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은 항상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

어버이날에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께 다녀왔습니다.
우리 어머니 연세는 여든일곱이십니다.
높은 연세에도 태산처럼 자녀들의 인생을 지켜주고 계셔서
어머니가 살아계신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어릴 때만 어머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머니가 되었어도
어머니 품은 여전히 그립고 안전하고 돌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서울에 사는 딸들이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 와서 꽃구경도 하고
바람을 좀 쏘여드리자고 의논이 되어 내가 대표로 대구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올 작정으로 갔는데 어머니께서 가을에 오신다고
한사코 오시지 않으려고 해서 동생들이 실망을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한번 안 하신다고 하면 끝이고 타협하지 않는 성품입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 며칠만 가시자고 새로 태어난 증손자고 보시고
일산 꽃박람회도 가시자고 몇 번 더 졸라봤지만 안 되었습니다.
내가 포기를 하고 대신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 내에서 어디를 갈까 검색을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동물원의 큰 짐승 즉 사자 호랑이 코끼리 같은 동물
보는 것을 좋아하셔서 어머니 모시고 서울 대공원을 가려고 했던 것이
어렵게 되어 대구 근처에 동물원이 있나 검색을 했더니
의외로 달성공원 내에 동물원이 있더군요.
막내 남동생 내외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달성공원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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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은특색있게 나무들을 키워놔서 볼만했습니다.
분재처럼 모양을 내어 다듬어 키운 나무들이 한그루 한그루가 다 예술입니다.
더하여 5월의 신록은 생명력이 충만해서 더 아름답습니다.
공원 중심에는 볼만한 나무와 푸른 잔디와 꽃밭이 있고
공원 담장을 따라 둘레에는 동물우리가 있었습니다.
사슴 여우 칠면조 공작새 원숭이 호랑이 코끼리 사자 등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동물들은 다 있어서 어머니가 즐거워하셨습니다.

꼬리를 활짝 핀 공작새가 볼만한데 공작새가 우리 안에 무심하게 서성이기에
“날개 좀 펴 봐라.” 라고 장난처럼 공작새에게 주문을 했더니 놀랍게도
말을 알아들은 듯이 꼬리를 부채처럼 활짝 펴서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타이밍 맞춰 꼬리를 펴 주는 공작새가 얼마나 기특한지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공작새가 더 예뻤습니다.
공작새는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위해 날개를 펴 준 것으로 해석하고 한참을 봤습니다.
수컷에 비해 수수한 모양의 암컷은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그 앞에서 응가만 하고 있었습니다.
수컷은 날개와 꼬리를 활짝 펴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럴 때 암컷이 수컷을 향해 박수라도 좀 치던지 감탄을 해 주던지 하면

좋겠는데 무심한 암컷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입니다.
“수컷을 쳐다보는 성의가 있어야지 똥만 싸고 있으면 되겠냐?”
동생이 암컷을 나무라자 우리 모두는 크게 웃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동물을 좋아하셔서 자주 구경시켜 드려야겠다고
동생이 다짐을 하더군요.
대구 도심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안 와봤다고 합니다.
하긴 서울 살아도 남산 안 가보는 것이나 같은 이치겠지요.
그러나 가까이 있는 것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어머니와 달성공원 데이트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들어 성경을 2독 째 하고 있는데
그 덕택에 인지가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총명하셨습니다.
인지장애 즉 치매 판결을 받은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
그런대로 삶에 지장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치매 약을 복용하고 계신 것도 있지만 성경을 꾸준히 읽으셔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거실 창가 쪽에 어머니께서 성경을 읽으시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께는 손자가 14명이고 우리 딸들이 낳은 증손자까지 합하면 18명입니다.
매일 18명의 이름만 기억해 내는 것도 큰 두뇌운동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자녀와 그 배우자들을 위해 늘 기도하시는데
어머니기도 덕분에 우리가 살아갑니다.
우리 형제는 항상 어머니께 기도를 요청합니다.
어머니께서 자녀를 위한 기도는 어머니의 소임이라 생각하십니다.

어머니와 달성공원 동물구경을 하고 청라언덕까지 둘러보고 났더니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녁은 오라버니내외분과 합류하여 먹었습니다.
볼일이 있어서 제주도에 가셨던 오라버니께서 오후에 대구에 도착하셔서
저녁을 함께 하게 되어 어머니께서 좋아하셨습니다.
제주도에서 사 온 오메기떡을 어머니께 선물로 드리더군요.
어머니는 바라보기도 아까워하는 큰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내내
흐뭇한 표정이십니다.

어버이날에
어머니께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뵙는 것도
자녀로서 큰 행복이었습니다.

순이

5 Comments

  1. 데레사

    2015-05-10 at 00:07

    어머님께서는 치매가 진행이 안되나 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어머님이 즐거워 하시는 모습, 자녀들의 행복 맞습니다.
    살아계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2. TRUDY

    2015-05-10 at 02:17

    자식된 도리를 다 하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3. 말그미

    2015-05-10 at 06:07

    대구까지 다녀와 효녀이신 순이 님,
    힘이 들어도 힘든 줄도 모르셨지요?
    전부 ‘어머니의 힘’입니다.
    어머니가 그곳에 계시기 때문에 새처럼 날아가셨지요.
    어머님이 안 계시면 오빠댁도 먼 길이 됩니다.

    어렵지만 참 잘 하셨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동물원도 모시고 가고…
    제가 다 힘이 납니다.
    높고 크신 분의 사랑과 은혜가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4. jh kim

    2015-05-10 at 13:33

    어머님계신 대구
    엄마 보고프신 마음에 단숨에 달려가신 순이님
    엄니는 얼마나 좋으셨을까
    순이님은 말할나위도없고
    제주에서 대구로 단숨에 날아오신 최목사님
    모든분들께 존경받으시는 오라버니
    우야던동2015년 어버이날은 순이님의 기분좋은날이랍니다   

  5. jh kim

    2015-05-10 at 23:30

    어머님 얼굴과 목사님을 사진으로라도 뵈오니 너무 좋습니다
    1973년 제가 대구 동문동에 위치한 ㅇㅇ 부대에서복무할때 당시 대구지방
    국세청고위직에계시던 종조부 생신에
    저히 아버님께서 오셨었답니다
    그날 아버님과 둘이서 달성공원엘 갔었답니다
    그때 사진도 찍고 했었답니다ㅓ
    그날이 생각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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