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을 뻗어 옆에 있는 친구를 끌어안듯이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나 남자들 군대에 있을 때 등 한창 친구가 좋고
친구가 그리운 때에 하는 포즈를 하고 할머니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임계 친구네 집에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동해 언제 오냐고 여러 번 연락이 옵니다.
동해시에 살고 있는 친구가 구경하고 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오후엔 돌아 와야 하지만 동해시에 살고 있는 친구를
보고 오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강릉에 사는 친구 두 명이 와서 함께 동해시로 가기로 해서
백봉령 5호 매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임계가 강원도 중에서도 오지인줄 알았는데 길이 사통팔달로 뚫려서
교통의 요충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임계에서 동북쪽으로 가면 강릉이고, 동쪽으로 가면 동해시
동남쪽으로 가면 삼척, 서쪽으로 가면 정선 그렇게 길이 나 있었습니다.
강릉에서 오기로 한 친구들과 나로서는 의외의 장소인
백봉령 5호 딸부자집에서 만났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을 뿐 아니라 같은 반을 여러 번 한 친구라
강릉 자기 집에 와 자라고 했는데 임계친구와 오래전 약속한 일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더니 백봉령까지 온 것입니다.
강릉 초당동이 친정인데 초당은 두부가 유명한 곳이라 친구 집에 가서
금방 한 두부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감나무가 많아서 감을
푸짐하게 먹기도 했습니다.
백봉령 정상에 길게 건물이 붙어 있는데 1호집 2호집 이렇게 번호가 있었습니다.
그곳 특산물로 만든 수수부꾸미, 감자적, 메밀전 메밀국수를 강릉 친구가 사 주었습니다.
5호집 주인은 임계 사는 친구의 지인인 듯 서로 속마음이나 취향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알아서 달라고” 하자 정말 주인은 알아서 골고루 음식을
내 오고 농사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 정다웠습니다.
동해시에 도착해서 그곳에 사는 친구를 픽업했습니다.
강릉에서 온 친구 두 명과 동해시 친구 임계 친구 서울에서 간 우리 두 명
모두 여섯 명이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동해시 친구의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하얀 백사장이 길기도 하고 깨끗해서 여름 휴가철에 가면 좋을 망상해수욕장을 걷다가
그리스 산토리니보다 더 아름다운 묵호등대마을을 둘러봤습니다.
(묵호등대 마을은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묵호등대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언덕에서 바다쪽으로 내려왔는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마을을 어찌나 아름답게 꾸며 놨는지
나의 첫마디가 “산토리니에 갈 필요가 없겠다. 여기가 더 아름답다.”라고
감탄을 했습니다. 민박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가족단위 휴양도 좋을 장소입니다.
저도 우리 자녀들과 함께 숙박시설을 예약해서 하루 다녀오리라 맘먹습니다.
저녁으로는 동해시에서 가장 잘 한다는 음식점에 해물찜을 예약해 두었다고 했습니다.
백봉령에서 토속 음식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은 터라 이른 저녁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친구가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며 안내를 했습니다.
푸짐한 해물찜이 어찌나 맛있는지 안 먹었으면 서운했을 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후 7시가 넘었는데 서둘러 차를 타야해서 차표를 사려고 하고 보니
친구가 7시 30분에 출발하는 비싼 우등고속 차표까지도준비해 주었습니다.
동해시를 짧은 시간에 좋은 곳만 골라 구경시켜주고 비싼 밥 사주고 지역 특산물인
명란젓까지 선물로 주고차표까지 끊어주니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닙니다.
허그를 하고 헤어지면서 고맙고 미안하고 얼떨떨했습니다.
내가 친구에게 대접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대접을 받다니……
친구를 위로한 것이 아니라 부담을 준 것 같아서
지금도 몹시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남편이 10년 넘게 병석에 있는데
친구의 친정 식구 등 가장 가까운 형제자매들이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는다고 성화를 한답니다.
고생하는 형제가 안타까워서 하는 말들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듣기 싫답니다.
나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입장을 바꾸어서 자신이 병들어 오래 병석에 있을 때
남편이 귀찮다고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하면 싫을 것 아니냐고 합니다.
집안에서 욕창간호와 흡인기구(suction) 까지 갖추어 놓고
간병인과 함께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먹는 것도 뇌졸중과 마비에 좋다는 것을 만들어서 드리고
진정한 사랑으로 영혼의 고락을 함께 하는 것으로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부애가 대단해보입니다.
10년 넘게 집에서 몸도 못 움직이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냉정한 눈길로 보면 회복의 기대 없이 끝없이 소모해야하는
환자 돌보기에 매달려 있는 친구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녀를 낳고 부부로 산 예의로 남편을 병원에 맞길 수 없다는
요즘 보기 드믄 순애보적인 사랑에 감격합니다.
친구의 딸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고
늦게 낳은 아들은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여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집에는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데 남편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고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번히 알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아픈 남편과의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친구가 존경스럽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여행이었지만
어떤 감격과 감동보다 친구의 삶이 아름다웠습니다.
동해시에는 병든 남편을 10년 넘게 간호하는 착한 아내인
내 친구 장정순이가 살고 있습니다.
순이
참나무.
2015-05-04 at 01:31
그럼요…
꽃보다 사람이지요
여행 후에도 오래남는 추억은 사람이더군요.
저도 Out of Africa 몇 편 올릴 예정인데
사람들이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여행중에도 가끔 리딩은 했습니다.
데레사
2015-05-04 at 02:23
옛날 내 생각이 납니다.
남편이 식도암으로 거의 십년을 앓다 갔어요.
그때는 의료보험도 일년에 반밖에 해당 안되고 목욕봉사
라든가 이런게 전혀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환자 목욕 시키고 나면 기운이 쭈욱 빠져도 냄새가 나니까
적어도 사흘에 한번은 꼭 시켰지요. 그래도 살아주는게 고마워서
같이 아파가면서 지냈거든요. 다 지난 얘기가 갑자기 순이님
친구 얘기에 생각이 났습니다.
그 친구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이미 30여년전에 겪은 일이지만 요즘은 세월이 안 그렇거든요.
그 친구분께 나도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말그미
2015-05-06 at 04:52
남편을 집에서 극진히 간호하는 친구 분,
참 훈훈하고 인간미 넘칩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요양병원으로 보낼 법도 한데 말입니다.
자그마치 10년을 넘게…
그 친구 분 아주 건강하시길 빕니다.
정말 좋은 친구 분을 두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