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향악단의 수준이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경쟁이 많아진 만큼 열심히 합니다.
서울시향을 비롯해서 KBS교향악단. 부천시향, 경기필하모니
코리안심포니 등등의 단체들이활발하게 활동하고 지자체에서 열심히 후원하고
지방에도 공연장이 많아진 만큼공연도 많이 열리면서 경쟁력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선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시리즈가 열렸습니다.
최희준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러시아의 거장들인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런 오케스트라단은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최희준 지휘자는 지휘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가늘고 긴 체격이라서 더 날렵해 보이기도 했고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 중에서 ‘폴로네즈’를 서곡으로 연주했는데
옆으로 앞으로 스텝을 가볍게 옮겨가며 지휘하는 모습이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지휘자가 음악에 몸을 싣고 지휘봉을 흔드는 모습이 춤추는 듯 했습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와 더불어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바이올리스트 김수연씨가 협연했습니다.
바이올린의 여제라고 불리는 정경화가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한다는
김수연의 연주는 폭발적인 열정이 있어서 관객들이 반했습니다.
에너지가 있고 자신감 넘치는 연주는 그의 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어울리고 코리안 심포니와 지휘자 최희준씨와 더불어
완벽한 호흡으로 연주를 멋지게 해 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곡이라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악장 시작 부분에선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비창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고 졸리는 듯 슬픈 듯 외로운 듯
한참동안 바이올린 독주자가 외줄타기를 하다가 한꺼번에 오케스트라가 함성을 지르듯
화답을 하는 곳에서는 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아쉬운 것은 바이올리스트의 드레스코드입니다.
잔뜩 기대를 걸고 김수연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는데 걸어 나오는 모습이
어깨가 잘 발달한 씨름선수가 바이올린을 들고 등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전 같은 곡을 연주한 정경화를 떠올리면 드레스가 화려하고 풍성해서
연주자의 온 몸에서 음색이 품어져 나오는 듯 했습니다.
김수연의 아무 장식이 없는 무채색의 드레스는 검정색옷을 입고 배경으로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 속에 파묻혀 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조지만 화려한 음색에 어울리게 앙드레김 풍의 드레스 까지는 아니더라도
밝은 색감의 드레스를 입으면 무대가 더욱 빛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 같기도 하고 나비 같기도 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은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씩씩하고 힘 있는 모습으로 연주하는 남성적인 연주도 필요하긴 하지만
소프트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음색에 어울리는 화려한 드레스도 시도해 볼만 합니다.
유도선수 같이 보이는 모습은 연주자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연주자의 드레스 코드는 악기와 함께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독주자는 주인공 역할에 맞는 돋보임이 있는 옷차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람누리 하이든홀은 1000여명 들어가는 아담한 공연장이고
어디에 앉든 시야가 좋고 음향이 좋습니다.
물론 로얄석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층 구석진 자리도 괜찮습니다.
일산에 아람누리가 생기고 부터는 돌체를 드나들던 사람들이 아람누리에 모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돌체가 주말마다 하던 연주회를 못하고 그곳에서 만나던 멤버들은
약속하지 않아도 아람누리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친밀하게 음악이야기를 하던 때 보다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악회장을 가면 서로 만나게 되는데
그게 신기해서 서로 웃기도 합니다.
만나면 공연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안부도 묻고 하지만 잠시 후엔 서로 아무기약도 없이
헤어져도 다음 음악회 땐 또 만나게 되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눈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이 음악회장엔 누구는 와 계시겠다 그런 확실한 느낌도 있습니다.
언제 돌체 멤버들이 만나 식사라도 합시다. 말은 꺼내지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돌체 후원회 회장 내외분과 골드미스, 홍원장 등 하이든 홀 로비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음악이 연결해 주는 인연들입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