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해, 회갑을 맞은 여인들의 증상 또는 고민

………
모임 장소가 어슴푸레 해서 너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를 꺼냈는데
갑자기 너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전화번호야 내 아들 것도 못 외우니 상관이 없다고 해도 4~50년을 불러온
친구 이름이 갑자기 머리에서 하얗게 지워지는 것은 무슨 일인지…….
너는 도착했다는 카톡을 봤기에 물어보려고 한참을 끙끙거렸네.
그럼 다시 카톡으로 돌아가 너 이름을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야?
그런데 그 생각도 안 나고 공포감 만 드는 거야.
이거 아무래도 치매지?
벌써 치매에 걸리면 안 되는데…….

친구는 거의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으로 말 합니다.
카톡에 모임 장소를 약도까지 찍어서 올렸는데 못 찾아서 헤매다가
늦게 온 친구가 변명처럼 이야기 하자
친구들은하나 같이 "별 것도 아니야 ,나도 그래"대수롭지 않다는 듯웃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는 큰 쇼크를 받은 듯 했습니다.

~난 안 그랬는데 큰 수술을 받은 후부터 그런 증상이 나타나서
마취 때문인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도 그러니?
~어느 날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고 한참을 가다 보니 이상한 거야
그래서 보니 거꾸로 가고 있더라고 내려서 바꿔 타는데 비참하더라.
~난 분명히 90번 버스를 탄다고 탔는데 타고 가다보니 96번이야
내가 숫자를 잘못 봤는지 착각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내 머리통을 내가 쥐어박았어.

~ 난 요즘 들어 간단한 더하기 빼기가 잘 안 돼
~ 조카들 나이도 헷갈려 만날 때 마다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고모 나에게 관심이 그렇게 없어? 오학년이라고, 나중에 또 물으면 안 가르쳐 준다.’
이러면서 빤히 쳐다보는데 민망하더라고.

~나는 사는 게 시들하고 재미가 없네……. 악착같이 뭘 하고 싶은 게 없어.
~점점 무심해지지는 않니? 난 그 좋아하던 영화도 재미가 없어.
~뭐든 시시하고 재미가 없어. 감정이 무디어 진 걸까?
~난 신경질이 자주 나더라. 가만히 있다가도 짜증이 벌컥 나서
죄 없는 남편한테 뭐라고, 뭐라고 퍼 부을 때가 있어

~얘들아 나는 이제 날 위해 뭘 산다는 것이 눈치가 보이더라,
사고 싶은 백이 하나 있어서 사려고 했더니 딸이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거야.
사실은 내 느낌이겠지만, 딸이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이 들더라고
딸이 사주는 것도 아니고 내 돈으로 내가 사는 대도 왜 자신이 없는 거지?
~결혼하는 딸 사돈집에 예물을 보내는데 내가 무슨 물건을 사면
마땅치 않다고 딸이 자기가 하겠데, 내 안목을 못 믿는 눈치야 그것도 서럽더라!
~우리 딸은 나에게 자기 시집 흉을 한참 보더라, 그래서 맞장구를 처 주었더니
나중에 ‘엄마, 우리 시어머니 만나면 그런 말 하지마.’이러는 거야
그런데 그 말이 얼마나 서운한지 그 느낌이 오래 가더라
날 무슨 주책바가지로 아나 싶기도 하고
내가 할 말 못 할 말을 가려하지 못하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 됐나?
얘가 벌써 나를 판단이 미숙한 사람으로 여기나 뭐 이런 복잡한
느낌이 들면서 딸이 서운하고 가슴이 서늘한 거야
그리고 내가 우리 딸에게 벌써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행동 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자신감이 결여된 자괴감이겠지?
~그래서 나는 애들 일에 참견 안 해
~참견한 건 아니야 저가 시어머니 흉보기에 들어 주다가 맞장구 친 것 밖에 없어
그럼 어떻게 처신해야 맞는 걸까? 아무 말도 안 해야 하나?

~난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누구한테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재미난 얘기 듣고 그 말을 옮기려고 해도 기억을 못해서 화가나
~얘들아 난 나만 그런 줄 알았어.
갑자기 만날 전화하던 친구 이름이 생각이 안나니
난 이제 틀렸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절망이 되더라고
그런데 똑똑한 우리 친구들이 다 그렇다니 정말 안심이야.
~나도 안심이 된다야.
~야~ 안심해, 다 그래, 다 그러면서 나이 드는 거야.

늙지도 젊지도 않은 중늙은이 들이 모여
치매에 대한 공포와 서운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 는 것을 보면
친구들도 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또한 친구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속 깊이(!) 위로가 됩니다. ^^
친구가 치매를 걱정하는데 위로를 받았다고 하면순이가고약해서인가 여기실지 모르겠는데
특별히 나쁜 성품이라서가 아니라 우리는 보편하다는 것에서 받는 위로가 크기 때문입니다.
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하는 것을 보면
저렇게 똑똑한 친구도 그런데 나도 그럴 수 있지 하는
나의 증상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위로입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무슨 자랑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증상을
식사 주문도 미룬 채 경쟁하듯 이야기 합니다.
그런 이야기 끝에 얼굴이 환하게 펴지는 것을 봅니다.
양띠 해에 회갑을 맞은 친구들이 이런 대화를 하면서살아갑니다.

새파란 젊은 노인들이요

순이

6 Comments

  1. 오드리

    2015-02-19 at 02:06

    다행이다. ㅎㅎ   

  2. 벤조

    2015-02-19 at 02:24

    그런데, 순이님은 그 이야기들 다 기억해서 옮기시니 대단합니다.
    잊어버렸다가 블로그 쓸 때는 다 생각나시는 거예요? ㅎㅎ
       

  3. 참나무.

    2015-02-19 at 09:29

    … ….
    나 닮은 사람 많아 위로를 얻습니다아~~^^
       

  4. 노당큰형부

    2015-02-19 at 11:25

    ㅎㅎㅎ
    가끔은 그럴적이 있답니다.
    건강한 양의 해가 되시길…

       

  5. 데레사

    2015-02-19 at 12:21

    아니, 아직은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내 친구들이나 해야 할 말들을 순이님 친구들이 하다니요?

    설 잘 보내고 계시죠?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6. Angella

    2015-02-20 at 07:16

    에효…저도 언젠가 저리 될텐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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