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으면 문제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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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울산바위

친구와 속초 콘도에 일박 이일로 다녀오기로 하고
콘도까지 가는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대명 델피노 콘도는 울산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하루 쉬었다 오기 좋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숙소는 친구 경이가 예약하고 나는 셔틀버스를 예약했습니다.
잠실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셔틀이 있고
잠실에서 출발해서 2시간 30분이면 콘도에 도착이 된다고 했습니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니까 차를 가지고 가도 되지만
차를 가지고 간 친구가 아무래도 운전을 많이 하게 되어있어서 힘들고
운전을 못하고 얻어 타고 다니는 나도 신경이 쓰이고 부담이 되어
강릉에 사는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와서 합류를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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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을 내가 예약을 했으니 같이 가는 친구 두 명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출발 전날에 잠실 종합운동장 6번 출구로 9시까지 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똑같이 메시지를 받은 친구 두명 중 한 친구는 종합운동장역으로 도착을 했는데
한 친구는 잠실역에서 내려서 셔틀버스를 타지 못했습니다.
셔틀에는 우리 일행 뿐 아니라 콘도로 가는 다른 승객들이 타고 있으니
정확하게 9시에 출발을 해야 했지만 친구가 잠실역에서 해매는 동안
10여 분 간 기다려 주었지만 더 이상은 기사분이 곤란해 하기에
그냥 출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잠실종합운동장이라고 확실하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고
한 친구는 도착을 했기 때문에 내 잘못은 생각하지 못하고
잠실역에서 해매는 친구가 야속했습니다.

그래도 친구가 화를 내고 돌아가지 않고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속초행 버스를 타고 오고
강릉에서 오는 친구가 속초터미널에서 픽업을 해서 무사히 합류를 했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오는데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침부터 치뛰고 내리 뛰고 "하느라고 기운을 뺐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방긋거리며 함께 했습니다.
내가 정확하게 잠실 종합운동장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우기거나
종합운동장역 앞에 왜 잠실 자를 붙이느냐 이러면 다툼이 일어날 터인데
잘 잘못을 선명하게 따지지 않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숙소에서 친구 경이가 휴대폰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충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가방을 뒤지더니 가만히 있습니다.
손으로는 충전기를 찾으면서 친구들과 무슨 이야긴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벌린 채 멍하니 있던 친구가
"내가 가방에서 뭘 찾고 있었는데….."혼잣말을 합니다.
"충전기"
"맞아! 내가 요즘 왜 이러지? 자주 이래서 나에게 화가 나네"
" 너만 그러는 게 아니야 난 더해"
"난 출근을 하면서 뭘 가지고 가야하는데 잊어버릴까봐 방문 앞에 준비해 놓고는
아침이면 ‘이걸 왜 여기가 두었지’ 그러고 발로 밀어 놓고 나와서는
병원에 도착해서 쓸려면 생각이 난다니까."
"야 나는 은행에 예금통장 정리를 해야 해서 인감을 꼭 가지고 가야지 해놓고는
번호표까지 뽑아놓고 내 차례가 되어 인감 안가지고 간 것을 알아서 다시 집에 갔다가
화장실을 들리는 바람에 또 잊어버리고 은행에 도착해서 인감 안가지고 간 것을 알게
된 거야 얼마나 비참한지 너무 화가 나더라고."

아침에 비싼 조식을 사 먹을 게 아니라 누룽지랑 과일로 간단하게 먹자고 의논이 되어
콘도에 준비된 냄비를 찾아 준비해간 누룽지를 넣고 생수를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된다며
친구가 "가스에 주전자 얹어 놓았어, 끓나 봐라" 하고 화장실을 가면서 다시
"주전자" 좀 보라고 합니다.
주전자는 커피포트를 말하는 것이라 커피포트엔 물이 끓고 있는데 뭘 보라는 거지 하면서
"물 끓었어!" 라고 대답을 했더니 가스에 올려놓은 냄비에 누룽지 끓는 것을 보라는
거였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냄비라고 알고 있지만 입으로는 주전자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네비를 켜 놓고도 목적하고 가던 길을 지나쳐서 다시 유턴하기도 여러 번
친구가 “이렇게 살아서 어떡하니?” 자괴감을 가지는 듯 이야기 하자
난 더해 그 정도는 애교야 그만하면 베스트드라이버야. 이러며
깜빡 깜빡 하는 게 무슨 벼슬이나 되는 듯 서로 자기는 더 하다고 자랑 합니다.

그런데!
진짜 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각자 위로 받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나름 다 우등생 소리를 듣던 똑똑한 친구들인데
육십도 되기 전에 깜빡거리는 경쟁을 할 정도가 되고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서 안심이 되는 것입니다. ^^
나도 자주 심각할 정도로 깜빡거려서 이러다 치매가 되나보다.
아니면 이미 치매가 진행되고 있나? 스스로 이런 의심을 하다가
똑똑한 친구들이 다 그렇다니!
보편적이라는 것, 내가 별나게 증상이 더 나쁘지 않다는 것을 다행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서 친구를 아침부터 생 고생을 시켰는데
이 친구 노여움도 안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속초행 버스를 혼자 타고 왔습니다.
세계 구석구석 안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 친구인데 콘도에서 모이는 친구들의 작은 모임이
소중한 것을 보면 동질감이랄까 함께 치매걱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관계가 소중하고
이제는 서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 사인이 안 맞아 "잠실 종합운동장역"이라고 말하면
한사람은 잠실역으로 가고 한사람은 종합운동장역으로 가기도 하지만요. ^^
정확하게 말하면 잠실종합운동장이라고 말한 내가 잘 못 한 겁니다.
잠실역이 따로 있고 종합운동장역이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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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개떡같이 말해도 듣는 사람이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서로가 좋고 문제도 없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하면 상대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줍니다.
친구 사이에 개떡같이 말해도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래지는 것입니다.
내 머릿속과 말이 따로 노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서로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여러 증후들이 너나없이 나타나고 있고
상대방이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서 용서가 되나 봅니다.

재목에 "개떡같이" 라는 말을 쓸까 말까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우리말에 "개"가 들어가서 좋은 건 하나도 없지만,
“개떡같이 말하다.”를 다른 말로 바꾸면 그 느낌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냥 씁니다.

순이

5 Comments

  1. 물위애 달가듯

    2013-06-15 at 01:54

    님의 글을 대하면 얼굴에 웃음기부터 돕니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렇습니다
    제 말을 듣고나서 어머니께서는
    너는 같은 말을 하여도
    말을 자상하게도 한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님께서 사용하시는 글감이 일상의 일들인데
    어쩜그렇게 자상하시게, 세세하게 군더더기 없이 쓰시는지요
    잼나게 일고 갑니다

    혼자 속초행 버스를 이용하여 친구찾아 콘도 오신분,,,
    이런분을 친구로 두신 그 모임은 영원 하리라 생각합니다
    우정이 더욱 돈독하여 행복하시길,
       

  2. 벤조

    2013-06-15 at 02:45

    개떡이 더 맛날것 같은데요? 아무튼
    찰떡처럼 입에 딱딱 달라붙게 쓰셨습니다.
    저도 그 구릅에 끼고 싶을 정도로…
       

  3. 데레사

    2013-06-15 at 06:47

    ㅎㅎ
    몇년전 우리 일행 일곱명이 비발디콘도를 가면서 겪었던 그래도
    입니다.
    틀림없이 종합운동장역이라고 했는데 두명이 잠실역으로 갔어요.
    그래서 그들은 셔틀을 못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왔더라구요.
    와서는 한시간 이상 화를 냈어요. 잘못 말해줬다고요.

    나이들면 다 이렇게 어딘가 둔해지는가 봅니다.   

  4. 무무

    2013-06-17 at 01:31

    정말 실수 안하는 절대로 안할거 같았던 제 친구 성임이도
    하던걸요 ㅎㅎ 것두 제 사돈댁을 상대로요 ㅎㅎ
    그냥 웃어 넘겨야지 어쩌겠어요
    저나 제친구가 순이님 보다 몇살 아래인거 같은데
    그거라도 위안 받으세요 ㅎㅎㅎ   

  5. 해군

    2013-06-17 at 12:52

    아니 아직 한창 젊은분들이 벌써 그러시면 곤란하지요ㅎ

    그런 일은 오래 전부터 종종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역 이름을 잘 못 만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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