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세이레가 되었으니 본가로 설을 쇠러 갈까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아기 데리고 오지 말고 쉬라고, 사람 북적이는데
신생아를 대리고 움직이다 병나면 손해라고 해서 산모는 집에 남고
한이와 한이 아빠만 설 쇠러 가고 산모와 까꿍이는 집에 있었습니다.
한이가 콧물감기가 걸려서 코를 푸륵대면서 아기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고 비비고
만지고 하는 통에 아기도 콧물이 좀 나는 상황이라 설 쇠러 가기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설이라고 해도 제사가 없으니까 산모 미역국을 끓여 놓고 먹었고
전이나 떡 같은 것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본가에는 한이 증조할머니까지 오셔서 즐거운 설을 쇤다고
한이 노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옵니다.
설 다음날
본가에서 설을 보낸 한이를 따라 한이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우리 집에 오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미역국 외엔 식사 대접할 특별한 음식이 없어서 고민이 좀 되었는데
식당에 가서 먹으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사위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과일과 차 대접을 하면 되겠구나 생각은 들었지만
한이 증조할머니가 오신다니 반갑고도 손주며느리 친정엄마가 솜씨 없음이
들통 날 것 같아서 걱정도 되었습니다.
점심을 드시고 오셨다고 하면서 아기가 궁금한 증조할머니는
손을 씻고 오시더니 아기부터 안아 보셨습니다.
아기를 안고 팔순 노인이 한참을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연세가 84세가 되셨는데 얼굴에 주름이 없어서 60대로 밖에 안보입니다.
건강하시고 정신도 초롱초롱 하시고 당뇨나 혈압 관절염 같은 질환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감탄을 했더니
증조할머니의 친정어머니는 102세를 사셨는데 돌아가시는 날까지
화장실 출입을 하셨을 정도로 건강하셨다고 합니다.
마침 아기를 싼 수건을 보시더니 "이게 우리 어머니 100세 생신 기념타올"
이라며 감격해 하셨습니다.
박월분 여사 1910년 생으로 되어있고 happy century day
2009년 5월에 100세가 되신 기념을 하셨나 봅니다.
고조할머니의 100세 기념 타올을 덮고 있는 까꿍이를 보니 나도 감격이 되었습니다.
장수 유전자는 분명 있습니다.
한이 할머니도 나보다 한살이 많으신데 얼굴에 주름이 없고 단단합니다.
사람들이 "보톡스 맞았냐? 어디서 맞았는데 그렇게 자연스럽냐?"고 묻는 다고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까꿍이는 할아버지가 안아주자 눈을 크게 뜨고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 싱긋 웃기까지 합니다.
할아버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내가 할아버지라는 걸 아나봐 얼굴을 익히느라 그러는지 이렇게 쳐다보네.”
하며 한참을 안고 행복해 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번갈아 가며 안아주자 아기도 배냇짓을 하며
안겨 있습니다.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혀를 쏙 내밀기도 하고 눈을 깜빡거리고 하품을 하고
제체기를 하는 등 아기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면서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아기를 들여다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다가 저녁 드시러 나가자고 했더니
그냥 아기랑 더 있고 싶다고 아기 보는 게 좋다고 하면서 아무도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아서 저녁을 지을까 하고 부엌으로 가려니
한이 할아버지가 자장면 시켜먹으면 어떨 가 합니다.
함께 나갈 수 없는 산모만 집에 두고 우리끼리 나가는 것도 그렇고
설날이라 너무 먹어서 배도 안고프고 하니 별식으로 자장면을 먹자고 하자
다른 식구들도 다 좋은 생각이라고 환영합니다.
해서 사돈네 식구들과 설 다음날부터 자장면 파티를 했습니다.
명절이라 중국음식점이 할까 했는데 더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왔더군요.
서비스로 군만두와 고로게도 주었습니다. ㅎ
초이레, 두이레, 세이레 이렇게 7일 단위로 잘라서
아기와 산모를 보호한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합니다.
출산 후 병원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산후조리원에서 두칠일을 지냈고
집에 와서 세이레 만에 증조할머니까지 공식으로 대면하면서
까꿍이는 가족의 일원으로 공동체 구성원으로 진입이 되었습니다.
2015년 설은 까꿍이가 있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활달한 사부인의 주선으로 사돈네 식구들과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까꿍이를 통해서 더욱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명절에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이렇게 즐겁게 소통하는 것은
우리 까꿍이 덕분입니다.
순이
데레사
2015-02-22 at 04:21
사진의 아기 안고 계시는 분이 84세의 한이 증조할머니신가 봅니다.
건강해 보여서 부럽습니다.
그보다 나이 적은 제 언니는 바깥출입도 못 하거든요.
나이 들어서 건강만이 재산입니다.
만년 중년 !!
2015-02-23 at 04:25
순이님도 지금이라도늦엇다 고생각하지마시고 헬쓰츠럽에동록하셔서
w eight training 을시작해보시지요
처음에는가볍게 빈봉으로 한10분정도에서시작하시면 하실수잇읍니다
저도 의사와 와이프의강요로 등록하여 일년반정도 지낫는데 아주몸이가볍고
그전에는 잠자는동안에도 다리와 발에 쥐가나서놀라서깨엇는데
지금은 전혀안일어납니다ㅣ 몸도아주게운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