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아기를 맞기고 외출하는 엄마 심정은

토요일 오후 한이 엄마가 외출을 하기로 예정 되었습니다.
며칠 전 부터 한이를 어떤 방법으로 한이 아빠가 돌 볼 것인가를 의논했습니다.

한이 엄마와 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귀국해서
오랜만에 친구 몇 명이 강남에서 만난다고 했습니다.
아이 출산 후에는 혼자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한이를 때어놓고
가기도 그렇고 데리고 가기도 그러니까 외출을 망설이자
한이 아빠가 아이를 봐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적극 권해서
약속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아직 미혼이 대부분이고 한이 엄마가
유일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습니다.
딸 두 명을 외국에 유학 보낼 때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보다 나은 삶,
적극적이고 딸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바라서였지만
두 딸이 다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딸이 외국으로 간지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서른 즈음이 되자
나는 못 견디게 초조했습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해야지 해외에 머물거나 직장을 고집하면
결혼이 늦어질 것 같아서 망설이는 두 딸을 강권하여 귀국을 시켰습니다.
귀국하자 서둘러 결혼을 시키고 딸들도 부지런히 아이들을 낳고 해서
할머니가 되고나니 요즘 들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슬금슬금 듭니다.
두 딸의 공부가 어느 정도 끝나고 그곳에서 취업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우겨서 귀국을 시켰으니까 책임도 있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국제 면허를 가지고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기반이 닦였는데 우리 딸들만 뒤쳐지는 것 같아서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함께 MBA를 한 친구는 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을 따서 비행기는
비지니스 석만 타고 다니고 홍콩이나 영국 등 해외 출장을 다닌다며
자주 소식을 전해 와서 우리 딸이 부러워하더군요.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읽다가 친구가 영국에 출장 가 있다고 해서 부럽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나는 네가 젤 부럽다."고 하더랍니다.
실속 없이 해외로 바삐 돌아다니지만 언제나 젊은 것도 아니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직장에서 밀려 날 텐데 결혼도 늦어지고
자녀도 없어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입니다.

결혼해서 사는 딸은 친구의 출세가 부럽고 출세한 친구는 가정을 이뤄
아이 낳고 사는 우리 딸이 부럽고 그런 가 봅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배우자를 만나고 젊을 때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은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욕구를 포기해야 하는 일입니다.
가정과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서 하려면 슈퍼우면이 아니고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직장이냐 육아냐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는데
우리 딸들은 육아에 올인 하느라 직장을 포기했습니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직장에 복귀하면 경력단절로 인하여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어린이 집에 아이를 맡기거나 조부모등이 아이를 맡아 기르고
직장을 계속 다니게 되는데 거기에 따르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살면서 늘 선택의 어려움에 쳐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난 보편적인 삶의 행태를 따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안일하지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이 아빠는 한이를 잘 데리고 놉니다.
한이는 아빠가 회사에서 퇴근해서 오면 신발도 벗기 전에
매어달리며 같이 놀자고 합니다.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가면 따라 들어가고 옷 갈아입으려고 해도 따라 다닙니다.
그러니 아빠와 아들이 몇 시간 노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아이를 놔두고 외출을 하려는 한이 엄마가 더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만 24개월이 지나서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주는 대로 받아먹어서
먹는 걱정도 없고 말귀도 어느 정도 통해서 설명을 하면 알아듣기도 합니다.
남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들을 따돌리고 외출을 해야 했던 딸은
한이와 한이아빠가 목욕을 하는 틈을 타서 집을 나갔습니다.
목욕을 하고 있는 사이 한이엄마는 외출을 하고
목욕을 마치고 나온 한이 부자는 세탁기에서 다 된 빨래를 꺼내서
노래를 하면서 널어놓고 둘이서 놀러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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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둘이서 사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럭저럭 한이 엄마가 주엽역에 도착이 된다고 해서 픽업해서 들어왔더군요.
한이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한이 아빠와 한이는 둘이서 오붓하니 재미있게 지낸 주말이었습니다.
한이 엄마는 친구들에게 아이 키우는 이야기와 뱃속의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들이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서로 애 키우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는데 결혼 안한 친구들은 무슨 자격시험을
또 본다고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공부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니 서로 생활이 다르니까
여전히 친구들과의 대화는 즐겁긴 해도 그렇게 조금씩 관심이 달라지더라고 합니다.

저녁 늦게 세 식구가 만나 즐겁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니
단독 외출의 멋진 성공 보다는 부자가 어떻게 지냈는지가 더 이슈이고
한이가 대화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한이 엄마는 한이가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놀았다는 것에 안도하기 보다는
서운해 하는 눈치입니다.

한이가 엄마를 한 번도 찾지 않고 아빠랑 잘 논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밤낮없이 함께한 엄마의 부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아들에게서

배신감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들어오면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친구들에 비교 하여 혹시 자신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우리 딸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만년 중년 !!

    2014-07-29 at 02:08

    순이님 너무부러워하릿ㄹ일이절대없읍니다

    요즘처럼 항공기사고가빈빌하는 시기에는

    어느비행기가 미사일에 폭파될런지는 아무ㅡ도 모릅니다

    곁에서 순이님이보아주는 따님이행복한것입니다 제생각입니다만

    너무책하시지는마시지요 죄송합니다 주제넘게나서서

       

  2. smile

    2014-07-31 at 15:58

    댓글 수준하고는…윗 분 댓글 심히 불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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