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방글 잘 웃는 아기는 주변을 평화롭게 하고

아기가 태어난지 서너달만 되면 조부모나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나가는데 우리 딸들은 직장보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그 좋은 직장을 다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큰딸은 외가나 친가나 통 털어 첫 아이라서 귀한 공주처럼 자랐고
아기같이 마음이 여리고 착한둘째는 모든 사람들로 부터 예쁨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공주이고 응석 많은 막내같은 딸들이과연 결혼하여 아기를 낳아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습니다.
결혼하면서 직장을 쉬는 큰딸 에게도, 임신을 해서도 직장을 다니던
작은 딸에게도 엄마로서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일이 많지만
직장을 다닐 건지 그만 둘 건지 결정하기 쉽지 않아서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한 이상 부부의 일이니까 각자 남편과 의논하여 결정하도록 놔두었습니다.
물론 내가 일을 하고 있으니 아기를 봐 주겠다고 하지도 못했습니다.
평소에는 딸들이 결혼해서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한다면 내가 손자들을
봐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큰딸은 네 살짜리 건이와 5개월 된 샘이, 두 아들을 기르는데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탠데 불평을 하지 않고
육아를 잘 감당하고 있어서 기특한 생각이 듭니다.
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 동안은 샘이만 대리고 있으면

훨씬 수월하지 않겠냐고 물어 봤는데.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 사고들,
선생님이 아기를 때렸다거나 발바닥을 바늘로 찔렀다거나
약을 먹여 재운다는 등 이상한 뉴스를 들어서 그런지
어린이 집에 공포심을 가지고 아이를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둘을 집에서 그냥 데리고 있더군요.
이젠 건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의사표현이 가능하니까
7월부터는 보낼까 계획하다는 군요.

샘이는 내가 "평화의 아이"라고 부르는데 아이가 신기하게 잘 웃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어제는 소아과에 예방 접종을 하러 갔었답니다.
샘이예방접종을 하면서 건이도 추가접종이 있어서 가야하는데 건이 아빠는 출근하고 집에 없고

혼자서 아이 둘을 대리고 소아과에 가면서 걱정이 많았답니다.
아기를 안고 진료실에 들어가자 건이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울 듯이 긴장을 하고 있는데
샘이는 아직 병원이 뭔지 잘 모르니 엄마 눈을 맞추며 방글방글 웃어서
의사선생님도 주사 놓기 미안해하시더랍니다.
"아가야 미안하지만 주사 콩 맞자. 예방주사를 맞아야 잘 큰다."
이러시면서 왼쪽 팔에 주사를 놨는데 샘이가 팔이 아픈지 잠깐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다시 활짝 웃더랍니다.
의사선생님은 "미안해 아가야 한대만 더 맞자." 이러시며 한대를 더 놨는데도
샘이는 잠시 울 것처럼입을 삐죽삐죽 하더니 금방 표정이 괜찮아지더랍니다.

형인 건이도 추가접종을 해야 할 것이 있었답니다.
건이는 동생인 아기가 울지도 않고 주사를 두 대나 맞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별거 아닌가 보다 하고 팔을 내밀었지만
꽤가 들은 어린이가 울지 않고 주사 맞는 일이 어디 쉽겠어요?

어른도 공포심 없이 주사 맞기가 쉽지가 않은데요.
그래도 동생 앞에서 울기는 체면이 서지 않는지 소리 내어 울지는 못 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떨어지면서도참고 잘 맞았답니다.
아기 둘이 소리 지르거나 울지 않고 점잔하게 주사를 맞고 났더니
의사선생님이 놀라시면서 아기 엄마를 칭찬하더랍니다.
형제가 주사 네 대를 맞으려면 소아과가 떠나가도록 울고 불로 난리가 났을 터인데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주사를 맞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마는 건이가 너무 기특하고
주사를 맞고도 방글거리고 웃는 아기가 너무 신기하다고 하시더랍니다.
엄마가 아기들을 어떻게 길러서 이렇게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냐고
의사선생님께서 딸에게 칭찬을 많이 하고 아이들에게는 비타민 사탕을
잔뜩 쥐어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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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나면서 부터도 샘이는 많이 울지 않고 잘 웃어서 예쁨을 받았습니다.
형이 다가와 귀를 당기고 괴롭혀도 그다지 싫다고 안하고
엄마가 형을 돌보느라고 손이 덜 가도 자다가 혼자 깨어 놀다가 다가가면 반가워하고
젖을 먹여 놓으면 혼자 자기 손을 들여다보고 손을 가지고 논답니다.
건이는 좀 까칠하고 예민해서 힘들어하며 키웠는데 샘이가 형 같으면 힘이
배로 들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동생이 태어나면서 건이도 혼자 잘 놀고 수월해져서 하나 키울 때나
둘 키울 때나 힘이 더 들지는 않는다고 하는군요.
오히려 샘이가 있어서 여러모로 평안하다고 말합니다.
옛날 어른들이 "애는 태어나면 다 키우게 마련이다." 그러셨는데 그때는 먹을 걸
걱정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직장 등의 문제로 키우지 못할 것을 염려해서
많이 낳지 않으려고 하는데 나면 다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평화의 아이 샘이처럼
특별히 뭐를 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평화롭게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사회가 훨씬 안전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군요.

순이

2 Comments

  1. 참나무.

    2014-06-11 at 10:44

    아침엔 사진이 없어서 좀 섭섭했는데…^^

    울 며느리도 따님처럼
    초등학교 갈 때까지만 회사 쉬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고 시어미 때문에 경단녀 되었단 원망 듣기도 그렇고 말이지요
    만약 딸이라면 강요하겠지만 …;;
       

  2. 푸나무

    2014-06-11 at 13:27

    아이구 샘이가 정말 예쁩니다.
    건이야 워낙 미남이고…
    근데엄마가 데리고 저렇게 잘하니
    아이들이 안정될수 밖에요. …
    그래도 유학비용이 좀 아깝긴 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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