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자녀는 빚쟁이 손자는 애인이었을까?

호주에 사는 지인이 잠시 귀국했다며 모임을 소집해서 만났습니다.
에너지가 많은 여인이라 높은 산 등산을 위해 네팔도 가고 아프리카도 가는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여인입니다.
아직 그 남편은 못 봤는데 그런 자유로운 영혼의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이
고생스러럽고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존경하는 분입니다.
남편을 바람둥이에서 바람을 빼고 "우리 둥이가" 이렇게 표현합니다.
글도 잘 쓰고 놀기도 잘 놀고 술도 어지간한 남자보다 잘 먹습니다.
남편이 착한건지 지인이 매력적인 건지 부부사이는 알 수 없지만
특이하게 좋은 분들은 맞습니다.

한국 사람은 두서너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으로
연결 되어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또래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셔서 안계시거나
연세가 높아 요양병원에 계시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서로 부모님 안부를 물었는데
함께한 지인의 어머니는 골반골절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

퇴원하셨는데 집안에서 다시 미끄러지셔서 골절이 일어나는 바람에

대구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는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호주에서 온 분이 자기 시어머님도 일산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신다고말했습니다.
일산 정발산역 근천데 시어머님이 입원한 병원이름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요즘엔 요양병원이 곳곳에 많이 생겨서 난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일산이라고 해도 병원이름도 모르니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병원 이름은 모른다고 하니 시어머님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누구라고 하는데 우리병원 환자가 맞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넓고도 좁구나 하는 생각에 다들 놀랐습니다.
지인의 시어머님은 병원에 입원하지 6~7년 되었고
나도 입사 4년차가 되다 보니 웬만한 환자 이름은 다 알고 있거든요.
환자도 물론 잘 알고 환자의 히스토리도 대강 아는데 그분의 막내며느님이
내 지인인 것은 몰랐습니다.
한국에 사는 환자분의 큰 아들과 딸 내외만 알았거든요.

이분도 친정어머니는 호주에서 모시고 사는데
어머니가 무슨 교민행사에 가서 상품으로 타온 비행기표로 잠간 귀국한 것이라
시어머니는 못 뵙고 간다고 나에게 며느리 왔다 간 것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대학교수인 김교수는 손녀를 두 명 두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똑똑한 컴퓨터 신경망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정말 똑똑한 분인데
자신은 14층 딸네는 11층 이렇게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면서
손녀 보는 일이 그렇게 즐겁다고 합니다.
신문에 칼럼도 연제하고 책도 여러 권 낸, 컴퓨터신경망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라
늘 글 쓰고 공부해야 하는데도 손녀들에게 빼앗기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고 합니다.
강의 중간 중간 빈 시간에도 손녀 생각을 하고 손녀들에게 먹일 과일을 사다가
차에 실어 놓았다 가져다주기도 하고 뭘 하고 놀아줄까 연구한답니다.
딸이 바쁜 시간이면 자청해서 아이를 대려다가 봐 준다고 합니다.

그분이 하는 말이 전생에 원수가 지금 부부로 만나 열심히 싸우며 살고
자녀는 빚쟁이라 만날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생에 못 갚은 빚을 지금 갚느라고 사랑이든지 경제적인 거든지 무조건 자꾸
주어야 하고 다행인 것은 손자는 전생에 애인이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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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인들

아무 의무나 책임 없이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한 것을 보면
애인이 맞을 것도 같습니다.
부부는 전생의 원수라든가 자녀는 빚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손자는 애인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렸습니다.
원래 그런 말이 있었는데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할머니가 되어
그 말이 귀에 들리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손자는 무슨 짓을 해도 예쁜 것을 보면 정말 사랑스러운 애인입니다. ^^

인천에서 내과병원을 하는 지인은 조금 늦게 합류를 했습니다.
인천에서 광화문까지 오느라 시간이 걸린 탓입니다.
하루 종일 진료하고 기운이 주욱 빠진 모습으로 오더니
배가 고프다고 밥부터 찾았습니다.
의사도 요즘엔 배고픈 시절이 되었나 봅니다. ^^
교수도 은퇴 시점이 65세라 아직 근무 중이고
한분은 은퇴를 하고도 지방대학에 강의를 다니시는데
의사는 은퇴가 없으니까 오래 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무의촌 보건소장으로 가고 싶다고 합니다.
어디 섬으로 가서 보건지소에 보건진료를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횐가? 그런 단체에 가입해있어서 인지
자주 해외 의료 진료를 나가더니 이제는 나이 먹어서 인지
국내 무의촌에 정착할까 생각중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라고 동조를 했습니다만 여생이 더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됩니다.

그분은 전생을 잘 살아서인지 전생에 원수가 없어서인지 결혼하지 않았고
한없이 조르는 전생의 빚쟁이 자녀도 없고 그러니 전생에 애인이었던 손자도 없습니다.
전생의 원수도 이생에서 만나 살아야 애인도 생기는 것이니
이런 걸 공평하다고해야 하는지, 인생의 아이러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수나 빚쟁이를 피해 애인을 만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찌 되었든 전생에 사랑하던 애인을 이생에서 만나
부담 없이 사랑하는 일은 인생의 낙이기도 합니다. ^^

순이

1 Comment

  1. 데레사

    2015-03-18 at 04:33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했지만
    빚쟁이던 원수던 만난 덕분에 애인도 생기고….
    그래서 안하는것 보담은 하는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어찌할꼬?
    이런 생각을 지울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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