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화엄사에서 아름다운 단풍 카펫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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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는 쓸쓸함을 더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제 1구간은 주천에서 ~ 회덕마을 ~ 구룡폭포 길을 따라 내려와야

출발지로 돌아오게 되는데 비가 와서 중간에 마을을 만나자 끝냈습니다.
비오는 미끄러운 산길은 아무래도 위험하기 때문에 모험을 즐기기 보다는
우리는 이미 안전에 안전을 바라는 아줌마들이라 가던 길을
중도에 끝내도 큰 미련이 없습니다.
오후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화엄사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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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붐빈다는 화엄사는 토요일 오훈데도 비 때문에 조용했습니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쓰고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지만 화엄사는

비와 안개 그리고 단풍에 쌓여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웅전 오르기 전 왼쪽으로 단풍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절정의 단풍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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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 함께한 여행인데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종교는 각각입니다.
우리는 친구가 가진 종교를 존중합니다.
8명중 3명은 독실한 불교인이고 2명이 천주교인 나를 포함 2명이 기독교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명은 뚜렷한 종교가 없는데 (과거에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았다고도 하고)
절에 가면 불자들을 따라 부처님께 절을 합니다.
물론 교회에 가면 기도하고 천주교회를 가면 미사를 드린답니다.
점 잘 보는 집도 알고 있고 점쟁이의 점괘도 신뢰합니다.
아직 현직에 있으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아직 30대 같은 젊음을 유지합니다.
유능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종교에 대한 포용력이 큰가봅니다.
탑 앞에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기에 무슨 기도를 하나 물어봤더니
늦게 결혼하여 이번에 수능을 본 딸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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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까지 갔으니 불교가 종교인 친구들은 대웅전에 들어가 기도를 합니다.
모든 종교를 다 믿는 친구도 따라 갑니다.
나는 아버지가 목사님인 기독교인이라 친구의 종교를 존중하긴 하지만
따라서 대웅전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대웅전에 들어가 기도할 시간을 친구들에게 주어야 하니까
나머지 친구들과 우연히 대웅전 뒤로 돌아갔습니다.
대웅전까지 왔다가 다들 돌아가니까 아무도 없고 호젓한 그 곳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비경을 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화엄사 대웅전 앞뜰만 밟고 갔더라면 전혀 몰랐을 비밀한 곳입니다
스님들이 암자로 올라가는 길이기도 하고 구층암을 오르는 길입니다.
호젓한 길에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려있습니다.
그것도 노랗거나 빨갛거나 선명한 원색의 자연 양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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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길이라니!
친구와 감탄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친구의 감탄사는 특이해서 아름다운 풍경에 감칠맛을 더합니다.
큰 병을 앓느라 죽음 직전까지 다녀온 후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서 작은 일에도 감격하고 감탄에 감탄을 더합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으니
아~유 예뻐라! 너무 예쁘다! 정~말 예쁘다. 아~ 찬미 성모님!"
절에 와서 성모님을 찾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에 취했으면 저런 찬미가 나올까 해서
감탄을 연발하는 친구 옆에서 나는 저절로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내가 만난 가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양탄자가 깔린 호젓한 길을 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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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따라 끝없이 가고 싶었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면
대웅전에서 기도를 마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듯해서 아쉬워하며 돌아서 나왔습니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전각에도 가을이 아쉬워하면서 이울고 있었습니다.
비와 안개에 젖어서 단풍이 조용한 산사에 이제 겨울 삭풍이 몰아쳐서
절정의 아름다움은 짧은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아쉽게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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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華嚴)은 끝없이 넓고 큰 불법(佛法)을 뜻한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모처럼 큰 절에 온 기념으로 기도가 길어지나 봅니다.
비가 오고 있어서 친구들이 기도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어떤 누각아래에 비를 피해서 서있었습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가을 비 속에 낙엽이 지고 있고
안개가 내려와 덥히고 있었습니다.
날씨마저 추워지고 있어서 처마 밑에서 웅숭거리다가 눈을 들어 가을 산을 보니
얼마나 처연하게 아름다운지 ……..

순이

1 Comment

  1. 신실한 마음

    2013-11-14 at 09:08

    정말 멋있고, 계절에 딱 알맞은 좋은 곳을 다녀오셨네요.
    친구들의기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가 좋은 곳이 있었읍니다. 저는 그 곳을 갈 때마다 갑니다.화엄사 절 입구의 오른쪽 방향에 있는 찻집입니다. 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면서, 지나가는 가을의 소슬바람을 맞어면서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입니다.
    주위 여건이 너무 좋다보니 실외에서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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