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이건그룹에서 올해로 25회째 매년 하고 있는 음악회입니다.
“아름다운 생활을 창조하는 최고의 기업”을 가꾸는 이건그룹에서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하는 음악회로 기업이 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이건 음악회에 참석해 보면 이건회사가 달리 보입니다.
이건 직원들이 더운 날씨에도 검정색 양복에 오렌지 색 넥타이를 매고
음악회 안내를 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간부급직원의 모습도 있고 젊고 앳된여직원도 보입니다.
회사 사무실이 아닌 공연장에서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공연장 곳곳에 서서 질서를 유지하고 티켓을 배부하고
인사를 하고 안내 하는 모습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회사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한 번씩 하게 되면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음악회를 통해 활력과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나도 늘 가는 아람누리지만 특별히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아람누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휴대폰 메시지로 받은 바코드를 종이티켓으로바꿔야 하는데 도착순서대로
앞자리부터 배정을 한다고 해서 좋은 자리를 얻으려고 부지런을 떤다고 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음악애호가가 많아서 오후 8시에 시작하는 음악회를
오후 6시부터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7시에 간 나에게 배정된 자리는 가운데가 아니라 왼쪽 뒤편이라 연주자 다섯 명이
대각선으로 멀리 보였고 자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람누리 하이든 홀은 아담하고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 음향이 좋습니다.
몇 년 전 지인의 초청으로 이건 음악회에 참석한 이후
이건 블로그에서 보내오는 메일을 수신하고 있는데
올해는 베를린 필하모닉 윈드퀸텟의 연주가 있다고 하여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기까지 하면서
베를린 필하모니 목관오중주 연주를 기대 했습니다.
이건음악회는 잘 알려지지 않는 연주자이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분을 발굴해 연주를 하게 한다든가
연주자가 유명하면 유명하지 않은 곡들을 선정하여 연주회를 합니다.
이번에 베를린 필하모니 윈드퀸텟의 목관 오중주로 연주된 곡들은 현대작곡가의
음악들이라서 작곡가 이름도 처음 듣는 낯선 음악임에도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유명 연주자가 유명하거나 익숙한 곡을 연주하면 좋을 듯한데
가볍지 않은 레퍼토리에 조금은 버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듣게 됩니다.
공짜 티켓을 얻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들으려고 온 사람들의 기대보다는
난해하고 어려운 곡이 선정되어 청중들이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 음악회는 연주자들이
베를린 필의 단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윈드퀸텟”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상설연주단체로
1988년 창단된 목관 5중주 앙상블입니다.
이 연주단체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명지휘자들을
거치며 베를린 필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온 살아있는 역사라는 소개를 읽었습니다.
연주자는 베를린 필의 역사 한가운데 있는 오랜 연주자 들입니다.
목관 악기는 오케스트라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이하고 아름다운 음색입니다.
모차르트의 “자동연주 오르간을 위한 판타지”와
리게티의 “목관 5중주를 위한 6개의 바가텔” 등
네 곡을 연주하고 앙콜로 두곡을 더 연주했습니다.
그중에 아리랑 연주를 들을 때 목관 오중주의 아름다음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연주는 “순수”하고 “섬세”하고 “정확”했다. 라는 평론가의 평가가 있지만
불협화음을 내는 현대 음악을 들으면서 순수나 정확 같은 것은 내 귀로 감지하기엔
역부족이고 난해했습니다.
그들은 약간의 퍼포먼스도 했는데 연주 중에 갑자기 우리나라 태극기를 꺼내
잠시 흔든다거나 연주자 다섯 명중 두 명을 남기고 세 명이 퇴장하여
무대 뒤에서 연주를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고 나자 세 명을 남기고 두 명이 퇴장하는
모습이 있어서 대부분 관객이 처음 듣는 음악이라 연주자가 일어나 나가자 끝났나 하고
박수를 치자 호른 주자가 음악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콜 곡으로 연주된 아리랑 한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클라리넷과 오보에 플룻 바순 호른의 음색을 가까이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음악회였습니다.
목관오중주는 플룻,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호른이 합주하는 형태입니다.
기본적으로 플룻은 고음역을, 클라리넷은 중간 음역을, 오보에는 선율,
바순은 저음역, 호른은 박자를 담당하지만, 변화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호른은 금관 악긴데 왜 목관 오중주에 들어가나 해서 찾아보니
목관으로는 약간 부족한 음량을 채우기 위하여 호른이 가운데서 연주된다고 하는군요.
CD로 듣는 것은 실내악이 좋지만 공연장에서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이
자는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고 좋습니다.
언젠가는 베를린 필의 심포니 연주를 들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한국에서는 티켓이 너무 비싸서 웬만해서는 가기 어려워 벼르기만 합니다.
그런데 공짜로 베를린 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윈드퀸텟의 연주를
이건음악회 덕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