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로부터 태어난 우리, 어머니는 세상의 중심

올 해 쉰두 살이 되신 분이
처음으로 흰머리 염색을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머리가 희어져서 염색을 하고보니 심리적으로 노화를 받아드리기
어려워서 눈물을 글썽이나? 나이 먹는 것도 참 어렵구나 생각 했습니다.

여자 나이 쉰이 넘으면 갱년기라고 해서

제2의 사춘기 또는 사추기라 부르는 시기인데

신체적인 변화도 급격히 오고 몸 여기저기에서 아프다고 소리를 내고
특히 마음이 썰렁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자신이 첫 염색을 했다고 하니
보는 사람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귀신 앞에서 머리를 푸는 격이고 굴삭기 앞에서 삽질하는 겪이잖아요?
첫 염색을 한 사람 앞에 있는 나는 매달 머리 염색을 해야 하거든요.^^

나도 젊을 때는 흰머리가 되면 백발로 다니리라, 염색은 하지 않으리라 했지만
그렇게 다짐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은 나이와 함께 백발이 성성한 머리가 되는 것이 중후해 보이고
나이가 주는 연륜도 느껴져서 염색을 하지 않아도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염색 할 때 즈음 되어 거울을 보면 더 늙어 보이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 싫고 더 우울하여 어쩔 수 없이 염색을 합니다.
염색을 하고 나면 머리 밑이 가렵고 눈도 더 침침하고 괴롭지만
노인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직원조차 머리가 허연 할머니면
보는 환자분들이나 분위기가 더 어두울것도 같아서 여러 가지 핑계로 염색을 합니다.
사실은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이고 나를 속이는 것도 됩니다.
머리가 일찍 세었던 아버지를 닮아 저도 염색 안하면 거의 백발입니다.

그런 내 앞에서 흰머리 염색한 것이 억울해서 눈물까지 흘리나 했더니
이분은 염색을 해서가 아니라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이분은 어머니가 50대 초반에 돌아가셨습니다.
밑으로 남동생 두 명이 있고 장녀였는데 엄마에게 그렇게 쌀쌀 맞은 딸이었다고
과거 어머니께 못 했던 일이 새록새록 후회가 된다고 합니다.
엄마가 40대 초반에 새치머리를 뽑아 달라고 하면
그걸 뭘 뽑아 달라고 하느냐고 괜찮다고 들은 척도 안했고
50대가 거의 다 되어서는 염색할 때 도와 달라고 하면
흰머리도 좋은데 뭐 하러 염색을 하느냐고 구박이나 하면서
한 번도 도와드리지 않았답니다.
그러다 지금 자기가 돌아가신 어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신이 정말 나쁜 딸이었다며 눈물짓는 것이었습니다.
이분은 아들만 둘인데 큰아들이 자기 성격을 닮아서 그렇게 무뚝뚝할 수가 없답니다.
흰머리가 보기 싫어서 집에서 염색을 하려니 머리 뒷부분에 손이 닺지 않기에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염색하면 여러 가지로 나쁘다고 주~욱 잔소리만 늘어놓고
그냥 나가 버리더라는 겁니다.
어쩌면 자기가 엄마에게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자기가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정어머니가 잔정 없고 바른말(?)만 퐁당거리고 하는 딸을 키우면서 서운할 때마다.
"너랑 똑 닮은 딸 낳아서 너도 당해봐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는데
딸도 아닌 아들이 꼭 자기를 닮아 있더라는 겁니다.

왜 엄마에게 그렇게 쌀쌀맞게 했는지 모르겠고
엄마는 딸 하나 있는 것이 땡삐처럼 굴어서 번번이 서운해 하셨답니다.
오히려 남동생들이 엄마에게 더 다정하게 굴었다고 합니다.
대게의 엄마와 딸들은 사이가 좋기 마련인데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셔서
집을 떠나 있거나 집에 계셔도 다정하지 않으셨는데
딸마저 그랬으니 그 외로움이 절절히 느껴지는 요즘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어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데
이즈음 엄마 생각이 나면 눈물이 절로 흐른다고 합니다.
무뚝뚝한 아들을 보면서도 나는 엄마에게 더 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위로를 받는 다고 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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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를 쓰다가 불현듯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뭐하고 계시냐고 했더니 거실에서 성경책을 읽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기도 덕에 우리가 산다고 치하 말씀을 드리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안 되는 이유가 기도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리며 웃었습니다.
이제 손자가 네 명이나 되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머니기도 덕에 산다고
어머니기도 목록에 새로 태어난 우리 까꿍이까지 넣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자녀와 손자 이름을 부르며 기도 하는 일아 쉽지 않으실 겁니다.
동생들은 어머니께 큰 소리도 내고 조르기도하고 버릇없이 대어 들기도 하는데
우리 오라버니와 나는 한 번도 어머니께 반항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분이 어머니입니다.
뭔가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납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면 어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이 참 넓고 큽니다.

어머니께 쌀쌀맞게 한 것도 후회가 되겠지만
90을 바라보는 늙으신 어머니를 끝없이 의지하고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 것도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늘 받기만 하는 것도
나의 지나친 유아성이고 죄송한 일이긴 합니다.

살아계시든 안계시든 우리는 모태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는 세상의 중심이고 생명의 근원입니다.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5-02-10 at 04:01

    어머님들의 기도는 늘 자식을 향해서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 자식들이 잘 되는게 삶의 보람이고 희망이고…

    순이님
    어머님 살아계실때 더 잘 해 드리세요.   

  2. 푸나무

    2015-02-10 at 15:05

    한이 동생
    한이 얼굴이 보이네요.
    손주 넷,,,,부자시다요ㅡ 엄청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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