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공부를 같이하던 분이
몇 주 방학을 하는 동안 못 만나게 되었다며 식사를 하는 중에
옆에 앉아서 서운해 하셨습니다.

학기 중에 얼굴을 익혔다고 해도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고
목례나 주고받은 정도이고 나보다 연배가 조금 더 있을 것 같아서
혼자서 젊은 사람에게 향하는 감정보다는 다정한 느낌을 받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막상 여러 주 못 본다고 하니 나도 조금 서운하긴 했습니다.
그분은 단편소설로 무슨 월간지에 등단을 하신 분이고
글에 대해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쓰는 분이라 그분 글을 가지고도
공부를 했었습니다.

젊은 분들이 대부분인 교실에서 나이 들었다는 공통분모로 의지가 되고
서로 안도하며 관심어린 시선을 주고받아서 그런지
나에게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가 관심을 가지고 물으셨습니다.
글을 쓰거나 배운 적이 없고 블로그를 가지고 오래 글쓰기를
즐기고는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디에 블로그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아는 분이 특히 글맛을 아는 분이 블로그를 물어오니
민망하기도하고 알려드리기가 쑥스러웠지만 꺼낸 이야기라
없던 걸로 하기도 그랬습니다.
나는 내 휴대폰을 열어서 순이 이야기 화면을 보여드렸습니다.

글 목록을 보시더니 집에 가서 찬찬히 찾아 읽어 보겠다고 하시며
어디로 어떻게 찾아 들어가면 되냐고 하셨습니다.
나는 내 블로그니까 당연히 즐겨찾기가 되어있어서 클릭 몇 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지만 그분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찾아 달라고 하시기에
나는 아주 간단하게 "집에 가셔서 천천히 네이버에서 순이 이야기 찾아보세요."
라고 얘기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나와서 밥을 먹으며 옆에 앉은 이순원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왼쪽에 앉으신 분이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하면서
휴대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계셔도 난 내 블로그를 찾느라고 그러시는지 몰랐습니다.
한참 후에 그분은 순이 이야기를 못 찾겠다고 나에게 찾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이왕 말을 꺼냈으니 찾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에서 순이 이야기를 찾았더니 내 블로그가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순이"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찾아도 다른 것만 나오고
순이 블로그로 찾아도 안 나오고 최수니를 찾아도 안 되었습니다.

나는 인터넷 글쓰기가 15년이나 되었고 조선닷컴에서만도 뷰가 200만이 넘었는데
내 블로그가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냥 순이 이야기 하면 다 찾아 질 줄 알았거든요.
늘 클릭 몇 번하면 내 블로그를 들어올 수 있으니까
남들이 내 블로그를 찾는 것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조선닷컴 메인에 들어와서 블로그 , 순이를 찾으면 될까 했더니
휴대폰은 화면이 PC 용 하고는 달라서 나도 내 블로그를 못 찾았습니다.
조선 블로거들 중에는 하루에도 수 만명이 다녀가고 1000만 2000만의 뷰를 기록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순이 이야기도 꾸준한 뷰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검색조차 안 되는 미미한 존재인줄 몰랐어요.

내 블로그를 보시겠다고 하는 분에게 창피한 것은 물론이고
너무 자신 있게 “네이버에서 순이 블로그”를 찾아보세요. 했던 말이
거짓말이 되어서 얼마나 부끄러운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검색창에서 “순이 이야기”가 찾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시면 가르쳐주세요.

나는 인터넷이라는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주소도 없고 번지수도 찾을 수 없다니….
혼자 몹시 부끄러웠어요. ^^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