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 할 때는
객석에서 볼 때 협연자가 무대 왼쪽에서 연주를 하는데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 하는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했습니다.
좀 특이한 연주이기도 하고 지휘자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좋지만
피아노 연주자를 뒷모습만 보기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예매를 하면서 무척 고심을 했는데 무대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보통 객석에서
보듯이 피아노 연주를 볼 수 있는 위치인 합창석 오른쪽 좌석을 구입했습니다.
물론 월급쟁이를 하고 부터는 비싼 티켓구입이 망설여지는 면도 있습니다.
(합창석이 B 등급으로 가장 저렴합니다.)
결론적으로 오른쪽 합창석은 대단히 만족했고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회 때 객석에서 바라보던 피아니스트를
위로 올려다보는 것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다는 것만 달랐습니다.
합창석은 무대와 가까워서 피아노 연주자의 손놀림이 정확히 보이고
지휘할 때의 자세와 피아노에 몰두할 때의 모습이 어찌나 잘 보이는지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것 보다 현장에서 보는 것이 감동이 훨씬 더 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땀방울 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나는 겁이 많고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길을 걸어도 천천히 바쁠 것 없이 걸어 다닙니다.
병원에서도 늘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이 표가 났었나 봅니다.
할머니들은 이름을 잘 모르시니까인상착의를 말씀하는데
"키 크고 안경 쓴, 양반걸음 걷는 선생님" 이 접니다. ^^
그러니 수영 같은 운동은 해 본적도 없고 다이빙은 올림픽 수영경기
중계방송에서나 보는 일인데
지난밤 연주에서는 음악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이
꼭 수영장에서 물속으로 다이빙 하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고
2부에서는 5번 황제를 연주했는데 음악의 소용돌이 속으로
풍덩 다이빙해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눈 아래에 50명 정도 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채우고 있고
지휘자겸 피아니스트가 손에 잡힐 듯 움직이고
음악이 소용돌이 치고 있으니 내 몸은 자꾸 앞으로 숙여졌습니다.
목을 쭉 빼고 몸을 앞으로 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수영선수가 다이빙하려는 순간의 포즈입니다.
음악이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나를 빨아드리는 듯 했습니다.
1번 협주곡이 끝나고도 열광적인 많은 박수가 나왔고
5번 협주곡은 역시 황제답다 라는 감탄이 절로 되었습니다.
나도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안스네스는 앙콜곡을 두곡이나 연주해 주었습니다.
연주자는 연주만 하는 것이 좋지 해설을 하면서 연주하면 훨씬 더 힘이 든다는데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겸하면서 대곡을 두곡이나 끝내 놓고도 앙콜을 성의껏 해주는
모습이 겸손해서 더 보기 좋았습니다.
입장료가 비싼 탓인지 하이든 홀 2층은 거의 비어 있어서
연주자들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어디서라도 아름답습니다.
조금 거슬리는 것은 팀파니 주자였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웅장한 곡이라
연주 내내 팀파니를 두드려 크게 울리는 몫이 상당합니다.
팀파니 주자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약간 우측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바로 눈앞이라 팀파니 연주자의 움직임이 자주 눈에 띄어 음악의 불랙홀에
빠지는데 약간의 방해가 되었습니다.
팀파니 연주자는 다른 악기가 연주되는 동안 연주가 쉬는 짬에 팀파니의 북면에
머리를 숙여 귀를 대어보고 두 대의 팀파니 가장자리를 차례로 손으로 더듬어
연결부위를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치통 같은 것을 보면 뚜껑의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서
김치통을 들어서 옮길 때 면 잘 잠겨있나 보게 되잖아요.
그러는 것처럼 팀파니를 손으로 더듬어 북면과 연결 장치가 잘 고정되어 있나
수시로 확인하면서 북의 울림을 보느라고 다른 악기가 연주 중에도
자주 얼굴을 북면에 갔다 대느라 얼굴이 빨개지곤 했습니다.
의심이 많은 사람인가? 완벽주의잔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악기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주자가 연주 이외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음악을 듣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오후 6시에 근무를 마치고 병원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음악회에 가기 빠듯한 시간이기에
차를 얻어 타면서 아람누리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어떤 분이
“아람누리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냐?”고 물어서 8시에 시작하는 음악회에 간다고 했더니
“음악회를 혼자서 가요?”라며 깜짝 놀라시더군요.
나중에 음악회는 혼자서 가면 음악에 빠져들기 훨씬 좋다는 설명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음악회를 마치고 아람누리를 나오는데 태풍여파로 늦은 밤바람이 서늘했습니다.
뭔가 후련하고 가슴 깊은 곳까지 위무가 되는 그런 음악회를 즐겼습니다.
순이
데레사
2015-05-13 at 02:38
어제 시원했던 바람에 나는 고뿔걸렸어요.
코도 흐르고 목도 붓고 목소리도 잠겨서 지금 병원
갔다 오는 길이거든요. ㅎ
아람누리, 지난번에 발레보러 갔드니 참 좋은 공연장이더군요.
일산에 사시는 분들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순이님. 늘 행복한 모습으로 지내시길 바랍니다.
참나무.
2015-05-13 at 06:05
같은 이유로 저도 음악회 전시장 혼자다닙니다
적확한 표현으로 어떤 느낌이셨는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전 다이빙 하는 거 아주 좋아하니 그 느낌 알거든요…^^
지금 고대박물관 내 커페안 컴이라 익숙치않네요…;;
말그미
2015-05-13 at 15:18
아람누리,
그 유명한 곳을 한 번도 못 가보았습니다.
얼마나 좋으셔요?
그런 시설 좋은 연주회장이 가까이 있으니…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지휘를 하는 연주회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자세한 설명으로 연주회를 함께
간 듯했습니다.
참 행복하셨지요?
trio
2015-05-14 at 01:29
좋은 연주에 다녀오셨네요.
챔버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솔리스트가 지휘를 하는 경우도 많지요.
합창석 좌석…마치 수영선수가 다이빙을 하려고 하는 포즈가 된다는
너무나 재미있는 설명에 좌석의 위치가 훤히 보이는 듯했습니다.ㅎ
저도 그런 좌석을 좋아합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연주에 따라서는 훨씬 좋지요.
음악회 혼자 가시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가셔서
같은 추억을 만드시는 것도 좋지요.
때로는….
김일용
2015-05-15 at 02:42
연주자가 많지 않은 독주곡이나 실내악일 경우 합창석이 의외로 좋은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렴하고도 실속있는 자리가 되지요. 특히 피아노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겸하는 경우에는 그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잘 볼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팀파니 주자가 연주 도중 쉴 때마다 악기를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이 거슬린다면 일반석으로 가셔야지요. 바이올린 독주자가 무대에 나와서 튜닝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팀파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나 모두 청중에게 최선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악보 넘기는 소리나 독주자의 숨소리처럼 현장 음악회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요소인 것이죠.
벤조
2015-05-15 at 04:36
합창석에 앉을때는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은 조심해야 될것 같아요.
지난번 컨서트에 가서 더블베이스 연주자 사진을 찍었는데 그 배경으로
합창석에 앉은 ‘쩍벌려’ 여성이 찍혔더라구요. 에구…
저는 지휘자가 연주를 겸하는 음악회에 가면 잘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괜히 제 마음이 바빠져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