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가 "All that Winds" 라는 테마로 시작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가장 뒤에서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관악기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공연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에서부터 독주악기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호른 트롬본 트럼펫과 하모니카까지 바람을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관악기의 무한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의 해설로 웅장하면서도 유쾌하고 아름다운 관악기의 선율을
두 달에 한 번씩 맛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월 마지막 목요일에는 클라리넷과 플루트 오보에 바순의 연주와
피아노 독주로는 리스트의 타란텔라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게 나무로 만든 악기를 목관악기라고 하는데
금속으로 만든 플루트나 색스폰도 목관악기에 속합니다.
목관악기는 오케스트라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목관악기를 다 합쳐도 제1 바이올린 숫자보다 작습니다.
해설을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씨가 했는데
연주자가 마이크를 잡고 해설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초, 중고등학교가 다 방학 중이라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왔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악기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어서 저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클라리넷은 목관악기 중에 가장 늦게 개발된 악기라고 합니다.
100여 년 전 부터 흑단으로 만들어 졌고 비슷한 모양의 형제가 많다고 합니다.
플루트는 가장 오래된 목관악기인데 악기 중에 가장 고음을 내는 악기입니다.
산뜻하고 듣기 편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대게 호텔로비나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음악인데 그만큼 편안하고 산뜻하기 때문입니다.
오보에라는 악기를 모든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 시킨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일겁니다.
영화 미션에 나온 음악이고 요즘엔 넬라 판타지아로 편곡되어 자주 듣는 익숙한 곡입니다.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작은 악기지만 전달력이 좋아서 관람석 구석까지 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안정된 음정을 가지고 있어서
오케스트라가 오보에를 기준으로 음정을 맞춥니다.
피아니스트 유영욱이라는 분이 타란텔라 (Tarantella)를 연주했는데
관객들이 환호를 하더군요.
요즘에도 연주를 들으면 환호성을 일으키는데 리스트 시대에 저런 연주를 들으면
기절을 하는 여인들도 있었다는 게 순전히 부풀린 거짓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피아노가 무대에서 옆으로 놓이고 관객이 피아니스트 손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방향을 튼 분도 리스트라고 합니다.
리스트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지금 시대의 톱스타 같은 위치였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리스트의 연주를 쫒아 다니는 오빠부대가 있었답니다.
요즘 우리가 보는 피아노 리사이틀은 바로 리스트가 처음 만들었는데
당시 리스트의 피아노리사이틀은 요즘 록 콘서트와 비슷했답니다.
리스트의 오빠부대들은 괴성을 지르고 심하면 기절을 하고
옷에 쉬를 할 정도로 열광을 했다는 군요.
그뿐 아니라 무대 위로 꽃을 던지는 대신 보석반지 진주목걸이 비단속옷을 던졌고
리스트가 손 씻은 물을 뺏느라고 귀족 부인들이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고 합니다.
지금 들어도 리스트의 피아노곡은 정신을 휘몰아가는 뭔가가 있습니다.
연주자가 랑랑 같이 쇼맨십을 가미하여 연주하면 사람들이 그 분위기에 저절로
빠져들어 기분이 업 됩니다.
타란텔라라는 곡은 어쩐지 악마와 연결되어 있는 듯 상상이 일어납니다.
옛날에 약이 없었을 때 독거미에게 물리면 미친 듯이 춤을 추어
온몸에 땀을 내면 산다고 했답니다.
몸에 들어 온 독거미 독을 뺄 정도로 춤을 추자니 얼마나 광적으로 몸을 흔들었겠습니까?
그런 느낌이 절로 나는 곡이었습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집 뒤쪽으로 평창중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노성산이 평풍처럼 둘러선 자락에 학교가 자리 잡았는데
그 학교에는 밴드부가 있었고 고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밴드 연습을 했습니다.
평창읍내의 모든 행사에는 어디든 불려 다니고 출연하는 유명한 브라스밴드부라
운동장에서 재식 훈련 같은 것을 하면서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양쪽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 발을 맞추어 가다가
뒤로 돌아서 가운데로 나가기도 하고 양 옆으로 곡선을 만들며 나가기도 합니다.
연습장면은 어린 날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커다란 나팔을 어깨에 메고 걸으면 커다란 황금빛 악기에 햇볕에 반사되어
더욱 멋지게 보이고 큰북 작은 북을 두드리며 우리 앞을 지나가면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소꿉친구와 동생들과 운동장 가에 앉아 하염없이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브라스밴드의 음악들이 대게 경쾌한 리듬인데 학교 뒷산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이
어린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들뜨게 했습니다.
나무사이로 부는 바람은 내 어린 날의 브라스밴드의 추억이 떠올라 더욱 행복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관객의 태도입니다.
마지막 곡 연주가 끝나자마자 연주자가 퇴장도 다 하기 전에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우르르 복도로 몰리며 무대를 등지고 나갑니다.
그래도 계속 박수를 치는 분들이 있어서 연주자가 다시 무대로 나왔을 때는
이미 장내가 수습되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출연자가 다 나와서 인사를 하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는데
관객들이 일어서 나가버리자 어쩔 수 없이 연주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중간 휴식 없이 90분간 진행되어 학생들이 지루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같이 온 보호자가 설명을 하고 조금 더 붙잡아 앉혔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군요.
관객도 연주자도 마무리를 못하고 서둘러 연주회를 마치는데
나가는 관객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출연했던 연주자들이 황당했을 듯합니다.
아마 앵콜곡도 준비했을 터인데 아깝더군요.
순이
좋은날
2015-03-02 at 03:34
기실 트럼펫보더 바순이라는 악기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아닌 고향 언저리에는
바순을 배울 곳이 없음이 차선을 트럼펫을 택하고 보니
더욱 바순에 눈길 가더만요.
언제나 일상을 실타래 풀어가듯 글쓰기를 하시는
그 부지런하고도 대단한 필력.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