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은 501호 502호 503호 이렇게 숫자로 되어있지만
환자와 가족의 이별을 위한 임종실을 우리병원에서는
“해바라기실” 으로 부릅니다.
환자가 위독하면 해바라기실로 옮겨서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조용한 가운데 이별을 하실 수 있는 방입니다.
호스피스룸으로 불리다가 병원인증을 앞두고 이름을 공모해서
해바라기실로 부르기로 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임종실을 해바라기실이 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한 듯도 했으나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 침상 곁에 가족들이 둘러선 모습들이 해바라기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참 좋은 방 이름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육친을 이 땅의 삶에서는 이별을 하는 슬픈 순간이라
해바라기 꽃잎처럼 둘러서서 눈물로 호명을 하며 이별을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유독 쓸쓸한 임종이 있습니다.
자녀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해바라기실로 들어가
임종을 보려고 하지 않고 복잡한 얼굴을 하고 복도를 서성이며
고뇌와 두려움에 떠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대게는 유산분배를 잘 못해서 자녀들이 서로 반목하는 경우이고
가장 불쌍한 경우가 평소에 폭력으로 가정을 휘둘렀던 분의 임종입니다.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은 아들들이 병원비도 잘 내고 면회도 오는 것 같은데
중환자실에 있는 아버지를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고
멀리서 슬쩍 쳐다보고 바람같이 돌아서갑니다.
들어본 사연으로는 할아버지가 난폭하여 평소 가족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서
아내와 자녀들은 폭력가장에게 평생괴로움을 당하며살았던 것입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에게 맞아서 골병이 들어 병원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일 뿐 육친으로 대하기 어렵고 두렵기만 하고
아버지가 언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날릴지 몰라 가까이 가기 싫은 것입니다.
그 할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죽음을 맞이하는 해바라기 실에 계실 때도
아무도 임종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못하고 의식이 없으니까 임종을 지킨다는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가족은 손을 잡고 아버지를 부르고 얼굴을 만지고 하는데
그러는 가족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복도에서 서성일지언정 해바라기실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습니다.
가족 내 폭력은 이렇게 가족 간에 큰 상처를 남기고 화해하지 못하고
영원히 헤어지게 만들더군요.
죽음의 순간까지도 가족들에게 폭력 아버지는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식구들의 가슴에 큰 응어리를 남긴 채 이 땅을 떠나야 하는 할아버지는
힘이 있을 때 맘 놓고 휘두른 폭력이 이런 결과가 올 줄 알았겠습니까?
서정희씨와 서세원씨의 기사를 보면서 서정희씨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살 어린나이에 세세원씨의 눈에 띄어 결혼해서 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 결혼생활을 마감하려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서정희씨는 예쁘기도 하지만 똑똑하고 야무진 여인입니다.
집단장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 나를 답답하게 여긴 친구가
서정희씨가 지은 "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 이라는 책을 저에게 선물해서
재미있게 ^^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살림에 응용하지는 않았지만 "예쁘게도 해 놓고 산다."는 느낌이었고
서세원씨가 참 좋은 아내를 얻었구나, 복 많은 남자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 딸 낳고 여러 번 언론에 노출되어 행복한 삶은 사는 것으로 알았는데
서세원씨가 아내를 복도에서 질질 끌고 가는 CCTV 영상은 충격이었습니다.
남편의 폭력을 신앙으로 극복해 보고자 했고
목사까지 만들어 교회까지 설립했지만 결국은 이런 모습으로
끝내야 하는 서정희씨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어지간하면 여태도 참았는데 조금 더 참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서정희씨가 너무 오래 참았다는 느낌입니다.
가정 내 폭력은 다들 쉬쉬하기 마련이라 되도록 숨기고 밖에 사람들이
모르게 넘어가기 때문에 더 아픔이 큰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더하여 잘 사는 듯 위장까지 하느라 그 삶은 더 고단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장모 앞에서도 아내를 때렸다니 서정희씨 모친의 고통도 심했을 것 같은데
왜 여태 두고 봤는지 의문입니다.
“제가 남편이 바람 한번 피웠다고, 폭행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서세원 부부의 폭행사건 공판에 나온 서정희의 증언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열아홉 살에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을 나이에 서세원을 처음 만나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당하고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고 하는 군요.
남편이 무서워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니
서세원의 폭력이 얼마나 심했을까 짐작이 가는 내용입니다.
남들에게 보여 지기 위한 결혼생활에서는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위장까지 했으니…..
서세원씨가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녀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법정 공방으로 서로의 상처를 더 헤집고 치부를 드러낼 것이 아니라
서정희씨를 놓아 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현명할 것 같습니다.
폭력을 휘두를 때는 자기의 힘을 믿고 만만한 아내라 그랬겠지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한 사람은 그 남편이 죽어도 보기 싫은 것은 당연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아내를 패는 남편이 도무지 제정신 같지 않습니다.
임종실에서 가족들의 송별을 받으며 인생을 따뜻한 가운데 마감하고 싶다면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순이
trio
2015-03-14 at 03:42
순이님,
사람은요 임종하는 순간에,
그 주위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모습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믿음으로, 가시는 분을 조용히,
슬프지만 기쁘게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보내드리는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의 배웅을 받는 마지막…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데레사
2015-03-14 at 08:58
세상에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임종도 지키지 않을려고 할까요?
자식에게도 부인에게도 폭력적으로 대하면 말로가 뻔한데
서세원이라는 사람 왜 그랬을까요?
솔직히 얼굴도 너무 못난 주제에 말입니다. ㅎㅎ 이건 너무했나요?
나는 지금이라도 이혼하길 잘한다고 생각하애요.
그런 결혼생활 더해봤자 비참밖에 더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서정희씨를 응원하고 싶어요.
탄금뜰
2015-03-16 at 02:27
잘읽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 모두 더 명심해야 할 일을 잘 깨우쳐 주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 범주에 크던 작던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인생사 아닐런지요.
나이들면서 고집세우지 말고 자신의 주변을 청결하게 해야 하건만
돌아보면 나이들었다고 다른 사람 더 욱박지르는 모습을 자주봅니다
이제는 전처럼 나이들었다고 대접받는 세월은 아닌데 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
따사로운 하루를..
솔이울/유인걸
2015-03-16 at 20:21
순아님 나는 신앞에 나갈때는 혼자있고 십습니다.다.나는 죽을때라고 생각치 않고 신 앞에 나갈때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80이되니까 남은 삶을 10년 보고 있습니다. 오직 두려움이 업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