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계속 쓰다보면, 내가 한 말에 내가 걸릴 때가 있습니다.
내가 한 말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것은 두고라도 몇 가지는 스스로 말과 행동이 너무 달라서
당해보지 않고는 살면서 큰소리 칠일이 전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일 큰 것은 심폐소생술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였는데
회복의 가망이 없을 때 필요 없는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순간에 심폐소생술을 해 달라가고
결정한 것이 저였습니다.
그러니 이론하고 실제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남의 일일 때 괜히 고통만 연장시킨다며 단호하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영혼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막상 나의 일로 닥치면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을 요구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사소한 공중도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기도 했는데
어느 땐 내가 정신없이 신호등도 안보고 찻길로 내려서서 위험을 당할 번
하고보니 남을 비판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우리 딸들이 계란 한판 (서른 살)이 되도록 결혼을 안 한다고 안달을 하면서
하소연을 했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보니 손자를 네 명이나 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미리 걱정하고 잘난 척 하고 아는 척 하고 안달하던 내 모습들이
고스란히 글로 남아 있어서 돌아보면 스스로 창피한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매일 기록하게 되어
나의 모순된 행동을 드러내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장단점은 있습니다.
장점은 나중에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내 자녀들은 엄마, 할머니가 살았던
이야기가 남아 있으니 그걸 읽으면서 당시를 회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할머니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보게 되겠지요.
손자 네 명 중 어느 누구라도 신생아에서부터 자라는 과정을 사진과 글로 남겼으니
블로그에 쓰여 진 일상이 손자들에겐 좋은 추억의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나 일상 혹은 부끄럽거나 추한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몰라도 될 것까지도 알리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또 씁니다. ^^
이건 분명히 나의 흉이지만 사부인을 잘 둔 자랑이기도 합니다.
손자가 태어나서 딸은 산후조리원에 들어가 있고
사위와 손자의 식사는 조리원에서 주니까 해결이 되는데
내 식사를 걱정하는 사부인이 음식을 보내옵니다.
나도 출근하면 병원에서 먹게 되니까 식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부인은 국을 끓여서 솥 째 가져오고
반찬을 여러 가지 해서 뚜껑 덥힌 반찬그릇에 담아서 계속 보내와서
냉장고가 반찬으로 그득합니다.
깻잎 무말랭이 멸치볶음 콩자반 같은 밑반찬에서부터
오댕떡볶이 장조림 소시지와 피망을 넣어 볶은 요리까지
골고루도 해서 보냅니다.
사실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가요.
사위가 요리를 잘 하고 주방 일을 취미 있어 하니까 장모가 끼니 차릴
걱정을 하지 않는 것 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시어머니가 뭐한다고
며느리의 친정엄마 식사를 걱정하시겠습니까?
저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부인에게 솔직한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드님 키우느라고 고생은 사부인이 하고 덕은 내가 봐서 죄송하다.”고
“어쩌면 아드님을 그렇게 잘 기르셨냐?”고
“혹시 서운하지는 않으시냐? ”고 했더니
아들 며느리가 싸우지 않고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다고 합니다.
어떤 집들은 아들 며느리가 못살겠다고 갈라선다고 해서 걱정하고
손자를 맡아서 기르는 집도 있고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 아들만 남기도 하는데
아들 며느리가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뭔들 못해 주겠냐고 합니다.
아들과 같이 사는 장모도 감사하고 본인이 잘 하는 것이 음식이라
이것저것 해서 보내는 재미가 좋다고, 맛있게 드시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 사부인 속도 좋으시지…….)
나는 주방 일이 서툴고 취미도 없는 사람이라 평생 얻어먹고 사는 일에
이골이 나 있기는 하지만 사부인에게 얻어먹는 일은 정말 거꾸로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솜씨 좋은 사부인을 부러워하면서 칭찬하는데
더하여 나한테 까지 신경써주니 황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부인의 음식을 얻어먹고 산 이야기는 떳떳하지도 않고
어쩌면 창피한 얘긴데……..
내가 생각해도 참 주책이 없습니다.^^
순이
데레사
2015-02-06 at 19:15
사부인도 사위분도 그리고 장모이신 순이님도 다 평범을
넘어선 분들이사군요.
만약 내 아들이 결혼해서 처가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해서
장모에게 바친다면 나는 화나고 속상할것 같거든요. 아무리 취미가
음식만드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순이님은 복 많은 분이십니다.
그리고 사부인님, 정말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선화
2015-02-07 at 07:35
이곳에 집을 예쁘게 짓고 이사온 수원댁이 있습니다
근데 저랑 동갑이고 아들도 하나인게 똑 같고
아들 나이도 같습니다 그녀는 남푠이 없어 늘 심심해 하고
해서 가끔 지나다 제가 들러 수다를 떨곤하는데…
그집 아들은 결혼을 해서 딸아이가 하나있는데 아들넘이
엄마네 집에선 설겆이 한번을 안해주면서 어느날 아들집엘
갔더니 장모랑 딸은 텔레비젼을 보고 있고 아들이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눈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나더랍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풍경이였거든요 울 아들도 설겆이는
커녕 부엌엘 들어 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내아들이 아니고 장모님 아들이 되는거라고
그날 위로를 하고 왔던 생각이 납니다
순이님은 금메달!!! ( 따님이 두분이시니요~~ㅎㅎ)
오늘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홍낭자
2015-02-07 at 11:58
음식을 먹어보고 맛과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야기..공감을 가지게합니다
사위자랑, 사부인자랑…
사위사랑은 장모라는 마음과 생각입니다.
사위와 사부인과 갈등이 없는 한결같은 순이님 의 무한애정이 보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참 아름다운 블로그의 살아가는이야기입니다
햇볕이 따스한 봄맞이를 하게합니다
.행복이란 희망을 지니는 자의 것이니라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
화이팅하는 하루하루….
순이님!
입춘대길하소서!!!!!
mutter
2015-02-07 at 13:53
사돈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아들 갖은 부모는 아들네가 이혼한다소리 안하면 고마운 거라고
귀가 따갑게 배우고 있답니다. 본전은 고사하고 아들 얼굴보기 힘들어도
고마워 해야 한다고 . 제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집에
와서는 이혼했다고 하더랍니다. 얻어준 집은 며느리에게 주었다고.
손자키우며 아들 밥해주며.. 그러니 시어미는 입다물고 살라고.
저네 아들 장가보내면 시어미 마음 알려나 몰러.ㅋㅋ ㅠㅠ
좋은날
2015-02-09 at 01:02
참 매우 공감이 가는
진솔함으로 쓰신 글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여과없이
정제됨이 없이 쏟아낸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글쓰기가 아님을 아는 까닭에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섭니다.
봄이 저만치 다가서는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