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꿍이 예뻐?"
엄마에게 안겨 젖을 먹고 있는 까꿍이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다가 한이가 하는 말입니다.
어린이 집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엘 왔는데 엄마는 동생을 안고 있습니다.
한이를 현관 밖까지 뛰어와 반기고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는데
아기를 안고 있어서 그럴 수 없는 한이 엄마는 말로만 반깁니다.
“까꿍아 형이 어린이집 다녀왔네, 형아는 정말 씩씩하다.”
그러나 뭔가 마땅치 않고 기분이 안 좋은 한이는 까꿍이에게 달려들어
뽀뽀 세례를 퍼 붇습니다.
아기 볼에 제 얼굴을 부비고 손으로 만지고 아기 얼굴가까이 대고 기침을 해서
보다 못한 엄마가 은근히 밀어내고 할머니가 끌어 당겨 앉으려고 하자
그만 한바탕 울음보가 터져 울고 난 끝에 “까꿍이가 예쁘냐?”고 묻는 것입니다.
한이 엄마와 나는 급 수습을 해야 합니다.
"아~니~ 까꿍이보다 한이가 훨씬 더 예뻐
까꿍이는 응애 응애 울고, 응가하고 잠도 많이 안자지만
우리 한이는 어린이집도 가고 노래도 잘하고 씩씩하고
밥도 잘 먹고 튼튼하고 동생도 예뻐하고….. 우리 한이가 최고야."
이건 한이 엄마가 하는 말이고
"그럼, 그럼 우리 한이는 레고도 잘 만들고 울지도 않고
인사도 잘하고 어린이집도 잘 가고…얼마나 멋진 형아 인데!"
이건 내가 하는 말입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온갖 칭찬거리를 찾아서 한이의 비위를 맞춥니다.
한이는 조금 솔깃한 것 같다가도 다시 손을 뻗어
아기 얼굴을 찔러 보기도 하고 뽀뽀를 얼굴 전체에 해 댑니다.
억지로 밀어내다가는 또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두고 보고 있자면 아기를 주물러 터칠 것 같이 위험해 보입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런 상황을 맞게 됩니다.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전과 다녀와서 그리고 저녁시간에도 자주
그런 모습이 벌어집니다.
아기 얼굴을 손가락으로 찌르면 착한 한이 엄마도 보다 못해서
“한이야 너도 엄마가 해볼까?” 하면서
한이 얼굴을 엄마가 찔러보면 저는 싫다고
"엄마 왜 그래?" 이러며 피합니다.
한이에게 한 번도 큰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을 하지 않고 여태는 키웠는데
착한 한이 엄마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더니 한이에게
화를 내거나 감정조절이 안 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까꿍이를 애쓰고 재워났는데 기어이 아기침대에 기어 올라가
아기를 주물러 깨워 놓으면 그야말로 맨붕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딴에도 동생이 귀엽기 한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렇게 만지고 손가락으로 찌르고 뽀뽀를 하고 그러는 듯합니다.
큰애가 퇴행적이고 질시와 화가 잔뜩 난 행동을 보여도 크게 당황하지 말라든가
안으로 눌러 담고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등
둘째가 생긴 후 큰애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미리 책을 사다가 공부까지 하면서
각오한 일이지만 그게 이론처럼 되는 일이 아니더군요.
신생아를 먹이고 씻기고 안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는 치다꺼리만 해도
무척 힘들어 여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기진맥진해 있어서
한이의 세세한 불만과 감정 표현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기는 힘들긴 합니다.
나쁜 감정을 내보이더라도 그 감정 자체에 화를 내고 꾸짖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할머니인 나도 한이가 야속할 때가 많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우선 반가운 마음에
집에 들어오면서 아기부터 덥석 안아서 어르는 모습을 본 한이는
나중에 아기를 내려놓고 할머니가 한이를 오라고 하니 안가는 겁니다.
이미 삐진 겁니다.
그래서 누가 신생아를 보러 오면 한이 부터 아는 척 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고도 한이 들으라고 한이 자랑을 잔뜩 들려줍니다.
그렇게 배려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도록 해 주지만
그래도 뭔지 모를 참지 못할 기분 나쁜 것이 있나봅니다.
까꿍이가 엄마의 사랑을 뺏어간 경쟁자라는 생각이 드나봅니다.
온 가족이 한이의 그 불편한 심기를 떠받들다 보니
온갖 금기가 다 해제 되었습니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도 허용이 되고
초코렛이나 사탕도 하루에 몇 개씩 먹습니다.
이시기가 우리 한이에게 빨리 지나 가야하는데
엄마의 품을 빼앗기고 심술만 자꾸 나는 한이를 보는 식구들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자꾸 오버해서 아이를 대하니까 아이는 점점 응석이 늘어갑니다.
동생을 질투하는 그런 감정을 뽀뽀 세례로 다스리는 그 심정도
정말 어쩌지 못하고 그걸 보고 있는 식구들도 힘들고 그렇습니다.
한이가 언제까지 그럴 건지?
괜찮아지겠지요?
순이
데레사
2015-03-12 at 07:25
그럼요. 곧 괜찮아 질거에요.
우리 다 겪어 온 일이잖아요?
푸나무
2015-03-12 at 14:45
한이 동생이 참 예쁘네요.
한이도 점점 인물이 멋져가고
저두 오늘 조카손주랑 놀았어요.
발사진을 찍어서 규서에게 보내주면서
스트레스 풀리는 발이라고 명명했죠.
아 무엇을 어떻게 해도 예쁜 아이들!!!!!
대성
2015-03-12 at 14:47
Sure! He will be back soon, because he has a good mother and a grandmother.
enjel02
2015-03-12 at 15:36
애기들은 집안의 웃음꽃이고 보물이지요
아가들이 너무 귀엽네요
우리 자식들도 다 그렇게 키웠지만 어린 아가들을 보면
더 예쁜 것 같아요 복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