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수없이 어려움을 만나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고난은 역시 아우를 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긴(!) 경험이 잠재적으로
있기 때문에 아이의 상실감을 이해하고 더 예뻐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도 동생을 본 후 엄마에게서 밀러난 것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힘들고 받아들이기 쉬운 문제가 아니라 심술이 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한이가 아우를 보고 난 후 격변의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적응도 잘 되어 있고 아빠랑 할머니가 성심껏 돌보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불편하고 불만스러운지 응석이 늘었습니다.
슬쩍 넘어지거나 어디 살짝만 부딪쳐도
"아빠 여기 꽝했어요."
"할머니 아야 했어요. 호~ 해주세요."라며 응석을 부립니다.
나도 내 딸을 키울 때 도치엄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예뻐하고 눈을 못 때고 키웠는데
우리 딸들도 아들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도치엄마의 딸답습니다.
한이 엄마는 한이 동생이 태어나자 한이에게 가장 미안해합니다.
한이는 어른들이 저에게만 집중하다가 엄마가 병원에(산후 조리원) 가 있고
어린이집이 끝나고 아빠랑 엄마에게 가보면 엄마 옆에는
까꿍이가 누워있어서 엄마에게 가까이가기가 어쩐지 쉽지 않아서
서운하고 맘이 편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아빠 엄마 할머니가 한이에게만 집중하다가 경쟁자 같은
동생이 생기니까 샘도 나고 기분도 좋지는 않겠지요.
산후 조리원은 비용도 만만치는 않지만 시설도 좋고 산모가 집중 회복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밤에는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돌봐 주기 때문에 밤새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고
식사도 때맞추어 균형 있는 식단으로 차려주고 산모 요가나 마사지 등으로
집중 치료를 받기 때문에 집에서 친정엄마가 하는 것 보다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 요즘 젊은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을 선호합니다.
원래는 산후 조리원에서 아빠엄마 한이가 같이 지내려고
가족실을 예약하여 사용하는데 한이도 불편하고 산모도 불편해서
한이를 저녁이면 집으로 대리고 와서 잡니다.
한이가 엄마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산모가 힘들 것 같고 한이는 더운 것을 싫어하는데
조리원이 산모를 위한 시설이다 보니 실내온도가 높아서 땀을 심하게 뻘뻘 흘려서 아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첫날에 포기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한이 아빠는 아내의 산후휴가로 9일을 쉽니다.
3일은 회사에서 주는 산모 남편의 정상적인 산후휴가이고
2일은 자신의 연차 휴일을 사용하고 앞뒤로 주말이 되니 9일이 되는 것입니다.
남편의 산후휴가로 9일씩이나 쉴 수 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회사를 그렇게 오래 안가면 회사는 일이 제대로 돌아갈까 하는 괜한 걱정을
혼자 속으로만 합니다.
요즘엔 남녀 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지원에 따라 고용주는
산모 남편에게도 휴가를 주어야 하는 법률조항이 있답니다.
난 내 아이 일이고 덕을 보는 일임에도 은근 회사가 걱정되고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확실히 노파심이
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이는 착하고 순한 아이인데도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몰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동생이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미운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가 봅니다.
가만히 만져보다가 뽀뽀도 하고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 보다가 안아보다가
하면서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뽀뽀도 살짝 하는 것이 아니라 힘껏 하려고 해서 한이를 때어내려고 하니까
그만 마음이 상한 듯 멋쩍어 합니다.
우리는 한이가 세상에서 제일착하고 멋있다고 치켜 주면서
까꿍이는 아가니까 큰형아가 동생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우리 한이가 무력감이나 분노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잘 돌봐야 하는 일이
요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 없이 돌보려고 할머니가 노력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짠 하긴 합니다.
자다가 일어나 앉아 있다가 할머니 방인 것을 확인하고는
포기하듯이 아무 말 없이 다시 자리에 눕는 모습이 가엽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고난을 우리 한이가 잘 극복하도록
사랑하고 예뻐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순이
참나무.
2015-02-04 at 12:05
드디어…한이 동생이…
산모의 밝은 표정보니 순산하셨군요
축하합니다
그나저나 한이 데리고 주무시느라 좀 힘드시겠네요
울 며느리는 요즘 한창 입덧 중… 9월이 산달이구요
dotorie
2015-02-04 at 19:38
새 아기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작은애를 낳기전에 똑같은 고민을 했었지요.
어떡해야 큰애가 좀 덜 섭섭해 할까???
친척 한분이 퇴원하는날 큰애가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을 사서
아가가 주는 선물이라고 주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는 가지 않았어도 일시적인 방편은 됐고
딸아이는 아직도 그 책을 간직하고 있구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Hansa
2015-02-05 at 00:23
오, 부럽습니다. 순이님
저토록 이쁜 손주를 둘씩이나. 부럽부럽!!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