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이 개원 9주년이 되어서 기념으로
마니산 등반을 했습니다.
주방과 병실 당직의 한명 등 꼭 필요한 직원만 남기고
커다란 관광버스를 빌리고 병원구급차 까지 동원해서
개인 승용차로 가는 것 보다 많은 직원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인지 길이 막히지 않고 가니까
강화 마니산 입구까지는 한 시간 남짓 소요되었습니다.
아침을 다들 못 먹고 나왔다고 원장님 사모님이 손수 장만한
참치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관광버스 안에서 먹는
오렌지 맛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곳곳에 봄꽃이 만발하여 신록과 어울려 우리산천은 꽃동산입니다.
겨우내 회색빛으로 숨죽이고 있던 나무들마다
새잎이 돋아 얼마나 푸르고 싱그러운지 심호흡이 절로 되었습니다.
마니산은 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곳입니다.
첨성단을 향해 오르다 보니 몇 군데 기를 받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해서 그런지 기는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뭔지 모를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는 듯도 합니다.
첨성단을 향해 오르는데 돌계단이 가팔라서 쉽지 않았습니다.
여직원들 중에 야간 근무한 분들도 있고 오후 근무할 분들도 있어서
입구에서 단체 사진만 찍고 일찌감치 등반을 포기한 분도 있고
1km쯤 가다가 돌아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끝까지 다 가겠다는 목표를 처음부터 세우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가는데 까지는 가보겠다는 각오로 서두르지 않고 올랐습니다.
숲이 우거져 등산로가 그늘이라 따가운 햇볕에 시달리지 않고
바람도 알맞게 시원해서 등산하기는 좋은 날이었지만
끝없이 돌계단을 오르는 것은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나에겐 고행이었습니다.
가다가 이정표나 옛날 한시를 적어놓은 글 판을 만나면
뻬놓지 않고 열심히 읽으면서 다리도 쉬고 숨을 돌렸습니다.
그러니 일행은 이미 한사람도 없이 다 내곁을 지나갔고
맨 후미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만약 일행이 돌아오면 함께 하산을 하리라 맘먹고 꾸준히 앞으로 갔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고 해서 중간에 포기할까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조금만 더 갈까
조금만 더 가볼까 하다 보니
참성단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습니다.
주방여사님 들이나 청소여사님들 빼고는 내가 여직원들 중에 가장 고령이라
내가 참성단 마당으로 들어서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일찍 올라온 분들은 참성단에서 더 가는 헬기장까지도 다녀오고
오이를 하나씩 다 먹고도 땀을 식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꼴찌로 도착한 것도 창피한데 박수까지 받으니 어찌나 멋쩍은지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꼴찌에게 박수를 칠 건 뭡니까?^^
나보다 연세가 훨씬 많은 내과과장님은 나에게 악수까지 청했습니다.
그분은 평소에 일하다가도 환자가 없으면 옥상에 가서 한 시간씩
걸으시는 등 체력관리를 꾸준히 하는 분답게 가볍게 산행을 했습니다.
젊은 분이 내과과장님과 누가 먼저가나 만 원짜리 내기를 걸었었는데
내과과장님이 이겨서 만원을 받으며 인증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도착한 것이 민망한 중에도 스스로 대견해 했습니다.
정상에 도착한 분들과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습니다.
마니산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마니산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두악(頭嶽)이랍니다.
마리는 머리를 뜻하며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려오고 있습니다.
강화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사면이 급경사로 화강암이 넓게 분포되어 있고
정상에는 단군이 쌓고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어서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해마다 개천절에는 개천대제가 거행되는 곳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려있었습니다.
남산 산책로에서 봤던 지푸라기로 두툼하게 짠 카펫을 밟으며 내려왔습니다.
돌계단에는 자동차 폐타이어를 쪼개서 만든 카펫을 깔아 놔서
푹신하고 걷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올라갈 때 흙길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 돌계단으로 내려왔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낙오 되지 않고 끝까지 마니산 첨성단을 다녀온 것이 기쁘고
마니산의 쎈(!) 기를 받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기를 받으면 기운이 세 질까요?
아니면 더 젊어질까요? ^^
순이
오드리
2015-05-07 at 03:24
장하십니다. ㅎㅎ
데레사
2015-05-07 at 09:25
잘 하셨어요.
짝짝짝 ~~
mutter
2015-05-07 at 11:41
거기가 돌계단으로 오르면 가파르지요.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내려올때는 흙길로 내려오고요.
순이님 첨성단까지 올랐으면 체력이 괜찮은거죠.
자꾸 다니다 보면 체력이 늘어요.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꾸준히..
TRUDY
2015-05-07 at 20:16
올라갈 때는 주저 앉을 듯 힘들지만
내려올때 상쾌한 기분은 등산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닐까 합니다.
오를때 후덜거리지 않던 다리가 내려올 때 후덜후덜
왜 그런지 궁금증을 풀길이 없는데요..
말그미
2015-05-08 at 14:36
꼭대기까지 완등 축하합니다.
박수…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