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정답

큰딸아이 가족이 일주일 넘게 우리 집에 머물다 갔습니다.
큰딸은 두 달 후면 둘째를 해산을 하는 임산부입니다.
배는 나왔는데 몸은 가볍고 잘 움직여서 보기 좋았습니다.
엄마생일이라고 친정에 온 길에 좀 쉬었다가 갈 요량으로 짐을 싸 와서
사위는 우리 집에서 자고 출퇴근을 했습니다.
저녁이면 많은 식구가 모여서 고기도 구워먹고 외식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큰딸은 “친정찬스“를 쓴다며 편이 쉬고자 하는데 아들이 협조가
안 되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워낙 대가족이 함께 살던 습관이 있어서 집안이 북적거리는 것이
좋은데 어려운 문제는 아이들이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30 개월 된 건이와 17 개월 된 한이가 싸우는 일이 많이 곤란했습니다.
건이는 큰딸이 낳은 아들이고 한이는 작은딸 아들인데
건이는 개월 수가 빠른 형인데도 성격이 예민하고 한이가 가지고 노는 것을
빼앗기도 하고 한이에게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으면 질투를 했습니다.
한집에 살고 있는 한이는 늘 익숙한 관계이고 한창 재롱을 떠는 나이라
뭐든지 예쁘고 귀여운데 건이는 손님이기도 하고 짜증을 내서 조심스러웠습니다.
건이아빠는 건이를 어찌나 예뻐하는지 분명 야단을 좀 쳤으면 하는 대목에서도
그냥 바라보고 좋아만 해서 내가 뭐라고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밥을 잘 먹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한이는 어려도 성격이 느긋하고
잘 놀고 때 쓰는 일이 잘 없는데
건이는 말로 의사표현이 가능하고 꽤가 많이 들었는데도
예민하고 억지를 잘 부렸습니다.
먹는 것이 실하지 않아서인지 체력이 딸리는 듯 하면 짜증을 내는 것입니다.
한이는 느긋하게 놀고 있다가도 건이가 장난감을 뺏어 가거나
밀치거나 하는 수난을 수시로 당했습니다.
그래도 성격이 좋은 한이는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지
화를 내거나 덤비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밀치는 것을 당하다 보니 형이 가까이 오면 움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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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딸은 "건이야 동생하고 사이좋게 놀아야지"이러면서도 속이 좀 상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친정에 온 언니가 불편해 할까봐 여러모로 신경을 썼습니다.
건이가 동생을 해롭게 할 때 큰 사위가 건이를 좀 야단치거나 말리면 좋겠는데
그냥 허허 거리고 보고만 있어서 야속했습니다.
그렇다고 아기들이 그러는 일에 할머니가 나서기는 더 어려웠습니다.
건이를 야단치면 큰딸 내외가 서운해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작은딸 내외의 눈치가 보이고 뭔가 묘한 기류가 있습니다.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면 건이를 안거나 한이를 안거나
둘 중 한명을 안아서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친형제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사촌 간에 철없는 아기들이 그러는 것도
그냥 보고 넘기기엔 좀 너무한 장면들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야단을 치려면 건이를 뭐라고 해야 하는데
아직 말귀를 정확히 알아듣는 것 같지는 않고
제 아빠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응석받이로 자라다 보니
할머니는 야단칠 기회가 없습니다.
아니 야단을 못 쳤습니다.
내 아이 같으면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말도
손자는 느낌이 다르고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8일 만에 건이네가 가고 저녁이 되었는데
우리 식구끼리 남아 저녁을 먹으면서 뭔가 허전하고
세 식구가 빠져 나간 자리가 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만에 평온하기까지 합니다.
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이 말이 얼마나 절묘하게 딱 맞는 소리인지 경험해 보니 알겠습니다.

손자 건이가 오면 분명 반갑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따라다니며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 자꾸 물어보고
여러 말을 종알거리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재미로 일산할머니 이름은? 이렇게 물어보면 최수니라고하고
잠실할머니 이름은 이영애라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도 듣기 좋습니다.
다른 그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 손자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이 좋더라구요.
시작을 하면 할아버지이름 아빠이름 엄마이름 이모 이름 이모부 이름까지 시리즈로
다 물어보는데 무슨 시험공부 시키듯이 합니다.
기분이 내키면 노래도 하고 온갖 애교를 다 부리다가도 동생이 들고 있는
장난감을 강제로 빼앗기도 하고 밀치기도 합니다.
동생이 미끄럼을 타고 있으면 저 혼자 탄다고 밀쳐내다가 한번은
다칠 번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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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월 말에 건이 동생이 태어나면 산후조리원을 일산으로 예약을 해서

친정에 와서 한 달 정도 있다가 간다는데 벌써 걱정이 됩니다.
먹고 자고 함께 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기다려지는 일인데
한이하고 건이하고 손자둘이 싸우는 것이 불편해서입니다.
두 달 후에 일이니 그때 가서 걱정해도 되겠지만
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이건 경험하지 않는 분은 모르는 정말 기막힌 말입니다. ^^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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