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살았으면서도 설악산 위쪽으로는 처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화진포에는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이기붕 별장 등 당대 최고 권력자들이
별장을 만들 정도로 경관이 뛰어난 곳이었습니다.
안내 팻말에는 "화진포의 성 (김일성별장)"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김일성 별장은 특히 전망이 뛰어났습니다.
별장은 금강송이라고 하는 소나무 숲에 둘러 쌓여있고
발아래는 동해의 청량한 바다 물색에 어울리는 하얀 파도가 밀려오고
멀리 망망대해가 수평선을 만들고 뒤쪽으로는 호수가 있습니다.
바닷가 모래는 얼마나 깨끗하지 저절로 발길이 갔습니다.
아기와 손잡고 걷는 딸 내외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아기는 모래 위를 걷는 느낌이 색다른지 무조건 앞으로 내달으려고 하고
발밑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모습이 오리 같이 귀엽습니다.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이라는 노래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이 노래는 1960년대 유행하던 노래라는데 1970년대에도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오던 노래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터라고 하는 자매가 부르는 노래인데
"황금물결 ~" 이러면 뒤에서 아하~ 이러며 뒷말 잇기 하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경쾌합니다.
황금물결 찰랑대는 정다운 바닷가 아름다운 화진포에 맺은 사랑아
꽃구름이 흘러가는 수평선 저 너머 푸른 꿈이 뭉개 뭉개 가슴 적시면
조개껍질 주서 모아 마음을 수놓고 영원토록 변치말자 맹세한 사람
은물결이 반짝이는 그리운 화진포 모래위에 새겨놓은 사랑의 언약
흰 돛단 배 흘러가는 수평선 저 멀리 오색 꿈이 곱게 곱게 물결 쳐 오면
모래성을 쌓아놓고 손가락 걸며 영원토록 변치말자 맹세한 사랑
모래위에 변치말자 맹세한 사랑이 지금도 지켜지고 있을까
궁금해지긴 하지만 노랫말 특히 화진포 바닷가에서 읽어보는
화진포에 대한 노래 가사가 어쩌면 이렇게 적절한지
그래서 대중가요의 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진포에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한 전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받으러 갔는데 고약하고 인색한 부자영감이
스님의 시주를 받는 바랑에 소똥을 퍼다 넣어 주었답니다.
마음 착한 며느리가 쌀을 다시 퍼서 스님을 드리려고 했으나
이미 마음이 상한 스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람처럼 가더랍니다.
한참을 따라가다가 보니 스님이 멈춰 서서 "왜 따라 오냐"고 묻기에
쌀을 가지고 왔다고 했더니 착한 며느리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데
등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더랍니다.
잠시 후 뒤를 돌아다 봤더니 부잣집은 온데간데없고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고 하는데 그때 생긴 호수를 화진포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허리띠를 풀러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죄가 관영한 도시를 불로 멸하는 것을 뒤를 돌아다보다가
소금기둥이 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고 거기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돗자리 위로 개미가 함께 먹자고 기어 올라와 아기가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송림 옆에는 김일성 별장이 보이는 곳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숙소에서 싸가지고 나온 주먹밥과 속초시장에 산 유명하다는 만석닭강정을
펴 놓고 먹는데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바닷바람을 섞어서 마시는 커피 맛도 기막히게 좋습니다.
부지런한 사부인이 후식으로 사과를 더 꺼내 놓아서 그것까지 다 먹고 나서도
바닷바람과 파도와 조용함과 배부름이 겹쳐져서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그냥 누워서 바다를 더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기의 컨디션이 좋을 때 이동을 해야 해서 화진포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다시 한 번 더 오자고 약속하며 차에 올랐습니다.
순이
士雄
2013-10-02 at 23:23
화진포! 기억이 새롭습니다.ㅎㅎ
데레사
2013-10-03 at 00:00
저도 그곳을 두번이나 갔었는데 제일 속상했던건 김일성별장이
너무 좋은 위치에 있는거였어요.
저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생각을 못하고….. 하면서요.
가사를 잊어먹었는데 오랜만에 화진포에서 맺은사랑을 불러봅니다.
이 노래 경쾌하고 좋아요.
푸나무
2013-10-03 at 00:52
우도에서 싸온 주먹밥과
과일 커피를 마시는데
거기다가
식탁…..돌위에는
갯숙부쟁이 한송이 피어나 있엇고
옆에는 바람과 파도가 음악이었지요.
물위에 달가듯
2013-10-03 at 05:44
지난 9월30일 월요일에 몇일뒤에 있을 모임이 있어 현장 답사차 다녀 왔습니다
그날 주차장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과 지나쳤는데,,,,
혹시 순이님 가족? ㅎㅎㅎㅎ
10월 17~18일에 그곳에서 워크샵을 갖습니다
님의 글을 읽고 더 가까히, 더 자세히 보고 오겠습니다
빛과 그림자
2013-10-03 at 21:07
좋은 곳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셨군요.
전병무
2016-05-16 at 04:22
저도주문진에 캠프를 치고 화진포에 두 세번 다녀왔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백사장 모래가 너무 부드럽구요. 거기다가 아름다운 경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