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아바이 마을 이어주는 200원짜리 갯배

설악산을 향하는 아침엔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다니기 좋은데 비가 와서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덥지 않고 산은 푸르고 안개를 자주 만나 그 나름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속초에 도착하자 비는 그쳐가고 있었지만 안개같은 비가 우리를 맞았습니다.
이미 정오가 지나 있어서 설악산을 오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고
속초 바다를 보러가자고 의논하다가 강릉에 사는 친구가 가이드를 하겠다고 합니다.
강릉에 사니까 도시에서 온 손님들을 가이드 할 일이 많아서
다니다보니 나름 선호하는 코스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인정이 많고 예의 바르고 품성이 좋은 사람이라 외국인 친구들도 많고
주변에 지인들을 잘 돕는 선량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추천한 코스를 믿고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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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장에서는 종이컵에 담긴 뽕나무 열매 오디와
밀전병, 옥수수와 수수팥떡, 오징어순대 팥죽 (단팥죽이 아닙니다.)
감자떡 감자부침개 등을 조금씩 사서 식탁에 차려놓고 먹었습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배가 고파서도 먹지만 추억을 먹는 거라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을 만나자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종이컵에 담긴 오디를 먹자 입안이나 치아 사이가 보라색으로 물들고 대번에 손톱에

때가 낀 것 처럼 되지만 너무 오랜만에 보는 오디라는 열매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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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가 너무 재미있어서 찍었습니다.)

점심을 그렇게 시장에서 추억의 음식을 먹고 갯배 타는 곳으로 나갔습니다.
강릉친구가 지난번 손님들과 투어를 한 코스라고 하면서
가격표가 너무 재미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사람도 자전거도 손수레도 200원 균일가 입니다.

갈 때 200원 올 때200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왕복을 하면 좀 싸게 해 달라고 졸랐나 봅니다.

한 20원쯤 깍아 줘야 요즘 셈법으로는 맞을 것 같습니다.

덩치큰 손수레와 사람의 운임이 같은 것도 요즘 셈법에 어긋납니다.

면적을 많이 차지 하니까 더 내야 맞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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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가 오는 날이라 바닷가는 쓸쓸했습니다.

멀리 등대가 보이고 회색 하늘은 가까이 내려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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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마시고 두고간 소주병이 벤치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마신 것은 아닌 듯 종이컵은 두개가 얌전하게 포개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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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과 속초를 잇는 수단인 갯배 )

속초시장에서 청호동은 눈으로 보이는 거리에 있지만
육로로 연결 되어 있지 않아서 갯배로 다니는 것입니다.
다리가 연결된 곳은 멀리 돌아가야 하는데
눈앞에 두고 먼 길을 돌아가기란 시간상 여건상 어려우니까
발견해낸 교통수단입니다.

갯배는 속초와 청호동 마을을 잊는 뱁니다.

청호동 마을은 일명 아바이 마을이라고 소개된 곳입니다.
청초호와 동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발달한 모래톱 마을입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메마른 모래땅에 북에서 피란 나온 사람들이
판자집을 짓고 임시로 살려고 시작한 마을입니다.
북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을 생각하며 통일이 되면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북한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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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면 가운데 굵은 와이어가 잇어서 손님도 그걸 함께 당겨주어야 합니다.

사공이 물론 하지만 사람이 많이 타면 무게 때문에 배가 잘 움직이지 못하니까

손님들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강릉사는 친구가 솔선해서 배를 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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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무심히 흘러 지척에 고향을 두고 그리워만 하다가

이제는 세상을 뜨거나 노인들이 되어 마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어

장사하는 분들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士雄

    2013-06-16 at 07:37

    아주 오래전에 저 갯배를 신기해하며 탔었습니다.ㅎㅎ   

  2. 무무

    2013-06-17 at 01:26

    경상도 살다보면 강원도가 참 멀어요
    서울 살땐 자주 가던 곳이라 친근한데 여기서는 너무 멀기만 해요
    속초에서 자연산홍합으로 끓이는 섭죽도 먹고싶고 아바이 순대도
    생선구이도 먹고싶어요 정선의 유명한 노름호텔의 해물스파게티도
    생각나고 돈도 조금 땄었는데….ㅎㅎ
    무엇보다 한계령, 그 구불구불 한계령을 다시 넘어 보고 싶은데
    강원도….제겐 꿈같은 곳
       

  3. 소리울

    2013-06-17 at 07:43

    함께 다니는 것 같습니다.무무님, 생선구이는 삼천포에도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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