명 중 가장 늦게 샤워를 하는데
7시 40분까지 버스로 오라고 했는데 시간을 보니 7시가 되었습니다.
4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준비가 간단하기 때문에 넉넉한 시간입니다.

머리를 감으려고 머리에 물을 축여서 비누칠을 하고
(저는 세수 비누로 머리를 감습니다.)
물을 틀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데일 뻔 했습니다.
무심코 샤워기 작동을 잘못 했나 생각하고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중간에 놓으면 물줄기가 약하지만 뜨거운 물이 나오고
왼쪽으로 틀면 뜨거운 물이 쏟아집니다.
그러니 찬물이 나오지 않은 겁니다.
섭씨 80도는 훨씬 넘는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씻지를 못하고
비누 거품을 잔뜩 낸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목욕탕 문을 열고 방에 있는 친구를 불렀습니다.

부지런한 친구들은 나보다 먼저 씻고 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찬물이 안 나와서 머리도 못 감고 있다고 안내에 연락을 해서
빨리 고쳐 달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방에 놓인 전화기는 먹통이고 엘리베이터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연락을 했더니 우리 방 뿐 아니라
다른 방에서도 연락이 갔는지 지금 고치는 중이라고 합니다.

더운물이 안 나오고 냉수만 나오면 차가워도 무리를 해서 머리를
감을 수 있지만 찬물이 섞이지 않은 뜨거운 물만 가지고는
어찌 해 볼 수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머리에 잔뜩 이고 있던 비누거품이 스르르 가라앉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야 찬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탱크에 받아 놓았던 냉수가 다 소진되어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10층 되는 모텔에 숙박인원이 다 차고 보니 그런 사태가 생겼나 봅니다.
7시 전에 일어나 씻은 사람은 문제가 없었고 나처럼 게으르게 7시 넘어서
씻은 사람들이 당한 일이었습니다.
머리를 감고 대충 샤워를 하고 나오자 출발시간인 7시 40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친구가 가이드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하겠다고 먼저 내려가고
나는 머리도 못 말리고 대강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짐을 챙겨 차로 갔으나 이미 약속된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다른 투어 객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화도 났습니다.

1~2분 정도 출발해서 갔을까
앞에 어떤 아주머니가 방에 목걸이와 반지를 빼놓고 왔다고 하고
나는 말리지 못한 머리에서 물이 떨어지기에 손수건을 찾으려고 보니
가방만 들고 나오고 손에는 휴대폰 만 들려있고 휴대폰과 손수건 등을 넣어
메고 다니는 조그만 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히 나오느라 휴대폰만 들고 나온 것입니다.

기사 분은 군소리 않고 차를 돌려서 모텔 앞에 세워주어서 뛰어가
내 손가방을 찾아 들고 왔습니다.
그런 곤란을 격고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에 가서 앉았는데
그제야 부아도 나고 심사가 나빠집니다.
내가 뭐라고 하면 친구들까지 기분이 나빠지겠기에
그냥 참으려니 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밥을 못 먹고 일어서 나왔습니다.

고등학생 딸과 엄마아빠 세 식구가 함께 온 일행도 있었는데
그 고등학생도 머리를 감다가 나와 똑같은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학생도 엄마아빠와 함께 러브호텔에 투숙 했다가
견학(?)은 잘 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은 좀 난감했을 것 같고
나처럼 목욕탕에서 고문을 당한 것 같습니다.

나는 웬만한 일에는 불만이 없는 사람이고 따지는 걸 싫어해서
그냥 이렁저렁 하룻밤 자면 되는 일이라 버스로 치면 정원초과를 한 것처럼

모텔 수용인원을 넘어서 무리하게 투숙시킨 결과로 물탱크에 찬물이

바닥이 날 정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패키지 투어 손님을 러브호텔에 투숙 시키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여 지지만 따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욕탕에서 머리에 비누칠을 하고 30분씩 갇혀 있는 봉변을 당하고
가방을 두고 나와 정신없이 다시 갔다 오고 하는 일을 격고 나니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밥 잘 먹는 내가 밥을 거르고 화를 참고 있는 것을 안 친구들이 나를 위로합니다.

KTX와 여행사를 믿고 선택한 투어인데 너무 무성의 한 것에 다들 공분을 하고
저녁에 가이드가 단체로 몰아간 식당의 회도 따로 돈을 내고 먹는 식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엉망이었고 아침식사는 포함이 되어 있는데 먹을 게 없을 정도로 허술했다고
다들 불만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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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못을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약간의 소질이 필요한 듯
그 당시는 여행사에 불만 접수를 하려고 생각 했습니다.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모객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지 패키지 손님을
러브호텔에 투숙시키는 발상은 잘 못 된 것이라고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이런 숙소를 배정받으면 난감하지 않겠느냐고….

그런데 이틀이 지나고 이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다들 그렇게 저렇게 먹고 사는데

잠시 불편한 것으로 문제를 삼는 것이 의미 없어졌습니다.
어찌 되었든 재미있었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니까요.

순이

3 Comments

  1. pearlyoung

    2013-05-28 at 02:15

    맞습니다…" 다들 그렇게 저렇게 먹고 사는데…"
    피곤하게 살 필요 없지요,,
    그렇지 않아도 사는 건 끊임없이 항상 이리저리 조금은 피곤한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일에 불만접수 하고 항의하는 사람도 세상엔 필요하죠.
    항의 한다고 당장 그런 묵은 관행들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

    헌데 나이들수록 내자신이 나서서 그런 ‘정의의 사도’가 되긴 싫어지더군요.
    그런 절차들이 피곤하고 번거롭고..
    같이한 사람들 기분까지 망칠 것 같기도 하구 여행의 즐거움에 해를 입을 것 같구 말이죠
    점점 저도 걍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게 되요… 게을러 지는 증거겠지요? ^^

    친구분들도 순이님도 다들 멋쟁이십니다 ^^    

  2. 낙화유수

    2013-05-28 at 23:06

    지남의 어느 여행보담 길이길이 기억에 오래 남으실 여행이 되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인생살이 별것 있겠습니까, 내가조금 손해본다고 생각하면 마음하나는 편함이지요

    인생을 멀리보려면 여행을 많이 하라는 말이 실로 실없는 말이 아닌것 같습니다,여러 사람들과 같은 호흡을 하면서 동질감을 가질때 새로움의 인생살이가 보여짐이겠죠,

    앞으로도 많은 여행으로 남음의 인생의 참맛을 만끽 하시고 의미와 보람의 충실함의
    "삶,이 영유하옵길 바라옵니다,

    좋은글 잘 가슴에 담고 갑니다,   

  3. 인회

    2013-05-29 at 23:43

    ㅋㅋㅋ 저도 그런경험했어요.
    먼거리 가족여행이었는데..자동차로 가기는 너무 힘들것같아 ktx,와 버스환승이 섞여있는 여행에서…

    재밌게 읽고갑니다. 그당시는 화가 났을테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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