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 속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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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엔 벚꽃이 다 지고 녹색 잎이 푸르러 졌고
강릉 시내에도 벚꽃이 진 지 오래 되어서
벚꽃을 보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화암계곡엔 산벚꽃이 한참이었습니다.
해발 700m쯤 되는 계곡이라 기온이 낮아서 꽃도 늦게 피어나서
우리에게 새로 봄을 맞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고향의 봄 노랫말처럼 곳곳이울긋 불긋 꽃대궐입니다.

특히 살구꽃이나 복숭아꽃은 벚꽃 보다 더 붉은 핑크색으로
주변을 환하게 했습니다.
야~ 복숭아꽃이다. 살구꽃이네, 이러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화암계곡의 산벚꽃은 뭉게구름처럼 하얗게 피어올랐습니다.
화암계곡을 따라 계속 가면 민둥산이 나온다는 안내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양쪽으로 주욱 늘어선 벚꽃 길을 계속 걸어 들어가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에 유혹이 일었습니다.
시인의 표현은 얼마나 절묘한지요………….

방 창 – 김용택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 속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친듯이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저 산에 흩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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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 – 김용택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기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웬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 가보겄는디
저 물은 꽃 보다가 소리 놓치고
저 물소리 저 산허리를 쳐
꽃잎만 하얗게 날리어
흐르는 저기 저 물에 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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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천의 산벚꽃이라 더 좋았는지
화암계곡의 산벚꽃이 절정인 순간에 내가 도달했는지
아직 꽃잎이 떨어지지 않은 만개한 예쁜 순간을 보게 되어
너무 행복한 산책 이었습니다
화암약수가 있어서 약수물을 마셨습니다.
화암약수엔 철분이 많이 녹아있어서 진한 맛이 났습니다.
오색약수와 맛이 비슷하거나 더 진했습니다.

서울서 함께 간 내 친구는 젊을 때 그곳 면사무소에서
일 년 정도 일한 적이 있다며 더욱 감회에 젖었습니다.
그 옛날에는포장하지 않은 작은 오솔길로 되어있어서
손잡고 이야기 하면서 걷다보니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게 되었는데
산그늘이 갑자기 내려오고 있어서 호랑이라도 만날 것 같은 공포에
뛰다 시피 하여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화암계곡은 깊은 곳으로 마냥 들어가 보고 싶은 유혹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선 먹거리 장터를 돌아 이곳저곳 다니다 도착한 곳이라
화양계곡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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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그곳에 많은 추억이 있더군요.
지금 나이 먹어도 예쁜 친군데
20대 꽃 같은 나이에 면사무소에 근무하니까
저절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면장님부터 며느리 삼고 싶다고 하시고
동네 아들 가진 분들은 다 며느리 삼자고 하시고
총각들도 좋다고 하는 분이 많아 도저히 근무를 못할 정도고

면 사무소에 계속 있으면 그곳에서 결혼해서 살 것 같아서

일 년 만에 서울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가장 아쉬워한 사람은 접니다.
산골에 들어가 보건소나 초등학교 교사로 살고 싶었던 것은
나의 소녀 적 꿈이었거든요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친구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고향 산천을 돌아보는 길은 꿈꾸는 듯 행복했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어서 조금만 걷다가 내려왔는데
계곡의 꽃길을 따라 그냥 계속 걸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 속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친듯 살다가 ……. ^^

순이

1 Comment

  1. 데레사

    2015-05-02 at 00:14

    이만큼 살아놓고 보니 인생이란게 별것 아니드라구요.
    그냥 주어진대로 사는게 가장 편하다는걸 이제사 느끼거든요.
    젊었을때는 누구나 벼라별 꿈을 다 꿔보지만 솔직히 그 꿈을
    이룬 사람이나 못 이루고 딴 길로 간 사람이나 다
    그게 그건거 같은게 요즘 마음입니다.

    친구와 함께 정든 내고향 길을 걸어보는 즐거움.
    정말 좋아요. 이 순간 부러워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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