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생래적인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생래적인 것이 있습니다.
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 마지막 시간으로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러시아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러시아 음악은 그 특유의 생래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비창 같은 분위깁니다.
밤이 길고 추운 날씨 탓에 음울하면서도 무겁고 낮은음이 깔려있습니다.
낭만의 극치인 듯 그려지지만 어딘가 어둡고 눈물이 날 듯 울컥한 정서를 자극 합니다.
닥터 지바고 영화에서 보는 그런 정서가 들기도 합니다.
연주된 다섯 곡 중에 단조가 네 곡이고 한곡이 장조였습니다.
러시아라는 지리적인 생래적인 것 말고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주자에게서도 생래적인 구별이 느껴졌습니다.
네 명의 피아니스트 중 스크리아빈 곡을 연주한 피정선 피아니스트는
드레스도 러시아풍이 었고 피아노 터치가 화려하지만 단정했습니다.
스크리아빈을 연주하기엔 딱 적당하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요.
피아노 의자의 높이가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지
한참을 조절하는 모습이 신중하기도 했지만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건반위에 가 있어야 할 손이 의자의 레버를 돌리고 있으니
그것도 드레스를 입고 의자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잠시가 아니고 한참을요.
지휘자가 근심스럽게 돌아보고 오케스트라도 대기 중이고
관객도 침을 꼴깍 삼키며 연주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걸려서 의자의 높이를 맞추고 연주를 합니다.
의자 높낮이는 연주회장을 관리하는 분이 피아니스트와 미리 상의해서
조절해 두어야 하는데 그건 운영의 미숙으로 보여졌습니다.
스크리아빈은 러시아의 쇼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음악으로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작곡가로도 유명합니다.
음악은 음울하기도 하고 영화의 배경처럼 서정적이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 젊은 피아니스트 에게는
밀회에 나오는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격정의 순간들이 잘 표현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은 영화 밀회의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곡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음악 배경으로 이 음악이 쓰인 것이 아니라
이 음악을 위해 영화가 만들어진 듯 여겨질 정도로
분위기에 딱 맞게 음악이 이끌고 있습니다.
치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일번을 박종훈피아니스트가 연주했는데
힘이 있고 너무 멋졌습니다.
일층에서 본 지인은 연주가 좋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건 앉아있는 위치 탓으로 보여 집니다.
익숙한 음악이 주는 몰입과 강력한 터치가 나는 너무 좋았습니다.
공연장 좌석 선택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난 매번 일층 앞자리를 고집했는데 이층 가운데 앞자리에 앉으면
들리는 화음이 조화롭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는 이층을 선호합니다.
눈물이 날 듯 익숙한 선율은 우아하기도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제 3번은 협주곡이 갖추어야할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는 평을 받는 곡입니다.
낭만적이기도 하고 유머러스 한 면도 있고 재미도 있고 반면우울하기도 합니다.
같은 러시아 음악을 연주해도
연주자 각자의 생래적인 것들이 절로 들어납니다.
옷을 입은 모습, 피아노에 앉는 자세
연주하는 모습 터치방법이 모두 다 다릅니다.
어느 사람은 신중하게 건반하나하나를 쓰다듬듯이 하는 분도 있고
망치로 두드리듯 터치가 강력한 분도 있습니다.
음을 골라내듯 연주하는 분도 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두드리는 데는 수만 수십만 가지의 형태가
각자의 성품이나 습관 해석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 것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음악회였습니다.
시골태생과 도시태생의 아이들이 다른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나는 강원도 중에서도 산골에 속하는 비탈출신이라
토속적인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집니다.
돌 지난 아이도 제 아빠차를 구별할 줄 압니다.
집에도 남자아이답게 자동차가 즐비합니다.
나는 딸만 둘을 키워서인지 집안에 인형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동물인형들이 있어서
잘 세탁하여 손자에게 주었으나 손자는 인형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바퀴 달린 장난감을 밀며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자동차를 가지고 이리저리 활발하게 다니며 놉니다.
남자와 여자의 장난감 선호가 다르고 노는 방법도 다릅니다.
누가 남자냐 여자냐를 구별하여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그럽니다.
생래적인 것은 타고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는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가지고 있는 것을 생래적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음악만이 가지는 생래적인 느낌과
피아니스트 각자의 생래적인 연주를 느낄 수 있는 음악회였습니다.
내년에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기타 하프 등
현악기 연주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음악회 이름은 첼리스트 양성원이 이끄는 ALL THAT STRINGS (올 뎃 스트링스)입니다.
기억하셨다가 내년 일월 초에 티켓오픈을 한다고 하니 좋은 자리로 선택하세요.
가격도 쌉니다.
두 달에 한 번씩 다섯 번의 연주회가 있습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