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구라도 토 달지 않고 수용하면 모두가 평안해”
아래에 쓴 이야기의 연결입니다.
아기가 입던 한복을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주고 난 사소한 일이지만
이런 작은 일이 어긋나면 감정을 다칠 일인데 잘 해결했다 싶어서
아래 글도 썼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연속해서 시험에 들 일만 생겼습니다.
아주 사소한 평화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달 부터 한이가 우리 아파트 일층에 있는 어린이집엘 다닙니다.
한이 엄마가 까꿍이를 임신하고 있어서 몸이 힘드니까 한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
서너 시간이라도 놀다가 오게 하는데 의외로 한이가 잘 가서 놀다 옵니다.
어린이집에 가서 놀다가 오면 어른들께 존댓말 하는 것도 배워 오고 노래도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려 노는 모습이 보여서 어린이 집에 보낼 만 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어릴 때는 되도록이면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것이 맞지만
이미 두 돌이 지났고 큰딸이 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동생 샘이를 낳을 때까지
집에만 대리고 있다가 동생이 태어나니 건이가 엄마랑 떨어져 있는 것을 배우지 못해서
모자가 몹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한이는 엄마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연습할 겸
한이 엄마도 좀 쉬기도 할 겸해서 어린이집엘 보내는데, 은근 학부형 노릇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아이가 눈에 띄게 질서를 배워 와서 보기도 좋습니다.
집에서 엄마나 할머니하고만 있으면 응석이 많고 협동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어린이 집에 보내라고 주변에서 얘기할 때
세 살짜리가 무슨 사회성인가? 하며 웃었는데
또래들과 놀면서 양보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 일층이다 보니 엄마가 가까이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서인지 한이가 잘 놀다 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한이 엄마와 알림장을 써서 매일 주고받는데 어제 알림장에
선생님이 "수요일까지 한복을 보내주세요." 이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이가 입던 한복은 일본 시이모님 댁 손자가 입겠다고 해서 보내고 없는데
당장 이틀 후에 한이 한복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한이 엄마가 어린이집에 한이 한복을 보내야 하는데 어떡하느냐고 걱정을 하기에
한이 한복 하나 새로 사자고 하면서 한이를 대리고 즉시 집을 나섰습니다.
명절에 재롱으로 아이 한복을 입히면 좋지만 없으니까 이번 추석은 건너 띄고
설에나 한 벌 사 입힐까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오라니 당장 필요했습니다.
이마트에 가서 사자하고 택시를 타고 풍산에 새로 생긴 풍산이마트에 갔더니
마침 9월 1일로 휴무였습니다.
대형 할인점은 1일과 15일이 정규 휴일인 생각을 못했습니다.
풍산이마트는 새로 생겨서 물건이 싸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쇼핑하기 좋다고 해서 겸사겸사 갔는데 휴무라 어쩔 수 없이
택시기사에게 뉴코아를 가자고 했습니다.
무뚝뚝한 택시기사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말을 못하시는 지
풍산이마트를 향해 유턴을 했다가 이마트를 끼고 아파트 입구까지 들어가
다시 돌아서 나오는 등 태도가 느릿하고 반응이 없어서 슬그머니 화가 났습니다.
네, 아니요. 간단한 대꾸 한마디만 해도 좋으련만 과묵한 운전기사는 앞만 보고 가기에
"뉴코아로 가 주세요." 다시 말했더니 또 대답은 없는데 우리 아파트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것으로 봐서 뉴코아를 가나 보다 하고 타고 있었습니다.
대답에는 인색했지만 그래도 뉴코아 앞에는 내려주더군요.
쌈직한 한복 한 벌 사려고 택시비가 콜 비용까지 합해서 만원가까이 들었습니다.
뉴코아 6층인가? 어린이 한복 코너에 갔더니 한복이 있기는 한데
한이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었습니다.
1호도 있고 5호도 있는데 하필이면 한이에게 필요한 3호만 사이즈가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5호를 입혀봤더니 커서 도저히 모양이 나지 않습니다.
물려 입힐 동생이 있는데 굳이 큰 사이즈를 살 일도 아니 구요.
한복 파는 아주머니는 “ 아이에게 맞는 옷을 입힐 라면 서둘러왔어야지
사이즈가 다 빠진 담에 오니 그렇지 않냐고? “ 은근 나무라기까지 합니다.
한이는 한복을 입히니까 짜증을 내고 한이 엄마에게 투정을 하니까
한이 엄마도 기운이 딸려 힘들어 보였습니다.
한복 사는 것은 포기하고 어린이 놀이터가 보이기에 들어가서
한이 미끄럼을 태우고 오백 원 동전을 넣고 타는 자동차를 태우며 기분을 전환해서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한이 보다 큰 외국아이가 다가와 한이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 억지로 올라와서 핸들을 빼앗아 저가 한다고 한이를 울립니다.
마음 약한 한이 엄마는 뭐라고도 못하고 한이를 안아서 내리니
아이는 더 소리를 지르고 울고 한이 엄마도 나도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 후에 아이 엄마가 쫒아와 미안하다고 하는데 아이가 그러는 걸 뭐라고 하겠어요?
한이를 대리고 서둘러 집으로 왔습니다.
한복도 못 사고 왕복 택시비만 버리고 아이는 울리고 택시기사는
너무 반응이 없고 이래저래 불쾌지수만 높아진 것입니다.
한복 한 벌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었습니다.
수요일엔 한이 한복을 싸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서
화요일에 퇴근해 오면서 홈플러스에 들려 한이 한복을 샀습니다.
다행히 3호 사이즈가 남아있고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한복은 29000원 모자는 7000원입니다
합계가 36000원으로 이렇게 훌륭한 한복을 한 벌 장만해서
내일 어린이 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불협화음이 일번 했는데 잘 넘어갔습니다.
소소한 평화를 유지하는데도 여러 시험거리가 있더라니 까요. ^^
한이에게 입혀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이 엄마가 한복 입은 사진을 한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보내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누구 손잔지 잘 생겼다." 이러시고
할머니는 "추석에 오면 내가 사주려고 했는데, 미안하다." 그러십니다.
뭔가 어긋나려고 하면 조금조금 박자가 안 맞아서 속을 썩이기도 합니다.
월요일엔 나도 짜증이 나더군요.
별것도 아닌 싸구려 아이 한복 한 벌 가지고 여러 번 고비를 넘겼습니다. ㅎ
순이
trio
2014-09-02 at 16:57
요즘은 애기들 한복도 너무 예쁘게 만드는 것같아요.
손자 사랑에 행복하신 순이님….
이곳에서는 추석도 ‘머나먼…당신…’이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