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식신모드이고 오늘은 신선모드네!”
하조대 경치 좋고 바람 좋은 곳에 갔을 때 친구가 하는 말입니다.
식신과 신선….발음이 묘하기도 하면서 우리의 모습이 딱 들어나는 얘기입니다.
" 어제, 오늘, 우리 모습이 식신 아니면 신선이다." 맞장구를 쳤습니다.
"야~ 너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단어를 골라내니?" 친구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자
“내가 그랬어?”오히려 겸손하게 답합니다.
“방에서 구름 걷히는 울산바위를 보고 `현판식 하는 것 같다`고 했잖아.”
친구가 적제 적소에 적당한 단어로 상황을 요약하는 놀라운 면을 발견했습니다.
식신(食神) 이라는 단어는 코미디에서 뭐든 잘 먹고 음식을 탐하는 사람에게
놀리느라 붙여준 희화된 단어인데 그 의미는 전달이 됩니다.
고향 친구들과 고향음식을 먹으면서 다니는 여행이라
거의 코미디언 식신 수준으로 먹었는데 음식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먼저신선모드로 다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콘도 9층 방에 앉아서도 눈앞에 울산바위가 보입니다.
비가 온 끝이라 울산바위를 감고 있던 안개가 걷히면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들어나고
다시 휘장을 치듯이 흰 구름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는 울산바위를
TV화면 보듯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친구가
"야 현판식 할 때 하얀 천을 덮어 놨다가 여는 것 같지 않니?"
왜 스티브잡스가 신제품 발표회를 할 때 흰 천을 덮어 놨다가 짠~ 하고 열잖아?
울산바위가 지금 그런 쇼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야~ 그 표현이 딱 맞다. 정말 그런 것 같아”
구름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까꿍 하듯이 웅장한 모습이 드러나고
드러난 바위에 햇빛이 비치면 바위 모양이나 색갈이 수시로 바뀌는 등
우주 쇼를 보는 듯 경이로웠습니다.
그것도 방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그렇게 멋집니다.
화암사라는 절에 들렸을 때는 신선처럼 거닐었습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사람들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 친구들 만 독차지해 산보를 했습니다.
두 친구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 절을 하고 오겠다고 해서
남겨진 친구와 나는 더욱 호젓하게 거닐었습니다.
절을 마치고 나온 친구들이 우리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자
“너네가 신선 같다야~ ” 이럽니다.
화암사는 바위에서 쌀이 나왔던 곳이라고 하고
금강산의 첫째 절이고 화암사 있는 곳이
금강산 일만일천봉의 시작점이라고 하는 군요.
화암사가 있는 곳이 속초 근처라 당연히 설악산 줄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화암사 부터는 금강산의 시작점이라고 하니 색다를 감회가 느껴졌습니다.
안개가 가득한 고즈넉 한 산사는 신선이 사는 곳 같고
그곳을 거니는 우리는 잠깐이지만 신선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고요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쓸쓸함과 무서움이 그것인데,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고요한 분위기는
안개가 끼어 있어서 포근하고 차분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고
친구들이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습니다.
신선도 혼자 살면 무서울 것 같은 분위기에 친구와 함께하면 즐겁습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이 참 많습니다.
순이
소리울
2013-06-17 at 07:40
정말 신선이 따로 없으셨네요.
부럽습니다.
해군
2013-06-17 at 12:58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이 많다는
의견에 절대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