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동생들과 동요를 부르며 놀고 있으면
할머니께서 "너희는 종달새 같구나."이러며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손주들이 종알거리고 노래하는 모습이 할머니께는
종달새의 노래처럼 들리셨기 때문일 겁니다.
노래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기의 이유모를 흥얼거림도
전문 가수의 노래도, 노래방에서 부르는 가요도
하물며 취객이 길을 헤매며 부르는 한탄조의 노래도 듣기 좋습니다.
(고성방가는 아닙니다. ^^)
더하여 같은 담장 안에서 같은 학풍에서 배운 동창들이 대를 이어가며
부르는 노래는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이화 동창들이 모여 예쁜 메아리라는 뜻이 담긴 예멜합창단이
1968년에 결성되어 이제껏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45년 동안 2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가지고
미주 공연도 다녀오곤 합니다.
친구가 합창단원이라 공연이 있으면 초청받아 구경을 가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즐겁고 흐뭇한 마음입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이고 중고등학교 때
음악에 대한 꿈을 꾸던 사람들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음악을 전공은 못했지만
계속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노래 부르고 있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은 60세가 훨씬 넘으셨고 최근에 입단한 몇 명은
70년대 생도 있습니다.
그런 나이 분포지만 똑같이 옷을 입고 종달새처럼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일겁니다.
친구는 여름에 발을 다쳐서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연습을 해서
이공연이 더욱 특별해 보였습니다.
발에 기브스를 해서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남편분이 연습장까지 실어다 주어서 연습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우울한 시간을 잘 견디었다고 하는군요.
예멜 합창단을 하려면 남편 분들의 지대한 헌신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스폰서도 해야 하고 연습장까지 출퇴근 시켜주는 열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남편 분들이 한가한 분들이 아님에도 협조해 주는 모습에서
아내사랑을 볼 수 있고 화평한 가정의 모습이 노래를 중심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가 좋아서,
음악이 주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배우며 살고 싶은 이들이 빚어내는 하모니엔
어느 프로 합창단 노래에서도 찾을 수 없는 티 없는 맑음이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수준 높은 클래식을 발굴하고 연주함으로써
국내 합창계에 신선한 자극이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왈츠를 합창으로 하는데
정말 잘 부르고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로만 듣다가 합창으로 들으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합창이라는 것은 누구 한사람의 좋은 목소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단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조화롭게 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서로 다른 화음파트를 조절하여 어울림으로 소리 내야 합니다.
누가 너무 높은 목소리로 튀어도 거슬리고 너무 처져도 문제이기 때문에
조화를 늘 생각하고 불러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처럼요.
누구라도 마음을 찡하게 하는 음악이 가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친구는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주 (멘델스존)" 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그 노래가 가슴에 사무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군요.
노래가 가슴에 사무치도록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국내외 가곡과 오페라 합창곡 등으로 프로그램을 짰는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도와 주, 도와 주!” 에서는 연기까지 했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수녀들의 합창에서는
수녀복을 갈아입고 나오기도 했고 비제의 카르멘 중에 나오는
밀수꾼들이 합창에서는 남장을 한 단원들이 반이었습니다.
노래는 물론 눈도 즐거운 공연을 보면서 연습하느라 참 수고가 많았겠다,
하는 생각에 노래 하나가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열심히 쳤습니다.
음악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크신 축복입니다.
친구의 공연에 가서 비록 아마추어지만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더불어 공연을 함께 한친구들도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예멜합창이 계속 아름답게 메아리 쳐 나가길 바랍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