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자녀를 결혼시키는 적령기에(!) 도달이 되었나봅니다.
따뜻한 봄이 되어 결혼시즌에 접어 든 요즘엔 거의 토요일 마다 결혼식이 있습니다.
집안 결혼식까지 하면 어느 주말에 두 군데를 다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오전 오후 시간이 다르면 다행이고 시간이 겹쳐지면 한곳엔 들려
인사만 하고 다른 예식장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어제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사위를 봤습니다.
오전 11시 강동구 상일동 삼성 엔지니어링 본관에서 거행되는 예식이라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습니다.
서울에서도 동쪽 끝에 있는 5호선 전철역 종점에 위치해 있어서 오전8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일산에 사는 친구와 같이 출발을 해도 되지만 혹시 살펴봐줘야 할 것이 있나 해서
친구는 천천히 오라고하고 나는 일찍 예식장에 도착하려고 서둘러 간 것입니다.
신부 엄마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는데 원래도 예쁘지만 더 예뻤습니다.
엄마를 닮은 신부는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온 과정을 지켜봤기에 내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식장은 어지간한 호텔예식보다 규모가 있고 화려했습니다.
우선 로비도 너르고 예식장도 크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얀 백합과 카라, 수국 등으로 장식한 식장 내에는 백합향기가 은은했습니다.
직원들 복지를 위한 시설이라서 그런지 음식도 좋았습니다.
서울 동쪽 끝이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하객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5호선에서 내리면 셔틀이 연결되어 편리하고 넓고 깨끗한 공간이
먼 거리를 온 하객들의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친구들 자녀 결혼식에 가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좋은 일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조치원에 사는 친구도 강릉에 사는 친구도 정선에 사는 친구도 왔습니다.
신부 엄마도 친구들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친구라서 그런지
모이던 중에 가장 많이 모여서 소규모 동창회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잔치집이라 음식 넉넉하지 시간 넉넉하지 하니까 느긋하게 친구들과
배불리 먹어가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정선에서 온 친구는 내 블로그를 보고 있다고 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보는지 내 글 목록을 훤하게 꿰고 있었습니다.
“그 목욕탕이야기 담에 뭐더라? 아~ 손자는 전생에 애인이었다는 말이 맞어!”
이러며 내 블로그를 소재로 한참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고 사과 수확하게 되면 사과따러 오라고했습니다.
다음 달에 강릉에서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서 가게 되면
정선 이친구집에 다녀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릉에서 온 친구는 우리가 보기에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아서 부러워합니다.
강릉에 살면서도 서울친구들의 애경사에 꼭 참석합니다.
서울에서 외동딸이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서울에 오면 딸도 보고 하니까
오기도 하겠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친구들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은 보통 성의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만난 김에 회갑기념으로 어디로 여행을 갈까 의논을 하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의 의견을 묻게 되었습니다.
3박4일 정도 일정에 일본이나 중국정도를 생각하는데
친구가 가 본 곳 중에 어디가 좋을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자를 보는 친구들이 있어서 혹시 못 갈수도 있다는 친구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에게 부럽다고 말하니
" 난 여행 가는 것 보다 애보고 싶어" 하는 군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손자를 보는 친구를 부러워합니다.
애 보는 게 뭐 부럽냐고 하니까
여행은 잠깐이지만 애 보는 일은 얼마나 보람 있냐며 이제는 여행도 싫고
외동딸 시집보내서 손자를 키우는 일이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강릉 친구도 빨리 외동딸 시집보내서 손자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이고 친구들 간에도 늘 좋은 말만 하고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하는 적도 없고 인정이 많아서 친구들을 잘 챙기고
언행이 바른 내 친구가 기른 딸이라 정말 요즘 보기 드믄 숙녀라
누가 그 댁에 장가가게 되면 대단한 행운입니다.
지금도 강릉에서 올라올 때 싱싱한 회를 떠와서 딸의 친구들을 불러 먹이는
아주 인정스런 사람이라 사위를 보면 정말 잘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 낳으면 다 길러 주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과 뷔페 음식을 날라다 먹으면서 보니
저마다 도가니를 한 공기씩 담아다 먹더군요.
음식을 가지러 갔다가 도가니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곳에서 친구와 마주쳤는데
"순이야 우리 나이엔 이걸 먹어야 해"이러며 제법 큰 공기로 한 공기를 퍼 담더군요.
나는 다음번에 먹어야지 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서 보니
나만 잔치국수를 퍼왔고 친구들은 저마다 도가니를 가져왔습니다.
관절에 도가니가 좋다고 하면서 다들 맛있다고 먹습니다.
난 도가니의 미끌 거리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는데
친구들은 서로 권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나인엔 잔치국수보다 도가니탕이 어울리는 것 같긴 합니다.
뷔페 음식 중에서 도가니에 끌리는 때가 되면
자녀 결혼식이 성수기 인가 봅니다. ^^
순이
데레사
2015-03-22 at 03:37
저도 도가니를 별로 좋아 안해요.
잔치국수는 좋아하지만.
어쩐일인지 도가니뿐 아니라 설렁탕 곰탕 갈비탕 이런것도
좋아 안해요.
이제 제게는 청첩장도 잘 안 와요.
그 나이도 지났으니…..
솔이울/유인걸
2015-03-22 at 06:21
도가니란 음식은 처음 들어 보는데요?
jh kim
2015-03-22 at 13:17
아이쿠
아곳까지 오셔서 전화 한통화도 않하시고
그냥가셨군요
다음에 오실때는 꼭 연락주셔야 합니다
엇그제가 송권사의 회갑이였답니다
요즈음은 회갑 이야기 나오면 사람들이 웃는데
아들덕에 하루
제후배들과하루 이렇게 보냈답니다
평안 하시온지요 ?
mutter
2015-03-22 at 18:17
저도 청첩장은 이제 끝났나봐요.
입원했다는 이야기,죽음과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
아프다는 이야기가 주로 들리네요.
말그미
2015-03-23 at 04:47
저도 도가니탕보다 잔치국수가 좋습니다.
우리도 자녀 혼사 출입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나 하나씩 남아 늦도록 결혼을
못 시킨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elan
2015-03-23 at 13:39
도가니가 아니고… 스지-힘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