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의 한국어 안내문

지난주일 오전에 늘 하던 대중탕을 가려다가 하루만 참으면
일본을 가는데 온천욕을 해야지 하면서 목욕을 걸렀습니다.
출발하던 날 아침, 공항에 이른 시간에 도착해야 해서 동생들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함께 출발을 하느라 좀 부산했습니다.
2박3일 짧은 여행이지만 조그만 케리어에 짐을 미리 챙겨놓고
세면도구는 출발하면서 가방에 넣어야지 하고 화장대에 두었다가
고스란히 두고 공항에 도착하고 나자 딸에게서 카톡이 옵니다.
"엄마 세면도구 가방 두고 갔어요."
화장이야 실히 하지도 않고 동생들이 있으니 얻어서 충분히
할 수 있기에 걱정 없지만 때수건과 거품 타월을 못 챙긴 것은
아쉬워 해봐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숙소인 아소팜빌리지가 가까워오자 가이드가 온천 내에서 주의할(?) 사항을 알려줍니다.
일본은 때를 미는 목욕문화가 없기에 때를 밀어서는 안 된다고 하자
나를 두고 하는 소리 같아 찔려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때 미는 수건을 두고 온 것을 무슨 보석반지라도 잃어버린 듯 찜찜해 하는
내 모습을 본 동생들이 함께 웃었습니다.
"언니 때수건 안 가져 오길 잘했지? 가져왔으면 안 될 번했는데 잘 두고 왔네." 이러는 겁니다.
그래! 남이 하지 말라는 걸 굳이 할 일도 아니지 하면서
때는 한국에 가서 밀고 온천이나 즐기자 마음먹었습니다.
거기까지면 좋은데 숙소에 도착하자 호텔 측에서
"손님 여러분께 부탁말씀"이라는 안내문을 손님들에게 방 키와 함께 나누어 줍니다.
난 활자가 있으면 읽고 보는 사람이라 펴 봤더니

호텔에서
방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주십시오
화장실 사용 후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식당에서
순서를 지켜주세요.
음식을 가져갈 때 자기 젓가락 숟가락을 쓰지 마세요.
음식을 드실 때는 앉아서 드십시오.

온천에서
입욕 전에는 전신을 깨끗이 합시다.
수건을 욕조 안에 넣지 않도록 합시다.
수영하거나 큰소리를 잡답은 삼가주십시오
사용한 의자와 샤워기는 정리하고 갑시다.
탈의실로 나갈 때는 몸의 물기를 닦은 후 갑시다.

다 당연한 말이지만 은근 감정을 묘하게 건드렸습니다.
곳곳에 맞춤법에 맞지 않은 문구도 보이고 (위에는 고쳐 썼습니다.)
안내문이 아니라 손님을 초등학생처럼 가르치려고 드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나쁜 선례를 보였기에
그런 안내 문구를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이 되는 사안이지만
장사를 (!) 하다보면 이런 저런 손님을 맞게 마련이지
그렇다고 모든 손님을 가르치려고 드는 것은 언짢았습니다.

untitled44 (1).jpg

숙소는 아소팜빌리지였는데 스머프집 같이 둥근 돔으로 지붕이 되어있는
동화 같은 마을이었습니다.
호텔하면 건물을 생각하는데 아소팜빌리지는 특이하고 재미있습니다.
객실이 버섯 같기도 하고 잠수함 같기도 하고 스머프집처럼 객실 하나가
한 돔으로 되어있어서 관리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내부가 둥글고 천장이 돔으로 되어있다는 것 외에는
일반 객실과 같았습니다.
마을에는 셔틀버스가 다니면서 호텔 프런트와 식당 등을 연결하니까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온천을 하고 한참을 걸어서 방으로 돌아오고
인터넷이 필요한데도 프런트까지 가기가 번거로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와이파이 인심이 박한건지 인터넷 연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인터넷은 호텔 프런트 가까이에서만 연결이 되더군요.

우리 딸들이 내가 일본을 다녀오겠다고 하자
다른 곳으로 가지 일본은 방사능 때문에 해롭지 않겠냐고 해서
방사능 오염이 덜 된 것으로 가니까 괜찮다고 하니 음식에 원산지 표시를
꼭 보고, 버섯이나 해산물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내가 우리 딸들에게 했을 법한 잔소리를 이젠 역으로 듣고 삽니다.)
그러겠다고 하고는 음식점에 갈 때 마다 원산지표시가 있는 가해서
살펴봤지만 원산지 표시는커녕 음식에 대한 설명도 보기 어려웠습니다.
단지 일본어로만 해 놓고 영어나 한국어 표시는 없습니다.
“음식은 의자에 앉아서 드시라….” 이런 주의 사항 보다는 음식의 원산지 표시가
훨씬 중요한 일인데 그렇게 해 놓지를 않았습니다.

뷔페에 가면 원산지가 어딘지 재료는 무얼 썼는지 표시해야 하잖아요?
튀겨진 음식의 속 내용물이 닭고기인지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도 알 수없이
해 놔서 음식들이 아무리 많이 놓여있어도 먹기가 꺼려졌습니다.

layout 2014-1-19.jpg

우리나라는 원산지 표시를 정확하게 하는데
그들은 음식에 대한 원산지 표시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정작 원산지 표시가 필요한 방사능 오염 위험 속에 살면서도
그것에 대한 안내는 없으면서도 “ 하지 마시요.” 하는 안내 문구는
한글로 도처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 문구들도 정확한 한국어가 아니라서 기분이 상하고
체취해가지 말라,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는 손을 씻으라는 등 가르치려고 하고
자기들만 위생적인 것처럼 하는 것이 가증스럽고 얄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만나는 한국어 안내문은 묘하게 감정을 긁었습니다.
안내를 위한 안내는 없고 옛 명성에 빠져서 자기 보호본능과
질서를 잘 지킨다. 예의바르다. 남에게 폐를 안 끼친다. 등등의
자기애 적인 가치관에 빠져서 아직도 남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일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이

5 Comments

  1. seven N a half

    2014-01-20 at 04:15

    음식을 드실 때는 앉아서 드십시오
    조금만 있으면
    화장실 사용 후에는 바지를 올리십시오
    라고도 있을 겁니다
    참 사람들이 신경이 무딘 것같습니다
    아니면 마음들이 태평양같이 넓어서
    주말 일본 왕복 관광이 한 삼십만원 정도일 거라고 짐작하는데
    중국은 발길을 끊었을 것같은데
    한국은 일제 36 독도 위안부 아무리 그래도
    오늘도 일본관광 예약하면서
    정말 세계에서 아주 독특한 실용적인 사람들입니다   

  2. 민재홍

    2014-01-21 at 09:48

    그동안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만행(?)을 저질렀으면 그러겠습니까…ㅠㅠ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앞으로 잘 하면 나중에는 저런 문구들이 없어지겠지요.   

  3. 騎士

    2014-01-21 at 10:40

    일본의 교만함도 불쾌하지만
    우리의 무식한 매너도 반성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뉴요크 해버거 가게 한국 노인 추방 사건도
    왜 햄버거 가게에서 노인네들이 죽칩니까 ?
    햄버거 가게가 옛날 레지들이 쌍화차 한잔 사주면
    어깨 주물러 주던 동네 다방인줄 알았나 ?
    오래 전에 미국 나이야가라를 갔었는데
    마침 호텔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같이 머믈렀고 밤 2 시에
    경찰이 출동해서 한국인 관광객을 잡아 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다른 한국 관광객에게 물어보니
    늦은 밤에 술마시고 고스톱 치면서
    떠들어 옆방 미국인 투숙객이 수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오히려 한국 말로 욕을 했답니다
    그 미국인은 한국을 사업차 드나들던 사라인데
    욕을 하자 폴리스를 부른 모양 이라고……
    한국인들의 추태가 아마도 일본에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일본도 해외 여행 초기에는
    전 세계에 추태른 부리고 다녀서
    어글리 니뽄 이란 소리도 들었지요
    좋은 여행 다녀 오셨네요   

  4. TRUDY

    2014-01-23 at 00:31

    싫어 하면서 와서 노세요 광고하는 쪽도 그렇고
    무시하고 싫어하는 줄 알면서 가는 사람들도 참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엉터리 한글로 규칙을 적어 두는 건
    자기들 문화에 마추어 사용해 주십사 부탁하는 거지만
    한편으로 한인관광객들이 좀 무질서 했겠나 상상이 가는 대목입니다.
       

  5. TRUDY

    2014-01-23 at 12:40

    서울 근교, 특히 정릉쪽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비 내린 후면
    철철철 넘처 내립니다. 비가 여러날 오지 않아도 맑고 맑은 물을 따라 오르다
    보면 혼탁하던 심신이 말끔히 씻기는 기분인데 그곳은 일급수라서
    발을 씻거나 세수를 한다거나 밧줄로 처진 개울근처에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넉넉히 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팻말이 붙은 바로 그 자리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두발을 물에 담구고 앉은 얌체 꼴불견 남자 혹은
    아줌마들을 볼수 있었어요. 서울시의 보호 아래 피라미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물보다 민물고기들이 더 많은 웅덩이들을 물줄기 따라 오르면서 어렵지 않게
    만나기도 합니다. " 아저씨 이곳에 들가지 말라 팻말이 있잖아요! 사진 찍어서
    올려요! " 고함치며 핸드폰 꺼내는 시늉을 해 봤는데 " 그러세요, 찍어서 올리세요! " 반박하며
    발을 담근체 신선놀음 합니다. 요즈음 한국은 연변에서 허드렛일 꾼으로 온 온갓
    잡동사니 인간들이 많아 혹 연변남지도 모르지,,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그 추잡한 광경이
    뇌리에서 지워질 것 같았죠. 솔직히 한국이 아니 민도는 한참 더 깨어나야 한다 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