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사람들이 많지만 늦은 밤 응급실도 붐벼

예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 가보면 사람들이 많은데 놀랍니다.
그런 장소엔 사람들을 일부러 불러 모은 곳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병원 응급실 같은 곳도 갈일이 잘 없을 것 같지만 가보면 그곳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언젠가 늦은 밤(자정 무렵) 동생과 함께 대구를 다녀오다가 올림픽대로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시간까지 통행량이 많아 차들이 서행하는 것을 보고
"난 어쩌다 일이 있어서 늦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늦은 시간에 뭘 하고 다니는 걸까?"

이런 말을 했더니“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한다.”며 동생이 웃었습니다.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올까 하지만 그런 장소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고
복잡한 것을볼 수 있습니다.
저녁시간 응급실이라고 해서 사람이 없거나 조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틀 전에는 오후 8시쯤 되었는데 큰 딸이 전화를 했습니다.
병원 인증 준비 때문에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엄마~"하는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습니다.
놀라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건이가 다쳤다고 했습니다.
베란다에서 놀다가 창틀에 손가락이 끼었는데 피가 많이 난다고 놀라서
전화를 한 것입니다.
상처가 크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겠기에
응급실이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마침 건이 아빠가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있는 사이에
건이 혼자 베란다에 나갔다가 그런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건이가 손을 창틀에 넣은 상태에서 문을 닫다가 새끼손가락이 끼었는데
새시의 무게에 손가락이 으깨졌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아산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송파에 있는 빠른 병원을 소개해 주더랍니다.
아기 한이는 옆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맞기고 건이 엄마는 건이 손에서 피가 나니까
지혈을 위해 손가락을 부여잡고 건이 아빠는 운전을 해서 빠른 병원으로 갔더니
여러 바늘을꿰매고 치료를 해 주더랍니다.
건이 엄마가 치료를 마쳤다고 전화를 하는데 옆에서 악을 쓰고 우는 소리가 나서
얼마나 놀라고 아프면 울까 가슴이 철렁하고 속이 상해서
"건이가 아파서 그리 우나?" 물었더니 다른 아기 울음소리라고 합니다.
어떤 아이는 다리를 다쳐서 인대가 드러날 정도이고
어떤 아기는 머리에서 피가 나고
어떤 애는 팔을 다쳐서 왔고…….
전화기 너머 응급실은 아이들 울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우리 건이는 응급실에 온 아이 중에 가장 경미한 사안이라며
다른 아이 다친 것을 보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조금 전 전화 할 때 보다는 건이 엄마의 두려움은 좀 나아져 있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빠른 병원이 있었는데

모르고 강남병원과 아산병원을 돌아서 빠른 병원으로 갔는데

소아 외상치료 전문 병원이더라고 했습니다.

"그래 애들이 다 다치면서 큰다. 애들 키우려면 하루에도 열두 번 놀란다,
그만하기 다행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재워라."
저녁밥을 먹다가 혼비백산한 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아들만 두 명이다 보니 벌써 형제의 장난이 보통 아닙니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밀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서로 빼앗으려고도 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엄마가 말리고,

달려가 끌어안고, 넘어지는 걸 잡아주고 하지만 작고 큰 사고는 늘 가까이에서 벌어집니다.
이번 사고는 그중 큰 사고라 온 식구가 놀랐습니다.
건이의 연한 깨끼 손가락이 문틈에 끼어 살이 터져서 여러 바늘 꿰매긴 했지만
다행히 뼈는 괜찮다고 해서 조금 안심이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꿰매놓은 상처가 잘 아물고 손가락 기능에는 이상이 없어야 하는데 근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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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는 요즘 선교원에 다니면서 노래도 잘하고 재롱도 늘어서 기쁘게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의 사고로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2주일 씩이나지내야 한다고 하는 군요.
선교원에서 허수아비 놀이를 배우고 부터는 엄마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꼭 허수아비 흉내를 낸답니다.
바로 서서 찍으면 좋겠다고 해도 허수아비가 재미있다나요?
그런 사진을 보내오면 정말 귀여워서 몇 번씩 보게 됩니다.
손자만 있다가 보니 딸 키울 때 하고는 상황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남자아이들이 확실히 더 활동량도 많고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한 듯합니다.
책을 보거나 인형만 가지고 조용하게 놀던 우리 딸들인데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나 포크레인 소방차 같은 것으로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장난이 심한 아들 둘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엄마니까 잘 해 내겠지요.

어디든 사람이 많지만 늦은 밤 응급실에도 여러 사고로 환자가 많은 것에
건이 엄마가 놀랐다고 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친절하게 치료해 주는 병원과 의사선생님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건이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에 사고가 나서 빨리 병원으로 갈 수 있었고
뼈는 다치지 않았고 시어머니가 가까이 살고 계시고 당황한 중에도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 많다며 다행스럽고 감사해 했습니다.
난 내 딸이 아들 키우느라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지만
모든 상황을 감사하며 대처하는 모습이 의젓해서 예뻐 보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고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응급실을 가야하는 사고는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참나무.

    2014-11-12 at 14:16

    얼마나 놀래셨을까요
    저도 남의 일 같지않네요
    그래도 말씀대로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근데 큰따님 아기가 건이고 건이 친동생도 한인가요.?
    한이는 함께 사시는 작은 따님 아기 아닌가요? 곧 둘째동생을 볼?

    헷갈려서 한참 읽었네요…ㅎㅎ
       

  2. 윤석현

    2014-11-12 at 23:45

    우리나라 응급실은 언제나 나아지려는지, 거기 한번가면 우리나라병원의 현주소를 알게됩니다. 아픈사람 천지인데, 진료보는사람은 새파란 인턴이요,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후진국형 진료시설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존재하는건 왜일까요?   

  3. TRUDY

    2014-11-23 at 03:47

    미국서 한국 프로그램을 습관처럼 자주 보는데
    의료진들이 한결같이 새파란 젊은 남녀더군요.
    의사란 직업이 공부를 오래해야 되는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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