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조카에게 과자 사라고 준 용돈 이천 원

우리 어머니는 자녀들과 며칠만 전화 통화를 못하면 걱정을 하십니다.

왜 전화가 안 오냐? 내 전화기가 꺼졌나?
야들이 어디가 아프나? 뭔 일이 있나? ……이러시면서요.
어머니는 휴대폰 관리를 잘 못하십니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거실에 계시면 전화소리를 못 들어서 받지 못하시고
교회에 가시느라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서 가방에 넣어 두시고는
전화기를 어디 둔지 잊어버리고 전화를 못 받으십니다.
그러니 몇 번 전화를 걸어야 한번 통화가 되는 정도 입니다.
어머니께서 자녀들이 궁금해서 혼잣말을 하시는 것을 보면
오라버니께서 카톡으로 연락을 하십니다.
“여동생 여러분 어머니께서 전화를 기다리십니다.
지금 전화를 하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러시곤 휴대폰을 어머니 옆에 놔 드리면 그때야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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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의 카톡을 받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대구 좀 안 오나?" 그러셔서
월차를 내고 주중에 다녀왔습니다.
딸과 손자를 대리고 막내 여동생과 함께요.
20개월 된 손자 한이가 4시간이나 차를 타야하는데 잘 다녀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면서도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을 생각하니 무리해서라도 데리고 가고 싶었습니다.
딸에게 함께 가겠냐고 했더니 외할머니 뵈러 흔쾌히 가겠다고 하기에 반가웠습니다.

막내 여동생이 운전을 하고 딸과 손자와 함께 나들이가 시작되자

예상밖으로 한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 모릅니다.
겨우내 집안에만 있던 손자는 차창밖에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와우~ 타요 버스
삐뽀 삐뽀차,
트럭! 트럭!
로기 로기 (타요버스에 나오는 초록버스 이름)
등을 외치며 너무도 신나 합니다.
볼거리가 많아서 낮잠도 한잠 안자고 대구까지 갔습니다.

막내 남동생 집에서 저녁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막내 남동생은 자녀가 셋인데 중고등학생 아들과 딸은 학교에서
오지 않았고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이 집에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는 우리 한이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장난감을 다 꺼내다 주면서 함께 놀아 주었습니다.
그 아이와 우리 손자가 잘 어울려 놀아서 어른들끼리 모여
이야기하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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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이에게는 내 남동생이 할아버지가 되고 남동생의 아들이
5촌 아저씨가 되는 촌수라 호칭이 좀 어렵더군요.
한이와 동생의 아들이 노는 모습은 동생과 형이 노는 것 같아서
어떨결에 "형이 너무 잘 놀아주네!" 이러고 보면 형이 아닌 것입니다.
형하고 노는 것은 어울리는 일이지만
“아저씨가 잘 놀아주네!”
이러면 영 어색한 말인데 그 말이 맞는 말입니다.
그래도 촌수를 따지지 않을 수 없으니 내 남동생도
"내가 할아버지네! 막내 누나가 할머니고!"이러며 신기해합니다.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해 하고
가장 어색한 호칭은 11살짜리 아저씨를 부르는 일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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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고 나서 다음날 오후에 일산으로 돌아오려니
한이의 아저씨가 되는 막내 남동생의 11살짜리 막내아들이
차곡차곡 접은 2000원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한이에게 줍니다.
"과자 사 먹어" 이러면서요.
우리 어머니, 나와 내동생 그리고 한이 엄마까지 깜짝 놀랐습니다.
어쩌면 초등학생이 아기에게 용돈을 줄 생각을 했을까 하구요.
아저씨라고 부르니 저가 정말 아저씨라서 아저씨처럼 하려고 그러는 건지?
저가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으니 저도 아랫사람에게 용돈을 줘야한다는
의무감에 그러는 건지, 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운 것인지…
그래도 11살 아저씨가 2살짜리 아기에게 용돈은 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라 다 놀랐습니다.
초등학생에게 2000원은 거금인데 그걸 선뜻 내 놓는 것도 대단하고
아기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하는 것도 너무 귀여웠습니다.
한이 엄마가 아기를 안는 모습을 자세히 보며 자기도 팔을 앞으로 해서

연습해 보더니 자기도 아기를 안아 주겠다고 하면서한참을 안고 다녔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호칭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저씨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는 조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머니 덕택에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조카들이 더 정이 갑니다.
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계실 때 보다 아들집에 있는 것이 더 안정되고
평안해 보이셨습니다.

순이

1 Comment

  1. 2014-03-20 at 10:47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귀여운 한이 아가님과 한이님 만큼이나 귀여운 열한살 아저씨네요 ㅎㅎ
    보시기에 얼마나 예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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