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회갑타령 하는 건 민망한 일이지만

회갑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집안 어른의 만 60세 생일이 되면 회갑 또는 환갑이라 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당시 60세 이상은 장수를 뜻하므로, 자손들은 이를 영광스럽게 여겨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생일을 기념하였다.
잔칫날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병풍을 치고 회갑상을 차려 집안 어른의 장수를 축하하고,

술을 올리고 절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이러한 회갑 잔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50년 전 (1960년대 초) 환갑을 맞는 일은 대단히 축하받을 일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60세를 살기 어려웠던 때라서 일겁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70년 62세
1980년 65.7세, 1990년 71.3세, 2010년 81세로 수명이 늘어났습니다.
전쟁이나 위생상태 때문에 전염병이 만연하고 질병을 치료할 약이 없었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서 평균수명이 60세를 넘지 못할 때 회갑을 산 것은
장수를 누린 복 많은 노인이라고 해서 잔치를 크게 벌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자손으로서 부모님의 회갑을 차려드리는 것을 인생의 큰 낙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회갑상.png

(다음 사진자료에서 가져옴)

어릴 때 내가 본 회갑잔치의 풍경은 이랬습니다.
환갑을 맞은 분의 자녀들은 부모님의 환갑이 돌아오기 몇 해 전부터
형제끼리 계를 해서 목돈을 모았습니다.
국가가 가난할 때라 개인의 삶도 너나없이 가난하기에
환갑잔치를 치르기가 여간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계를 해서 모았던 것으로 아랫대가 한복을 같은 색으로 곱게 맞추어 입습니다.
며느리는 며느리끼리 딸은 딸끼리 사위와 아들도 똑같이 한복을 맞추어 입어서
마당에 천막을 치고 멍석을 깔아놓고 손님을 맞는데, 모인 손님들이
자녀와 배우자 그리고 손자 손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환갑잔치는 환갑을 맞은 당사자와 배우자 그 자손들이 주인공입니다.
잔치를 크게 하는 집에선 돼지를 잡고 기생이나 노래하는 분을 초대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상을 크게 차리고 병풍 앞에 비단 한복을 입혀드려 앉혀놓고 자녀들이 절을 올립니다.
일찍 결혼하는 때라 손자가 있고 빠르면 증손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50대 분들은 자신도 그런 환갑잔치를 벌일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했습니다.
자녀 결혼을 시키지 못해 안달을 할 때도 “환갑이 다가오는데 남들은 증손자까지 봤는데
아직 아들 결혼도 못시켰다.”며 인생의 시계를 회갑에 맞추었습니다.
환갑 때까지 손자를 못 볼까 그것을 염려했습니다.

할머니 (2).jpg

( 우리 할머니 회갑기념사진)

우리 할머니는 회갑잔치에 초대 받아 다녀오시면
사탕이나 대추 유과 같은 것을 손수건에다 싸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손님 몫으로 나온 음식을 드시지 않고 손자들을 먹이려고 싸오시는 겁니다.
아버지 한분을 기른 할머니는 자손이 번성한 집안을 몹시 부러워하시면서
그나마 손자손녀들이 많은 것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우리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 회갑은 1980년도에 있었는데
그때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긴 했지만 부모님 회갑을 맞는 것은
여전히 자녀로서 감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시아버지 친정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
회갑은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습니다.
친정어머니 회갑은 효자인 오라버니께서 주선을 하셔서
어머니께서 존경하는 목사님을 모시고 그 당시 유행대로 뷔페에서 했습니다.
늦게 낳은 막내 동생은 군복무중이라 어머니 회갑에 맞추어 휴가를 내어
군복을 입고 참여를 했습니다.

요즘은 60세는 애들입니다.
스스로도 그렇고 남들도 60세를 나이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기 때문에 아직은 20~30년은 더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나이 계산법으로는 본인의 나이에 곱하기 0.7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60*0.7은 42이니까 지금 내 나이는 마흔둘 정도가 맞다는 것입니다.

(곱셈이 잘 못 되어서 바로잡습니다. 트리오님이 아니었으면 그냥 그대로 둘 번했습니다. )

이제 내가 환갑이 되는 해를 맞았습니다.
요즘엔 60에 나이타령을 하면 같잖아 보입니다.
저도 40대 50대가 나이가 어쩌고 하면 거부감이 듭니다.
속으로 "일단 더 살아보라고…." 이런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70대 80대 어른들이 회갑타령을 하는 걸 들으면 얼마나 아니꼽겠습니까?
우리는 회갑하면 순수한 나이 60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창한 회갑연이
연상되어 그러는 것인데 저는 60년을 살아내어 스스로 대견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용서해주세요. ^^

양띠는 순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평생 순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습니다.
1955년 을미년에 태어나 2015년 또다시 을미년이 되었습니다.
회갑이 되어 돌아보니 축복받은 삶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서
결혼하여 두 딸을 낳아 키웠고 손자가 네 명인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남은 삶도 양처럼 순하게 살아갔으면 합니다.
70세가 되어 그때 또 이런 감회를 블로그에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엔 환갑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한 일이 되었는데
70세가 되어도 나이타령은 여전히 민망하겠지요?

순이

10 Comments

  1. 데레사

    2015-01-02 at 04:12

    순이님 올해가 환갑이군요.
    요즘은 가족끼리 식사나 하고 어디 여행가는것으로 대신
    하지 잔치같은건 안 하더라구요.

    저는 환갑은 가족끼리 식사, 칠순때는 조금 범위를 넓혀서 형제와
    조카들도 부르고 옛 동료 몇사람도 불러서 같이 식사했습니다.

    잔치는 좀 부끄러운것 같아서요.
    이제 팔순도 금방 닥아올텐데 그때는 블로그 이웃들과 식사라도
    할까봐요.

    축하합니다.   

  2. mutter

    2015-01-02 at 10:02

    순이님 회갑 축하해요.
    가족끼리,친구끼리 간단히 점심한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순이님 삶이면 ‘복된 삶’이예요.
    80잔치가 요즈음 대세지요.   

  3. 푸른하늘

    2015-01-02 at 12:53

    순이님의 회갑을 축하합니다. 몇몇의 글을 읽었고, 감동도 받고, 속으로 ‘내 생각과 똑 같네’ 라고도 했었습니다. 저도 순이씨의 친구 쯤되는 나이를 먹었습니다~^^    

  4. dotorie

    2015-01-02 at 15:33

    회갑을 축하 드리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5. 참나무.

    2015-01-03 at 00:32

    순이 님 회갑기념 번개 함 치셔요
    달려갈게요…^^*
       

  6. trio

    2015-01-03 at 00:57

    6학년 진학을 축하 드려요.
    그런데 60 x 0.7 = 42 아닌가요?
    47이라고 하셔서 다른 계산법이 있는 것인지요?
    이 계산대로 라면 이제 42세 되신거예요. ㅎㅎ
    아무튼 회갑 축하드려요.
       

  7. 북한산.

    2015-01-03 at 06:21

    저와 같은 동기 이시네요. 저도 올해 양띠 을미년 생인데
    반갑습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8. 노당큰형부

    2015-01-04 at 08:15

    ^^ 요즘에 회갑이라고 내세우는것
    조금 부끄럽지요?
    ㅎㅎㅎ

    하지만 지금은 70도 청춘이니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9. 해 연

    2015-01-04 at 13:15

    저랑 띠동갑이네요.^^

       

  10. 벤조

    2015-01-04 at 21:41

    새해에 아주 좋은 선물 주셨습니다.
    저도 0.7 곱하면 40대니까요.ㅎㅎ
    정말 유쾌해요. 아직 40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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