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한이 동생이 태어나면 한이는 내가 대리고 잘까 해서
밤마다 시도를 했지만 잘 듯 잘 듯 하다가도 제 엄마 방으로 가곤해서
까꿍이가 태어나면 한이가 엄마 떨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을 했습니다.
31개월 된 한이는 재롱이 부쩍 늘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귀엽고 즐거운데
동생한테 엄마를 양보해야 할 것을 생각을 하니 측은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이가 엄마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닥치며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어제저녁 퇴근 무렵, 한이 엄마가 카톡을 했습니다.
“엄마 7시쯤 집에 와?” 묻기에
해산을 위한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마감을 하고 집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한이 엄마는 병원을 가려고 집을 챙기고 있고
서울에서 퇴근하는 한이 아빠는 아직 퇴근전입니다.
한이 엄마는 한이 아빠가 퇴근해 오면 같이 병원에 가겠다고 하는데
진통이 이미 시작되어 초산도 아니고 경산이라 집에 있으면 언제 나올지 몰라
안심이 안 되어 병원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요즘엔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서 산부인과가 줄줄이 문을 닫고
일산에는 3~4개 병원에서만 아이를 받아서 그런지 분만실 앞이
복잡하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게 30대 젊은 아빠와 내 또래의 초로의 장모님 구도로 보였습니다.
한이 엄마는 아들에게 잘 놀고 있으라고 인사를 하고 진찰을 위해 분만 대기실로 들어가고
한이와 나는 분만 병동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한이 아빠가 왔습니다.
한이 때 한번 경험을 했음에도 한이 아빠는 무척 긴장한 모습입니다.
남편 외에는 산모 옆에 있어 줄 수도 없고 한이도 재워야 하겠기에
진통하는 딸을 사위에게 맞기고 집으로 왔습니다.
이제부터 한이와의 전쟁이 시작되겠구나 각오를 크게 하고
한이를 불안하지 않게 잘 달래서 재우는 일이 나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우선 말랑카우(어린이 사탕) 두개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한이는 엄마를 병원에 두고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온 것이 조금은 찜찜해 하더니
말랑카우 두개에 얼굴이 활짝 펴집니다.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가 왜 말랑카우를 주는 걸까 하는 느낌도 있나봅니다.
한이를 씻기고 양치를 한 후에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나서 설명을 했습니다.
엄마가 까꿍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기 때문에 오늘은 할머니랑 자야 한다 구요.
까꿍이가 태어나면 한이는 씩씩한 형아가 되고
깍꿍이가 응아응아 울면 한이가 달래주어야 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들고 있던 장난감을 내밀며
"까꿍이 한테 이거 줄거예요." 합니다.
한이는 스스로에게 다짐 하듯이 나에게 이야기 합니다.
"엄마 병원에 갔어요."
"까꿍이 응애 응애 울어요."
"형아가 잘 돌봐줘야 해요."
"까궁이 예뻐요."
(까꿍이가 나오기 전이라 아직 못 봤는데 혼자 상상을 하나 봅니다.)
그러다 언제 울음보가 터질까 몰라 아슬아슬해서 긴장을 하고 있는데
책을 하나 뽑아 오더니 가지고 놉니다.
방구소리, 트림하는 소리, 제체기 하는 소리, 딸꾹질 하는 소리 등이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데 그걸 하나씩 누르면서 웃습니다.
한이가 방구를 뽕 했어요.
한이가 딸꾹 했어요.
한이가 에취 했어요.
하면서 자기 이름을 앞에 가져다 붙이면서 놀더니 졸려 보입니다.
방에 가서 자자고 손을 잡아 일으켰더니 엄마랑 자던 방으로 가려고 해서
오늘은 할머니 방에 가서 자자고 하니 저항 없이 따라옵니다.
건이 한이 샘이 까꿍이
자리에 누워서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메들리로 부릅니다.
알고 있는 노래는 하나하나 모두 기억을 되살려 불러보더니
“싸움하면은 친구 아니죠, 사랑하며 지내자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이 부분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해서 몇 번 부르더니
조그맣고 따뜻한 손을 내 얼굴에 얹고 잠이 듭니다.
잠이든 한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잠든 볼을 쓰다듬으며
마음이 짜~안 했습니다.
엄마 떨어져 처음으로 자는데 얼마나 울까 걱정하고 긴장하고 있다가
너무 쉽게 잠이 들어서 오히려 이상하고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크 소란을 각오했는데 쉽게 찾아든 정적이 생경하기까지 하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를 떨어져 자면서 투정도 안하고
상황에 순응하고 순하게 잠이 드는 것이 너무도 착하고 예뻤습니다.
한이 엄마가 한이 걱정할까봐
"한이는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더니 잠이 들었어 한이 걱정하지마."
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엄마 고마워."라고 답장을 보내옵니다.
진통이 와서 힘든 산모가 고맙다고 하니 또 마음이 싸~아 했습니다.
자식이 뭔지…….
이제 손자 네 명을 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삶의 무게도 더 해졌겠지만 그래도감사한 것은 사실입니다.
까꿍이는 어떤 모습으로 자라서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될까 기대가 됩니다.
순이
참나무.
2015-01-29 at 06:01
착한 한이…귀엽군요
순산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까꿍이 저도 궁금한데요…사진 기다립니다
– 손주 넷 할머니 참나무. 드림
아니다…뱃속아기까지 다섯이네요..ㅎㅎ
해군
2015-02-04 at 11:07
건강하고 예쁜 손자들을 두신 복 많은 할머니?ㅎ
이 아이들이 커서 우리 세대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