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맥도날드 로고가 찍힌 종이 백 사진과 글을
식구들이 함께하는 카스에 올려놓았기에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큰딸은 시어머니와 이웃해 살고 있습니다.
시어머님이 반찬을 해서 들고 오면 식지 않고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시댁과 가까이 사는 것을 처음엔 불편해 하고 조금 어려워했습니다.
사부인은 연세가 있으신대도 생각이 젊고 착하시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셔서 남편이 돌아가셔서 혼자 사시면서 아들을 옆 동으로 살림을 내셨습니다.

그러고는 신혼 초부터 시어머님이 반찬을 해다 주었습니다

생후 5개월이 된 샘이가 뒤집기 시작하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줄고
안아달라고 하면서 아기가 누워만 있을 때 보다 점점 더 손이 많이 갑니다.
4살 건이는 책 읽어 달라, 함께 놀아 달라 하면서 매달립니다.
작은 아이 씻겨서 젖 먹여 재우고 나면 큰아이 밥 먹이고 씻겨야 하고
일일이 대꾸해 주어야 하고 함께 소꿉장난을 놀아줘야 하니
정작 큰딸은 밥 먹을 시간도 잘 없다고 합니다.
먹는 것도 그렇고 씻을 시간도 없어서 남편이 퇴근한 뒤에 두 아이를 맡겨야
비로소 화장실에 가서 십분이라도 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어려움을 왜 모르겠습니까?

몸도 가늘고 멋내는 걸 좋아하는 딸이
"엄마 난 저녁에 세수하는 여자야." 이러면서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어쩌다 한번 가서 건이네 식구와 외식을 나가면 나는 밥을 서둘러 먹고
샘이를 업고 나와 딸이 밥 한 끼라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정도입니다.
“엄마 애보는 것 보다 김매는 게 좋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요즘 들어 큰딸은 이런 말도 합니다.

전문직이야 자기 분야 일만 하면 되지만 육아는 전천후 노동이거든요.
아이를 영양 균형에 맞춘 음식을 해 먹여야지요.

가르쳐야지요. 놀아 줘야하지요. 재워야지요.예방접종 때맞춰 해야지요.
씻겨야지요. 입혀야지요……

사람은 동물보다 정말 늦되어 사람 손에서 큽니다.

사부인은 자녀를 네 명이나 기르신 분이라서 며느리가 애 둘을 데리고

쩔쩔매는 모습이 밉게 보면 한없이 밉게 보일 수도 있는데

뭐라도 먹이려고 애쓰는 사부인은 정말 천사 같은 분입니다.
옆에 사시면서 늘 반찬을 해다 주어 밥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수시로 김밥이나 떡, 만두 등도 사다가 주신다고 합니다.
잠실에는 새마을 시장이라고 재래시장이 있어서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싸고 물건이 좋다고 일부러장을 봐서 감자를 삶아다 주시고 고구마를 구워 주시고
금방 찐 옥수수를 사다가 주시기도 한다는 군요.
아기 젖먹이고 큰아들 돌보느라 밥 챙겨 먹을 시간이 없는 며느리의 사정을
이해하고 간식을 대는 시어머님이 정말 대단합니다.
난 아들이 없지만 만약 며느리가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자신 없는 일입니다.

며칠 전에는 사부인이 건이를 대리고 공원에 나가셨다가 돌아오면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70대 중반의 어른이 패스트푸드점에 손자 손을 잡고 들어가긴 했는데
뭘 사야할지 몰라서 "여기서 젤 비싼 것으로 주세요."하셨다는 군요.
딸들과 가끔 맥도날드에 가는 나도 뭘 주문해야 할지 잘 몰라서
메뉴판을 한참씩 쳐다보다가 주문하기 쉬운 세트 메뉴를 시키는데
사부인은 맥도날드에 들어가시는 것도 어색하셨을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햄버거를 좋아하고 아이 둘을 키우느라 밥 먹을 시간도
잘 없는 것을 아시니까 색다르게 햄버거라도 사다 먹이려는 생각으로
맥도날드에 들리신 사부인의 마음 씀이 너무도 감동입니다.

건이 엄마도 햄버거를 받아들고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 어머니께 더 잘해야지 하는 각오를 했답니다.

햄버거라니요!
70대 중반의 어른이 앉아서 차려드리는 식사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젊은 며느리에게 햄버거까지 사다주시는 시어머니 너무 멋집니다.

며느리 먹이려고 이것 저것 궁리하시다가 햄버거를 생각해 내신 겁니다.

뭘 선택할지 몰라서 젤 비싼거로 주세요 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우리 집 맥도날드 할머니!
친정엄마 보다 훨씬 다정하고 훈훈합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