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잠이 깨 길래 글이나 블로그에 한 꼭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거실에서 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손자 한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한이가 어제 낮잠을 많이 자더니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 놀자고하니
회사 출근 안하는 날이라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한이 아빠를 깨울까봐
한이 엄마가 한이를 데리고 거실에 나와 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이는 내가 봐 줄 테니 한이 엄마도 들어가 좀 더 쉬라고 하고
한이를 대리고 아침 산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이는 이제 22개월로 집안에 있는 것 보다밖에 나가는 것을좋아합니다.
자고 일어나 세수도 못하고 한이에게 바람막이 잠바를 입혀서 집을 나섰습니다.
한이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엘리베이터라고 말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 말하며 말을 배우느라 그러는 겁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층수를 향해 능청스럽게
하나~ 둘 ~ 셋~ 하면서 엉뚱한 숫자를 세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몇 발자국만 걸으면 안고 가자고 팔을 벌려서 달려들었는데
이제는 뒤도 안돌아 보고 앞으로 가기 바쁩니다.
걷는 것도 안정적이고 맘먹고 달리면 넘어질까봐 겁이 날 정도로 제법 빠릅니다.
며칠 전 고구마를 심고 난 끝이라 난 허벅지 근육통으로 걸음을 빨리하지
못해서 겨우 따라갑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만 억지로 안고 건너서는 내려놔야 합니다.
행인들이 귀엽다는 듯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미소를 띠고 한이를 바라봅니다.
아기들은 내 아이고 남의 아이고 다 귀엽나 봅니다.
한이는 기분이 내키면 자기를 바라보는 어른을 향해 바이 바이를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해서 더 귀염을 받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아기의 머리색을 보더니
"애기가 노랑머리네? 염색했나?" 이러시는 겁니다.
한이는 머리카락이 아주 밝은 갈색이라서 검은색 보다는 낯설기는 하지만
아기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냥 자연 색이예요 이애 아빠가 노랑머리에요."하니까
"아빠가 외국 사람이여요?" 라고 또 묻습니다.
"아니요. 한국 사람인데요. " 웃으며대답하기는 했지만
아기의 머리카락 색갈을 보고 아기아빠가 외국 사람이냐고 묻는
할머니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기가 손을 빨고 있으면 "버릇이 되면 안 되니까 입으로 손을 가져갈 때마다
손등을 아프게 때려주라."고 조언하는 분도 봤고
자전거를 태우고 가니까 "어디서 샀느냐, 얼마냐, 언제부터 탈 수 있느냐?"
라고 자세히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낮 시간에 아이를 대리고 다니면
"어린이 집에 보내야지 사회성이 길러지는데 왜 여태 보내지 않느냐?“는 분도 있습니다.
아기가 사탕을 빨고 있으면 "단맛에 길들이면 안 된다."" 이빨 썩는다." 이러고.
안고 걸어가면 "다 큰 애를 무겁게 안고 간다."고 하고
걸려서 가면 "큰 길 가라 위험하다“고합니다.
대부분의 아주머니나 할머니는 육아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아이 키우는 일에는 확실하게 훈수를 두실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무 상관이 없는 지나가는 남의 일에도 참견을 하고 싶어 합니다.
나 역시 아기들이 지나가면 꼭 쳐다보게 되고 뒤돌아서까지 보게 됩니다.
그게 사랑이고 관심입니다만 젊은 엄마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육아에 자신 있다고 해도 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니까
귀엽다 예쁘다 정도를 벗어나서 조언하고 싶은 부분은 참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한이 할머니가 아니고 한이 엄마였다면
“아기에게 노랑머리네요. 아기아빠가 외국 사람이에요?”
이런 말을 들었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기 머리카락이 노랗다고 해서 외국인 아빠까지 비약시키는 순발력이
놀랍기는 하지만 그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산공원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와서 한이 엄마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한이 머리가 노란가?"
"조금 노란 편이지요. 제 머리가 노랗잖아요."
"한이가 아빠 닮았구나, 앞으로 노랑머리 염색할 필요는 없겠네."
"염색이 다 뭡니까? 중고등학교 다닐 때 염색했다고 교문에서 만날 잡혔어요.“
아기 머리카락이 노랗기는 하지만 보기 좋다는 정도이지 외국인 같이 보일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해 봤는데 그러고 보니 한이 머리색이 좀 밝은 갈색이긴 합니다.
지나친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부지런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고 있었고
축구장엔 축구공을 따라 뛰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나는 게을러서 아침 산책을 못하는데 손자 때문에 아침산책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손주가 할머니의 게으른 습관을 고치려고 일찍 일어났나 봅니다. ^^
순이
오발탄
2014-05-18 at 03:40
언어구사에 조심 조심 해야 하는데…그게 부족하군요…신경쓰지마세요…^^^
꼬마가 이쁘네요….아이만 보면 좋아지는 나이가 저도 되어갑니다..
그리고 고구마 농사는 아주 실한 수확이 계시길 기원 합니다…^^^
고운
2014-05-21 at 03:16
저도 요즘 부쩍 아기들에게 눈과 마음이가는데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저는 한이아빠 심정 정말 공감합니다
교문앞에서도, 수업시간에도, 걸핏하면
공연히 선생님께 머리끄댕이 많이 잡혔구요~
여름방학때 엄마 졸리서 까만염색하고 점점
그 물 다 빠지도록 총천연색으로 시위?했던적도 있어요
노랑머리, 아이노꼬, 튀기? 불란서인형등등
돐 지나도록 창피해서 문 앞에를 못데리고 나가셨다구요
노골적으로 흘깃거리는 눈길, 수군거림과 손가락질..
아버지를 많이 닮아서 유독 저만 하얀 피부에 노란 곱슬머리여서
엄마랑 제가 많이 힘들었던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