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리랑

(정선아리랑)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후렴)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네. (후렴)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나.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후렴)

*정선읍네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 뱅글뱅글 도는데
우리집에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을 왜 모르나. (후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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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에는 “정선아리랑”을 위한 아라리촌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아라리 학당에서

정선 아리랑을 듣고 부르고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한분이 해설을 하시면서 북채를 잡고 장구로 박자를 맞추고
한복을 입은 아주머니께서 선창을 하면 관광객이 따라 부릅니다.
우리 일행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했습니다.
악보까지 나눠주고 정선아리랑 노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기회를 만났기에 정선아리랑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자세히 들었습니다.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처럼 좋았으면 하는 기대와
올 같은 흉년에도 봄이 오고 있어서 곤드레 딱죽을 먹을 수 있겠다 노래합니다.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하는데 임의 맛이 어떤 맛일까 궁금합니다.
친구가 일부러 곤드레밥을 해 주어서 먹어 봤는데 곤드레는 평범한 나물의 일종으로
그렇게 달콤하지도 황홀하지도 않은 그냥 덤덤한 맛이었습니다.
곤드레 나물을 임의 맛으로 대비를 하는 그 발상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은근 야하기도 하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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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나.이러기도 하는데
지금은 모르지만 옛날 명사십리의 모래사장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명사십리 해변에 피어난 해당화가 모래사장과 그렇게 잘 어울렸기 때문에
기왕 해당화가 피어나려면 다른 곳에서 피어나는 것보다 명사십리에서
피어나야 해당화의 진정한 가치가 최고로 살아난다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다음 절은 두견새는 봄에 우는 것이 제격이라는 의미겠지요
두 구절에서 반어법을 사용하여 은근한 비유를 하고 있어서 노랫말이
은근하고도재미있습니다.
은유의 내용은노랫말이 생산된 시대와 그때 살았던 사람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알아야 정확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사가 생산된 시기는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 같이 어려웠을 때에
만들어진 노래라고 추정한답니다.
아무리 시대가 힘들고 어려워도 자연에서 해당화는 아름답게 피어나고
두견새는 무심히 울어 당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 같습니다.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 뱅글뱅글 도는데”
이 가사는 물의 사랑을 받는 물레방아처럼 서방님의 사랑을 끊임없이 계속 받고
살고 싶은데 실제 서방님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물이 물레방아를 안고 돌듯이 서방님은 매일 안아주지를 않는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라고 보여 집니다.
대단히 문학적이고 의미심장한 뜻이 엿보이는 아리랑 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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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호미질 한 번 하고
눈~이~~~ 올~~~라~~~나~~~~ 이렇게 길게 늘여 노래하면
신세가 처량하고 아리랑은 한탄조가 되어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눈이올라나비가올라나 하면서 걸음을 걸으면서 스타카토로 부르면
매우 경쾌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때, 그때 노래 부르는 이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겁니다.

아라리오 박물관에서 머문 잠시의 시간에
노래도 배우고 꽃이 한창인 정원을 산책을 하면서
노래 한 곡이 이렇게 위대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가고 세월은 흘렀지만 노래는 남아
이렇게 정선아리랑 문화재단이 있어서 아라리오 기념관까지 만들 정도입니다.
인생보다 긴 것이 문화이고 노래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과 리듬 그리고 혼이 담긴 노래를
이렇게 까지 지키려고 군민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전으로 내려온 정선아리랑의 전승과 보존과 창조적인 활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한이 어린 정선아리랑이

너무 현대화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노래를 전수하고 보존하는 것은 놀랍고 감사한 일이긴 한데
어딘가 조금 넘친다는 느낌도 들어서입니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농부들이 논을 매고 밭을 매면서 불렀음직한 노래라
그냥 두면 세대가 바뀌어 잊혀지고 말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의 정서로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소박한 시골처녀를 과하게 꾸며 거리에 내 놓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장구 장단에 맞춰 잠깐 들은 아리랑인데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내내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려나~”
하는 가락이 내 속에서 계속 중얼 거려 졌습니다.

정선아리랑이 정선을 지탱하는 힘같이 느껴졌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15-04-29 at 01:56

    정선을 몇번 갔어도 아리리오 박물관은 몰랐네요.
    다음에 가면 꼭 들려 봐야겠습니다.

    비단 정선아리랑 뿐만 아니라 과하게 전수되거나 보급되는게
    많아요.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게 사실상 쉽지 않나봐요.   

  2. 매심당

    2015-04-29 at 08:30

    조금 넘친다는 느낌을… .저도 여기 저기서 받고 있습니다.
    지방 자치 이후, 상품화 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정서와 가치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더군요.
       

  3. mutter

    2015-04-29 at 16:49

    정선아리랑을 정선장날 장터에 앉아 들었거든요.
    4명이 나와서 부르더라구요.
    가슴이 울컥하는게 옛 여인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져서
    일어서기가 싫더라구요. 한참을 앉아서 들었네요.
    아라리촌에서 정선 아리랑을 가르치는군요.
    정선장날을 택해서 혼자가고 싶어요.
    그래야 내맘대로 정선아리랑을
    마음껏 들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정선아리랑은 정선에서 듣는게 제 맛이난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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