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열정이 있는 곽영일 영어강사

유명한 영어강사 곽영일 선생님이 병원에 오셔서

직원들을 위한 영어 특강을 하셨습니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신겁니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
영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동글동글하고 쾌활한 이미지는 그대로인데 어느새 연세는 좀드셨더군요.
그래도 말소리는 또랑또랑하고 강의에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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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존대 말로 해야 성공한다.”
이런 주제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예로 들어 주는데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한 장면과 최신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여 주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4년에 만든 로마의 휴일에서는
잠에서 깨어난 공주가 겁에 질려서 낯선 남자에게 ‘여기가 어디냐?’ 고 묻는 장면입니다.
Would you be so kind as to tell me where I am

최근 영화 비긴 어게인 중에서는
여자 팬들이 유명해진 남자 친구와 사진을 찍자고 하며
Would you mind taking our Photos?

이런 장면입니다.

특강 한 시간으로 영어회화에 무슨 큰 변화가 있겠습니까만
곽영일 선생의영어에 대한열정과 언어에 대한 철학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에릭 호퍼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에릭 호퍼는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인데도 대학교수를 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안고 있다가 바닥에 잘못 떨어뜨려 머리를 다친 후에
에릭 호퍼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되자 어머니는 죄의식에 돌아가셨고
에릭 호퍼는 청소년 시절 무슨 이유에선지 눈이 보였습니다.
눈이 보이자 언제 다시 안보일까 걱정되어 눈이 보일 때 독서를 하자 싶어서
밤 낮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답니다.
부두 노동자를 하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그분의 책 ‘길 위의 철학자’에 잘 나와 있습니다.
에릭 호퍼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용한 언어가 고급스러웠고 존대 말을 사용했답니다.
그런 연유로 학력은 전무하지만 대학교수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세 살짜리 아기를 봐도 존댓말을 쓰면 더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 조그맣고 예쁜 입으로
‘선생님 먼저 드세요.’
‘할머니가 해 주세요.’
‘할머니 놀이터 갈까요?’
이러면아기의 요구를 절대 거절 못합니다.
열일 젖혀놓고 아기와 놀아주게 되는 것입니다.

영어는 존댓말이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정중한 표현이 있다는 것을 배우니
짧은 한 시간이지만 정말 유익했습니다.
곽영일 선생님은 고려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노래도 잘 부르셨습니다.
옛날에 불렀던 노래도 한곡 선생님과 같이 불렀습니다.
존 댄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를 기타반주에 맞추어 부르는데
옛날 발음 그대로 후렴 부분의

컨츄리 로드 / 테크 미 홈/ 투 더 플레이스~
하는데 어깨가 절로 들썩여 지면서 흥이 났습니다.
수업시간이 딱딱한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20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곽영일 선생님이 강의를 끝내면서 질문 있으면 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선생님께 나이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how old are you?
이렇게 물으면 좀 건방져 보일까봐
Would you be so kind as to tell me how old you are?
이렇게 물어보면 될 것도 같은데
정말 기적처럼(!) 나는 헬로우 소리도 입 밖으로 내서 하지를 못합니다.
눈으로는 대강 따라 읽는데 목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온 영어는 없습니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곽영일 선생 프로필을 찾아 봤는데 한군데도
나이를 언급한 곳이 없더군요.
저 한마디를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를 합니다. ^^

작년 싱가폴에서 열린 IBM연래회의에서 발표된 내용 중
현존하는 모든 정보의 2/3 는 최근 3년간 생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식도 반감기(half- life)가 있고
과거에 알았던 지식과 정보는 현실에 안 맞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단인 어학조차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 근대적인 방식의 학습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배웠던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평생 영어만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훌륭해보였습니다.
나도 영어 때문에 오랜 세월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다이젠 "모국어인 한글이라도 바르게 쓰고 살자"

이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있지만

강의가 끝나고 곽영일 선생의 최신판 영어 회화 책이 있기에 한권사서,

저자 친필사인을 받았습니다.
우리 손자에게 영어가르칠 일이 있으면 쓸까 해서요. ^^

순이

5 Comments

  1. 오드리

    2014-10-08 at 14:37

    좋은 병원인가봐요. ㅎㅎ   

  2. 벤자민

    2014-10-08 at 22:33

    정말 어느병원인지는 몰라도 직원들을위해
    저런자리를 마련해준다게 훌륭하군요

    영어도 말이다보니 정중하고 예의바르게쓰면좋겠지만
    특별한 공식행사나 특별한 신분의 상류사회가아니면은
    would be so kind as to tell me where I am
    저런표현을하면서 살기가 사실 쉽지가않읍니다
    공주다운 표현이지요^^

    영어는 한국말보다 의사전달이빠르다는 장점이있읍니다
    세칭 한국말은 끝까지듣어봐야 말을안다는 말이있죠
    건데 영어는 어순상 몇마디하면은
    벌써 상대방 의사를 알수있는 속도가빠른 장점이있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살아갈수록 오고가는 영어대화가 짧아짐을느낍니다
    사실 여기사람들도 긴표현 잘쓰지않읍니다

    그렇지만 정중하고 좋은표현 잘쓰고살면
    아무래도 수준있어보이고 점잖아보이겠지요 ^^
    훌륭한강사님의 좋은강의같읍니다
    사실 전 첨듣고 본분같읍니다만   

  3. 해군

    2014-10-09 at 04:19

    직원들에게 영어 특강까지 하다니 대단하네요
    혹시 영화 특강은 안 하시나요?ㅎ    

  4. 축구선수

    2014-10-09 at 04:33

    벤자민님 말씀이 맞아요. 외국 사람들은 대체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아요. 의사소통의 원할함이 더 우선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것에 얽매이다보니 더 회화 실력이 제자리인 것같습니다.   

  5. dotorie

    2014-10-10 at 21:19

    벤자민님과 축구선수님 말씀에 공감 입니다.

    애들이 말 배울때 "Would you be….?" 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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