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둥둥 내사랑아

주말을 쉬고 출근했더니 어떤 할머니께서
"안보여서 휴가를 갔나? 그만 두었나?" 걱정 했다며 반가워했습니다.
할머니는 나에게 "노는 날 집에서 뭐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손자가 네 명이라 집에서도 바빠요. 손자 봐야 하거든요"했더니
그분은 내가 할머니라는 사실이 못 미더우신지 손자나 볼 줄 아냐고 물으셨습니다.
집에는 네 살짜리 손자와 이제 두 달된 신생아가 있어서
큰애를 봐 주던지 아기를 봐주던지 둘 중에 한명은 봐줘야
딸이 조금이라도 쉬기 때문에 주로 아기를 안아준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나에게 아기를 안아 줄때 부르는 노래 한 가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기를 안고 어를 때 불러주라고 하시더군요.
우리도 다 들어보던 구전동요인 듯도 하고
춘향전의 사랑가에서 따온 가락에 붙인 노래인 것 같았습니다.

어화 둥둥 내 사랑아
하늘에서 내려왔나 땅에서 솟았는가
어화 둥둥 내 사랑아
복은 석순이 복을 주시고
명은 동방삭이 복을 주시고
한자를 가르치면 열자를 알게 해주시고
굴곡 없이 대로로만 살아가게 해주세요.
산천초목이 벌벌 떨게 해 주세요.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삼천갑자 동방삭이의 명이 긴 것은 알겠는데
복은 석순이 복을 달라고 했는데 석순이 복이 뭔가 여쭈었더니
옛날에 석순이가 복이 많았다고 하면서 그런 복만 누리면
된다고 그냥 얼버무리셨습니다.
아이는 빗자루로 때리지 말라고 하셔서
요즘엔 집안에 빗자루가 없다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빗자루로 때리면 아이 복을 쓸어내서 재수가 없다는 설명도 하셨습니다.
옛날에는 방안에서 가까이 손에 잡히는 것이 빗자루라
화가 난 부모들이 빗자루로 아이들을 많이 때렸다고 합니다.
요즘에야 아이를 때릴 일도 없고 빗자루가 있다고 해도
그걸로 아이를 때리는 부모는 없겠지요.

아이 기죽이지 말고 웃음을 주고 사랑만 주라고 하셨습니다.
연세 높은 어른이신데 구전동요를 알려주시는 것과 양육의 지헤를

알려주시는 것이 감사해서 받아 적었더니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가끔 아이를 키우는 일과 삶의 지혜를 여쭈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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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엔 며느리를 보는 친구네 혼사가 있는 강남 청담동엘 간 김에
잠실에 사는 큰딸 집엘 갔습니다.
사위는 남태평양 피지로 출장 중이라 집에 없고 세모자만 있다가
내가 가니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자주 가보고 싶은 딸과 손자이지만
직장을 나가다 보니 일산과 멀지않은 잠실에 사는데도 자주 가질 못합니다.
늦게 까지 놀다가 밤 열시쯤 집으로 오려고 계획했는데 다섯 살 건이가
할머니 자고 가라고 붙잡는 통에 딸집에서 손자와 하룻밤을 잤습니다.
주일아침에는 딸이 다니는 교회에 같이 가서 아기들과 함께 예배 보는
영아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아기를 안고 나가 성경암송을 하는 시간도 있고 영아의 눈높이에 맞춘 예배라
시끌시끌한 가운데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건이는 유치부 예배에 참석하느라 옆방으로 혼자 가서 참여하고
샘이는 돌 지난 아기라 엄마 아빠가 함께 예배를 본다고 합니다.
영아반은 온돌로 되어 있어서 예배시간에 뛰어 다니는 아기에서 부터 우는 아기
간식 먹는 아기 우유 먹는 아기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건이 엄마는 남편이 해외 출장 중인데 엄마가 같이 와서 정말 좋다며
엄마랑 같이 사는 동생은 좋겠다고 한이 엄마를 부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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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 후엔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아이 둘을 데리고 석촌호수로 갔습니다.
석촌호수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유모차에 샘이를 태우고
건이는 아이들이 타는 싱싱카를 타고 발로 밀면서 갔습니다.
건이 엄마 운동화를 빌려 신고 점퍼까지 얻어 입고 호숫가라 추울까 해서
아이들도 겨울 점퍼를 입혀서 나갔는데 오후 들면서 바람도 잔잔하고 기온이
오전보다 더 올라 있어서 따뜻한 기온이라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벚꽃은 피기 전이고 노란 개나리만 피었고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연둣빛이 예뻤습니다.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새로 생긴 제2롯데월드까지 갔습니다.
석촌호수에서 건너다보이는 롯데월드 놀이동산에서 나는 함성소리는 신선했습니다.
자일로드롭에서 떨어지면서 한꺼번에 지르는 함성과
청룡열차가 레일에 거꾸로 매달려 몸을 틀면서 내려 갈 때와 우주선같이 생긴
둥근 물체를 빙빙 돌리는 놀이기구 등에서 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호수에는 오리도 떠 있고 놀이동산에서 나는 함성을 들으며 봄이 오는 길을
새싹 같은 손자와 딸과 함께 유모차를 밀고 가는 데 흐뭇했습니다.
건이는 다리 아프다는 소리도 안하고 잘 다니고, 유모차 안에 있는 샘이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잘 다녀서 큰 딸은 올해만 지나면 힘든 육아에서는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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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제2롯데월드까지 가서 건이가 좋아하는 레고도 사고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들과 놀며 놀며 천천히 다닌 길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새로 개장한 롯데 월드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공간이 넓고
시설이 좋아서 아이들과 놀기 삼아 다니니 볼 것도 많고 재미있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도 건물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내부 시설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신기한 것도 많아서 나중에 시간 내어 다시 가려고 합니다.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딸이 붙잡는 것을 출근해야 해서 억지로 돌아오는데

딸아이는 눈물이 글썽했습니다.

두아이를 기르는 엄마이면서도 엄마에겐 아기처럼 응석을 부리는 군요.

현관에서 배웅하고 돌아서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엄마 잘가라고

건이와 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mutter

    2015-03-30 at 04:11

    엄마를 쳐다보는 딸의 모습
    딸을 쳐다보는 엄마의 모습
    서로 애틋하게 느껴지겠지요.
    딸과 하룻밤을 보냈군요. 행복했겠어요.    

  2. 데레사

    2015-03-30 at 06:47

    잘 하셨습니다.
    손주들이 붙잡는데 뿌리칠수는 없지요.

    석촌호수에도 아직 벚꽃은 안 피었군요.
    올 해는 꽃이 좀 늦나 봅니다.   

  3. 말그미

    2015-03-30 at 13:53

    따뜻한 글을 잘 읽고
    평화로운 시간들을 상상하면서 읽다가
    그만 눈물이 났어요, 순이 님.

    건이 엄마가 눈물이 글썽했다고 해서요.
    베란다에서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었겠다를 생각하고요 또…
    딸은 나이가 들어도 아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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