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양반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2박 3일 동안 우리를 인솔한 가이드는 예쁘고 세련된 30대 중반의
여자 분으로 여행업계에서 오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었습니다.
멘트도 아주 세련되고 듣기 좋게 하고 손님들을 잘 컨트롤 했습니다.

아침에 버스에 올랐는데
지난밤 편하게 주무셨냐고 아침인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본인은 전화 때문에 잠을 잘 못 잤다고, 사연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아소팜빌리지에 있었는데 도쿄로 간 후배 남자 가이드에게서 전화가 왔답니다.
계모임에서 오신 할아버지 다섯 분을 모시고 도쿄에 도착해서 일정을 마치고
숙소 배정을 해 드린 후안녕히 주무시라고 손님들과 인사까지 나눈 후
가이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밤 시간에 도쿄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숙소를 나갔답니다.
숙소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간인데 숙소의 일본인 직원이
빨리 좀 와 보라고 해서 급히 숙소로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 들이
복도에서 신문지를 깔고 술을 드시며 소란을 피시고 있더랍니다.

일본 비즈니스호텔에 가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작은 사이즈에 놀랍니다.
특히 도쿄의 비즈니스호텔의 사이즈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작습니다.
침대 두개만 있을 뿐 여행용 가방하나 눕힐 공간이 없어서 가방을
세워 두어야 할 정도로 방이 협소합니다.
침대만 빠듯이 있으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놀 공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친구들인 할아버지 다섯 분이 마음을 맞춰 놀러 가셨으니
여행지에서 술 한 잔 모여서 마시려고 모일 공간이 찾다가
그나마 너른 장소라곤 복도 밖에 없으니까 얼려서 가지고 간
막걸리와 안주를 꺼내놓고 친구들끼리 회포를 풀었나 봅니다.
할아버지들이 술이 좀 들어가자 목소리가 커지고 종업원이 달려와 말리고
한바탕 소동이 이는 가운에 가이드가 달려와 사태를 겨우 수습을 했답니다.

할아버지들을 달래서 방에 겨우 보내드리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다시 할아버지들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져서 복도를 나가보니
할아버지들이 더욱 노골적으로 복도에서 술판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고
말리는 종업원 멱살을 잡고 하다가 경찰이 출동하고
결국은 경찰서까지 가시게 되었답니다.
먹던 술은 마저 먹어야지 술을 마시다 그만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내일이면 얼려서 애쓰고 가지고온 막걸리 못 먹게 된다며 다시 뭉치게 되었답니다.
할아버지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욕이 얼마나 버라이어티한지
호텔이 시끄럽고 말도 안통하고 감당이 안 된 종업원이 말리다가 오히려 멱살을 잡히자
경찰이 오고 경찰서 까지 가게 되었는데 종업원이 할아버지들을 처벌을 원한다고 해서
가이드가 손이야 발이야 빌어서 몇 시간을 소모한 끝에 겨우 수습을 해서
할아버지들을 방으로 모셔다 드리고 그 밤에 너무 속이 터지니까 우리 가이드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그 얘기 들어주다가 잠을 못 잤다고 했습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런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막강 할아버지 들이라고 하는 군요.

할아버지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 도쿄를 선택한 것이

잘 못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좀 한적한 곳을 택하던지 국내 여행지를 가셨으면
저녁내 막걸리를 마시며 친구들과 욕을 하며 떠든다고 해서
경찰이 출동할일은 없는데 그 좁아터진 일본 비즈니스호텔에서
주무시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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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단체여행객이 기념사진 찍기에 )

미국 뉴욕 플러싱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한국인 할아버지들이
시니어커피 한잔을 시키고 하루 종일 계셔서 영업방해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고 20분 안에 나가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이는 바람에
맥도날드와 한인 간에 불화가 있다는 최근 기사를 봤습니다.
연세 드셔서 갈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영업장에서 나가 달라는 소리를 할 때까지 죽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그런 사안을 가지고 불매운동까지 한다는 것은 과해보입니다.
영업장이라는 것은 장사를 해서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곳이지
경로당처럼 마냥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닌 것입니다.
일터에서도 밀려나고 집에만 있기에도 심심하고 추운날씨에 공원도 그렇고
그래서 궁리한 곳이 시니어 커피가 있는 맥도날드 영업점이었지만
분명 바른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인종차별이나 노인을 박대하는 것처럼 사안을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도쿄의 좁은 호텔 복도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소란을 피다가 경찰에 잡혀간다거나
맥도날드에서 오래 앉아 있다가 미움을 받아 밀려나는 일은
노인에 대한 자존심을 잃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듭니다.
우리네 문화는"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궁하거나 다급한 경우라도 체면을 깎는 짓은 하지 아니한다는 말입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나
나이를 무기삼아 주위를 살피지 않고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욕보이는 일입니다.
남의 나라에서지만 질서를 지키고 타인의 이목을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한다면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우리의 양반의식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삼가고,
그러한 일이 있을 만한 곳엔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남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일본 도쿄의 비즈니스 호텔 종업원이나

미국 플러싱에 있는 맥도날드 종업원이

이런말을 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순이

6 Comments

  1. 무무

    2014-01-18 at 09:42

    당연하죠 남이 싫어 할 일 안해야합니다
    저도 몇년전 도쿄로 딸과 둘이 여행한 적이 있는대요
    지하철안에서 갑자기 크고 하이톤의 익숙한 소리
    한국단체관광 아줌마들의 목소리였어요
    옵션 선택으로 몇몇 아줌마들의 일탈 자유시간이었는 듯
    이후로 시끄러우면 어디서건 한국아줌마들이더라고요
    왜들 목소리가 커지고 와일드해지는지 부끄러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2. trio

    2014-01-19 at 04:22

    저희 동네 멕도날드도 토요일 아침에 가면 새벽예배를 마치고 온 한인들이 꽉 차있는데
    사실 좀 챙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커피도 전부 시니어 커피를 시키고
    음식도 하나를 둘이 나눠 먹기도 하고, 또 장시간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같은 한인이지만 모양새가 좋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20분 이상 머물면 안된다는 등
    차별적인 처사는 좀 너무 하지요. 스타벅스같은 커피샆은 젊은 이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 지내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노인들일수록 조심해야할 점도 많지요.
       

  3. 신실한 마음

    2014-01-19 at 05:29

    공감합니다. 노인들 뿐 만아니라 인간으로써 품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먼 이국 땅에서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심정은 이해는 하지만 엄연한 영업장에서 무리한 처신은 비난 받을 수 있습니다.
    자꾸 스타박스의 젊은이들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비교 대상이 되지않습니다.
    상품 자체가 차별되여 있습니다.   

  4. 황남식

    2014-01-19 at 19:49

    관광갔으면 구경이나 하고 오시지.술은 국내에서 드셔도 되는데.더구나 젊은 사람들이 말리면 못이기는 척하고 들어주는게 보기도 좋다.   

  5. seven N a half

    2014-01-20 at 04:46

    얼굴들에 철판들을 깔으셨는지
    백인들 같으면 불매운동 안 하고도 저절로 발길을 끊을텐데
    마음씨들이 좋으신 건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내 돈 쓰고 가는 것이지만
    참 어지간도 하십니다   

  6. 오발탄

    2014-02-28 at 06:46

    그 세대는 분명 복을 못 받은 세대라는게
    지워지지않습니다.. 2011년 뉴욕 여행때 이미 한인노인 분들과 멕더날도 매장 점령
    문제를 형님 한분이 걱정하시더라구요..그런데 결국 문제가 되는군요..
    불매운동은 하지 말았어야 함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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