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많은 남자를 멀리하고 독신으로 살면 장수할까?

스코틀랜드 최고령 할머니가 자신의 장수 비결을
“남자를 멀리한 것”으로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109번째 생일을 보낸 할머니는
"남자는 그들이 갖는 가치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답니다.
그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어떤 분이 이러시더군요.
“엊그제는 섹스 많이 해야 장수한다고, 한 달에 12번이 이상적이란
기사가 뜨더니 오늘은 정반대군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
조선일보는 국민들의 바른 성생활을 위해 심도 있는 탐구를 부탁합니다.“
(전날 기사엔 한 달에 12번 이상 하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중용지도가 장수의 비결이라..아직 장수하고 있지는 못한 처지이지만,
극과 극은 피해야……“
이런 댓글도 있어서 읽으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나는 동생을 먼저 보내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에 섹스를 몇 번 하느냐, 수녀나 신부처럼 사는 방식이 좋으냐?
이런 것을 장수의 요인으로 본 것이 아니고 좋은 생활습관이
장수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했고 믿었습니다.
육식 보다는 야채위주의 식사를 하고 과일을 먹고
잠을 충분히 자고 과로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건전한 직업을 가지고 종교생활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등등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체질도 비교적 좋고 건강해서 잔병치례를 하지 않아서
단명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큰 문제없이 평균 수명은 살 것 같았고 오히려 너무 오래 살까봐 걱정했습니다.

내 바로 아래 동생과 나이 차이가 네 살이나 되니까 당연히 정말 아주 당연히
내가 먼저 죽을 것이란 생각에 동생에게 유언까지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죽음을 앞두고 추한 모습을 보이거든
냉정하게 대해 달라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고
자연사 할 수 있도록 꼭 도와 달라 이런부탁도 했습니다.
그 시점은 적어도 70세가 넘어서나 일어날 일이라고 여기고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었지
50대에 그 일을 겪을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내가 먼저 죽을 줄 알고 유언까지 한 동생이 덜컥 병이 났습니다.
좋은 생활습관으로 말한다면 동생처럼 바른생활인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없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 맛있는 것이 있으면 한없이 먹는데
동생은 현미밥을 오래 전부터 먹었고 식탐을 하지 않았습니다.
햄버거나 콜라 등 인스턴트 음식은 안 먹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건전한 직업이고
아들 딸 낳아 살면서 생활 안팎으로 결핍감도 없고 잠 잘 자고 성품 느긋하고,
집에서 약국까지의 몇 발자국 걸어서 출퇴근을 하니 운전할 일도 없고
평소엔 주말에 고봉산을 자주 다니면서 운동도 적당히 하고
그런 사람이라 죽을 수 있는 확률이 오히려 희박한 사람인데
얼토당토 안하게 백혈병이라니 이게 뭡니까?
혈액 속에 이상백혈구가 증식하는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 찾아오다니요.
왜 그런 병이 걸렸는지 어디서 잘못 됐는지 원인도 모르는 백혈병이 발병하고
일 년도 못되어 고생하다가 갔습니다.
무릎이 푹 꺾이고 몸의 반쪽이 툭 떨어져 나간 것 같은 고통을 남기고
동생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오늘이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자기 명이 다 되어 죽음이 다가오면 백약이 무효인 것을 봅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는 것입니다.
그 독하다는 항암제도 잘 견디는 (잘 받는?) 체질은 병을 거뜬히 이기고
암보다 약의 독성 때문에 명을 단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살아날 사람은 이래도저래도 살아나고
죽을 사람은 죽게 되어있습니다.
(너무 운명론자 같은 이야기라 죄송합니다.)

장수는 유전적인 것과 생활습관.. 아니면 우연… 노력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더라!
아무도 모르지요. God only knows..
이런 댓글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댓글을 단 사람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 본 분이라고 봅니다.
운명은, 죽음은, 신의 영역이지 우리가 이래저래 간섭할 경지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109살까지 사신 할머니가 자신 있게 남자를 멀리해서 장수했다고 하시지만 꼭 그럴까요?
어떤 학자는 부부관계를 많이 해야 (하루걸러 한번) 오래 산다고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닌 것을 우리 모두가 압니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입니다.
내가 아파봐야 남이 아픈 것을 알고 겪어봐야 남의 고통도 이해하는 것입니다.
물론 할머니가 오래 살고 보니 장수의 요인이 남자를 멀리한 것 같다고 해서
다 할머니처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부로 살아보지 않고 자녀도 없이 무작정
오래 산다고 해서 좋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layout 2015-1-26 (1).jpg

(백합화 핀 강원도 여름동산에서 동생의 투병을 도울 때 2012년 여름)

저도 동생의 죽음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사고를 당하는 것이나
질병에 걸리는 것은 어느 정도 본인의 부주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업상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환자들에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요즘엔 누가 일부러 물어도 건강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을 삼갑니다.
되도록 대답을 안 하고 넘어가거나, 그러기 어려우면 웃으며 농담 삼아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정도로 이야기 합니다.
스스로 삶에 자신이 없어진 탓도 있고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란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한건 남자를 멀리해서 109살 까지 산 것도 아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관계를 한다고 해서 장수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동생을 속수무책 바라보며 있었던 시간들이
나에겐 너무도 큰 고통이었습니다.
오늘 동생을 보낸 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God only knows!

순이

4 Comments

  1. 참나무.

    2015-01-26 at 02:55

    저도 두 기사 읽었지만 갸우뚱 했고요…

    벌써 2주기라니요..맘이 착잡하시겠네요.
       

  2. 데레사

    2015-01-26 at 03:43

    벌써 2주기군요.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신문기사를 다 믿을수는 없지만 오늘은 이래서 좋다, 내일은 이래서
    나쁘다 하는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늘 해오던 방식대로
    살아 갑니다.

    생명이란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것, 주어지는대로 살다 가야 한다는
    숙명같은걸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3. mutter

    2015-01-26 at 19:39

    섹스를 많이하고와 남자를 멀리하는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요?
    남자를 멀리 한다는 것은 같이 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자에게 스트래스를 너무 많이 준다는 이야기지요.
    섹스는 같이 살지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는 동의해요.

    암의 원인중에 스트래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스트래스는 아무도 모르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차라리 말로 스트래스를 풀던지,글로 풀던지하면 40%정도는 없어지리라
    생각하거든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스트래스를 글도 쓰지 않는다면 그게 병으로 되는
    이유즁에 하나로 변하는게 아닐까.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4. 인회

    2015-01-27 at 00:59

    저도 가까이 친언니를 제가 37살에 잃었습니다.
    그리고 바뀐것이 운명론이었지요.

    부지런하고 착하게 살고 바르게 살았던 언니지만 병이 찾아왔고…
    그렇게 해서 잃고 난다음부터는 전 무조건 하고싶은것 다 하고 살기?로 제맘대로 정했습니다.

    즐길수 있을때 즐겨라….
    그러고부터 한2년 우울증처럼 있다가 박차고 나가 주말이면 들로 산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산사람은 어떤식으로든 살아가니깐요.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