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크고 작은 사고 때 마다 거론되는 것이
안전 불감증이고 안전에 대해 말합니다.
안전한 삶을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고
관심을 가지고 조심을 해도 사고는 순식간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절망하게 만듭니다.
요양병원에 골절로 입원한 분들을 보면 교통사고보다 집안에서 다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졌거나 거실에서, 하물며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고
안전한 곳이라고 마음을 놓는 자기 방에서도 넘어져 다칩니다.
60대 초반의 아주머니는 바지를 입다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는 바람에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분도 있습니다.
나부터도 의자나 침대에 걸터앉아 바지를 입기 보다는
대게 서서 바지에 다리를 꿰어 입는게 일상인데
이분은어쩌다 바지 끝에 발목이 다 나오기 전에 미끄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지게
되었는데 넘어지는 자세가 공교롭게도 골반부위가 먼저 바닥에 닫고
체중이 실리는 바람에 골절이 일어난 것입니다.
골반 뼈에 붙어서 다리를 지탱하고 움직이는 대퇴골은 우리 인체에서 가장 긴 뼈로
상단은 둥글게 되어 있습니다.
대퇴골의 목 부분이(femur neck) 부러지면 수술을 해서 철심을 박아 고정을 해야 하고
움직임을 제한해야 해서 삶의 질을 일순간 떨어뜨리는 일이 됩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회복은 더뎌서 노인 분들은 골절 때문에 오래 누워계시다가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폐렴 같은 합병증이 와서 돌아가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고관절을 다친 분은 그분의 모친이 노환으로 오래 우리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셔서 익숙한 보호자입니다.
모친을 정성껏 돌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셔서 기억에 남는 분입니다.
저녁 무렵 병동에서 그 분과 마주했는데 머리가 허연 분이 휠체어에 앉아
“저 모르시겠어요?” 하는데 선뜻 못 알아봤습니다.
골절을 당해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하느라 입원생활을 하시는 동안
머리끝에서 부터 자라나온 흰 머리는 검은색 염색을 했던 기존의 머리와
뚜렷한 경계를 이루어 흑백의 묘한 모습은 흑백 인종 갈등같이 부조화를 이뤘습니다.
거기다 초로의 여인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어머니가 입원했던 병원에 보호자로 드나들다가 환자가 되어 입원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느닷없이 환자가 된 것도 서럽고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납득하지도, 이해하지도, 설명도 안 되는 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한지, 말하기 전에 눈물부터 솟아나 폭포처럼 흐르는 그 마음 압니다.
내 마음과 달리 화가 날 정도로 주책없는 눈물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내 눈물 때문에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마음도 겪어 봤습니다.
동생이 백혈병 진단을 받고 난 후에 나의 심리적 충격이 그러했으니까요.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억울함과 뭐가 잘 못 되었다는 수용하기 힘든 감정과
속수무책으로 드러나는 나의 무기력과 그로 인한 자존심이 왕창 무너져 내리자
나도 모르게 말 보다 눈물이 먼저 흘렀습니다.
그런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나를 알아보겠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펑펑 쏟는데
한 손으론 눈물을 닦아가며, 상대방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어이없는 웃음으로
얼굴을 실룩거리는, 머리 가운데는 흰 빵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는 허술해진 외모의
여인의고통과 갈등이 충분히 공감 되어 손을 잡고 나도 아무 말 못했습니다.
그래도 성격이 밝은 분이라연세 높은 노인들 틈에 잘 요양하고 있습니다.
나의 지인 한 분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미끄러지면서
붙잡을 곳도 없고 대책 없이 목욕통에 가슴이 부딪치는 바람에
갈비뼈가 세대나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해 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사고 2~3년 후엔 식도암으로 고생하다세상을 떴습니다.
그분은 정말 잘 나가던 CEO 엇습니다.
목욕탕에서 미끄러져서 그렇게 돌아가시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골절사고의 두려움에 대해 길게 말하는 것은 스스로 다짐을 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툭하면 넘어지는 통에 대책이 안 섭니다.
요즘 들어서는 좀 덜하긴 한데 자주 넘어져서 무릎에 멍이 들고 발목이 시큰하고
넘어지다가 얼결에 손바닥을 짚어서 손에 상처를 입곤 했습니다.
점점 더 순발력과 주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딸은 잘 넘어지는 나에게 낙상을 예방하기 위함인지 올 겨울 들어 모양 보다는
안전하게 신고 다니라고 노인들이 신는 부츠와 안전화를 세 켤레나 사 주었습니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안전행정부에서 안전 캠페인 광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의자를 놓고 전등을 교환하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
계단에서 조그만 장난감 부속을 밟아서 미끄러지는 사고 같은 것은
의외로 집안에서 많이 발생을 합니다.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고 하다가 이불자락에 걸려 넘어져서 큰 사고를 당하고
특히 화장실에서의 낙상사고는 머리가 바닥에 부딪쳐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에서 바지를 입다가 다친 골절사고 같은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고 속상하잖아요.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회복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고에 대비하여 인지를 하고 늘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순이
솔이울/유인걸
2015-02-25 at 09:31
아무리 조심을 해도 대책이 없어요….넘어지고, 떨어트리고,깨트리고,…..
말그미
2015-02-25 at 14:21
집에서도 아주 큰 대형사고를 당한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덜컥합니다.
좋은날
2015-02-26 at 22:39
양말을 서서 신을 수 있다면
건강하다는 간접적 증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야 서서 양말이고 바지를 입고 벗습니다만
안해는 그러하질 못하더만요.
살아온 과정의 여러가지 여자와 남자들의 차이겠지요.
좋은 말씀으로
생각이 깊어집니다.
벤조
2015-02-27 at 01:55
마음은 여전한데 몸이 안 따라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바지 입을 때 신경이 좀 쓰입니다. 요즘 바지는 통이 좁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