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터를 잡고 오래 살고 있어서 부자 소리를 듣고 사는데도
새로 사과나무를 심는 다고 하는 친구는 어찌나 부지런한지 모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든 일을 가리지 않고 직접 하면서
농사도 짓고 나물도 뜯고 생업도 유지했습니다.
남편의 전적인 도움으로 하기는 하지만 정말 잠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너른 땅에 농사는 농사대로 하면서도
집에 들어가는 계단이나 모퉁이에도 틈만 있으면
화분을 놓고 화초를 키우더군요.
아마 집안에 있는 화분이 백 개는 넘을 것 같았습니다.
그 많은 화초에 물주고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품이 들고 힘들겠어요.
그런데도 식물 키우는 것이 취미라며 오밀조밀 가꾸어 놓고 살더군요.
친구는 어떻게나 몸이 빠른지 다람쥐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힘들어 보이지 않고 가볍게 다닙니다.
새벽에 일어나 우리 먹인다고 아침상을 준비했는데
스스로 생산하고 주변에서 뜯은 나물 반찬에
남편이 친구들 먹이라고 말도 안하고 슬그머니 사다 주방에 둔
소갈비까지 구어서 주더군요.
아침부터 만찬을 했습니다.
"아침은 커피한잔이면 충분한데 어쩌고… " 말했지만 차려놓은 상을 보니
사양하는 것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샤브샤브 집에서나 봄직한 전기랜지가 식탁에 붙박이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없지만 웬만한 도시 가정집에도 식탁에 전기랜지가 설치된 집이
많이 없을 탠데 갈비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폼이 익숙했습니다.
화장을 하고 머리 드라이까지 단정하게 해서 이른 아침에도
시골 사는 아낙 같지 않고 완전 영부인 스타일입니다.
모든 일을 어찌나 재바르게 하고 다니는지
내가 움직이는 양의 5배는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을 열심히 일하고
겨울엔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도 가고 골프도 하면서 산다고 합니다.
남편 분은 골프를 잘 하시는 듯 거실 장에는 골프대회에 나가
상 받은 트로피가 즐비했습니다.
임계가 남편의 고향이자 생활의 터전인 친구는
올해부터 사과농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대구 근처에서만 생산되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에서도 사과농사가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농사기술이 발달되어 과학영농법을 해서 이고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대체로 높아져서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 농업 협동조합이나 농촌진흥청에서 권장한답니다.
사과 농사를 짓겠다고 신청하면
농촌진흥청에서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 준답니다.
사과 묘목 구입에서 부터 심는 방법 배수로 만드는 방법
비료와 농약 사용방법과 가뭄에 대비한 물 탱크준비까지
일일이 공부해서 농사를 시작하니까
실패도 덜 하고 성공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농사도 운이 좋으면 (소위 말하는 운때가 맞으면) 대박이 나기도 한답니다.
농산물이 풍년인 때는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봐야 평년작이지만
귀할 때 농사가 잘 되면 한 몫을 단단히 잡게 됩니다.
사과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농사 자금도 정부에서 빌려준다고 합니다.
그런 영농자금은 만약의 경우 사과를 심었다가 실패를 하면
융자받은 돈을 회수해 가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세금으로 붙는 농특세가 그런 일에 쓰여 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올해 사과나무를 심는 것은 노후를 위함이라고 하는 군요.
나중에 사과를 딸 때 손이 많이 딸리면 일하러 오라고 했습니다.
빨갛게 익은 사과열매를 따는 일,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어요.
비록 느리고 어줍은 손이지만 그래도 친구 사과밭에서
사과 따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하니 흐뭇함이 앞섭니다.
서울 대치동에도 큰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회계사 사위에 놀고 살아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지만 육신의 편안함을 쫒지 않고
새로 사과농사를 시작하는 친구의 근면 성실함이 대단히 존경스럽습니다.
내 친구 홍순배와 남편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친구가 이박삼일을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로 데리고 다니며 운전 해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했습니다.
우리는 고향에서 온 친구들을 서울에서 만나게 되어도
식사나 하고 차나 마시곤 헤어지게 되는데
정이 많은 고향친구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순이
怡到
2015-05-03 at 00:40
그런 친구를 가지신것도 부럽구
그림같은 산골 좋은곳에 사시는 친구분도 부럽구
두분의 우정두 부럽구 ㅎㅎ
온통 부러움만 느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매심당
2015-05-03 at 00:46
나중에 사과 딸 때 일꾼으로 가고 싶은 댁이네요.
제가 밥을 좀 많이 먹는 게 흠이긴 해도, 일은 잘 합니다.
이도 님 말씀대로 저도 온통 부럽습니다.
데레사
2015-05-03 at 05:15
고향친구들은 늘 그래요.
가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구경시켜주고, 또 올때는
바리바리 사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 친구들이 서울에 오면 고작 밥이나 사주고
고궁에나 한번 데리고 가주면 끝이거든요.
누구네나 다 비슷한가 봐요.
사과농사, 힘들겠지만 보람이 더 있을테죠.
부럽지만 이제는 몸도 내마음대로 안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