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갈퀴와 삽 그리고 커다란 장난감 트럭을 가지고
한이와 한이엄마가 놀이터에 나가 놀다가 들어오는 길에
7층에 사는 할머니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답니다.
한이 모자가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입니다.
한이는 놀이터 모래를 갈퀴로 긁어 삽으로 퍼서 트럭 짐칸에 올렸다가 차를
이동시켜 짐칸을 들어 올려 모래를 쏟아 버리는 공사장 놀이를 좋아합니다.
한이는 세 돌이 다가오는 4살이라자아가 생긴탓에제 것을 한창 챙깁니다.
예쁜 짓도 많이 하지만 요즘엔 소리도 벅벅 지르고, 싫어요. 안 해요. 소리를
자주 하는 등 통제가 어려워진 미운 네 살이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도 뭐든지 “한이가 하겠다.” “한이 꺼다.” 하면서
남의 도움을 받기보다 제가 한다고 나섭니다.
플라스틱 트럭이 커서 아이가 양손으로 들기 빠듯해 보이자 넘어지면 다칠까봐
엄마가 들어다 준다고 해도 한이는 저 혼자 낑낑 거리며 들고 간다고 고집을 씁니다.
모자간에 실랑이 하는 모습을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7층 할머니가 보시더니
"자기 물건은 자기가 들고 다니게 두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러면서 요즘엔 초등학생도 엄마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다 주고
학원 가방을 받아 들고 다니는데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애들은 제 것은 제가 들고 다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며
나약하게 아이를 키워서 뭐 할 거냐고 훈계를 하시더랍니다.
딱 맞는 말씀인데 듣기엔 편하지 않았나 봅니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7층 할머니는 이사 오신지 얼마 안 되신 분이라서 까꿍이를 업고 다니는
한이 엄마 모습을 못 보셨는지 할머니께서 한이 엄마에게
“첫애냐?”고 물으셔서 동생이 있다고 하니
“동생이 딸이냐”고 다시 물으셔서 아들이라고 했더니
"아이고~ 딸이 있어야 하는데~ 나도 아들만 둘이라
딸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 딸을 못 낳은 것이 한이라며
“꼭 딸을 한명 더 낳으라”고 하시더랍니다.
집에 들어온 한이엄마가 나에게 묻습니다.
“엄마도 밖에 다니다 딸 같은 아기 엄마를 보면 이것저것 물어봐?”이러기에
“아기가 예쁘니까 말을 걸기도 하지” 했더니
아기가 아무리 예뻐도 첫애냐 둘째냐 딸이냐 아들이냐
아들이 있어야 한다. 딸이 있어야한다.
이런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그냥 지나가기도 그렇고 붙잡혀 있기도 그렇고
곤란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젊은 엄마들은 필요이상 관심을 보이는 어른들의
잔소리 피하는 노하우가 인터넷을 통해 전수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말을 듣기 싫을 때 쓰는 방법인데 효과가 있답니다.
첫애냐고 물으면 둘째라고 대답하랍니다.
아이가 하나라고 하면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질문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한명이라고 했을 때 듣게 되는 말은 아이가 서너 살 되어 보이면
"애는 낳을 때 낳아야지 터울을 두면 안 된다."
"요즘 한명만 낳아 기르면 되지 두 명은 힘들다."
"대여섯 살 길러놓고 낳아야지 애 기르기 얼마나 힘드냐."
딸을 낳아야 한다. 아들을 낳아야 한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대책이 나오기 때문에
아예 두 째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남자냐 여자냐 물을 때 남매라고 대답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합니다.
아들만 둘이라고 하면 딸을 낳아야 된다고 하고
딸딸이 엄마라고 하면 시대가 어찌 되었든 아들은 있어야 한다고 하고
둘은 너무 적다고 한명 정도 더 낳아야 한다고도 하지만
대게 남매라고 하면 길어지는 말이 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에 가보면 이런 일도 있습니다.
아기가 손을 빨거나 자기 손으로 얼굴을 긁기도 해서
내복 소매를 내려서 손을 가려 놓으면 다가와서 내복을 걷어줍니다.
아기 손을 가려 놓으면 아기가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아기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 놓고 있으면
소매를 끌어당겨 손을 옷 속으로 넣어 주는 분도 있습니다.
침을 흘리면 턱받이를 해 주라고 하고 콧물이 나는 듯하면
얼른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다 아기를 키워본 분들이라 육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분들이라
꼭 참견을 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나부터도 아기 엄마를 보면 아는 소리를 하고 싶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젊은 엄마들은 자기들끼리 컴뮤니티가 있어서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침 흘리면 턱받이를 하는 것도 손을 꺼내 놓는 것도 넣는 것 정도는
아기 엄마가 알아서 할 터인데 굳이 지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가지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젊은 엄마의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것입니다.
나도 나이 먹고 보니 아기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사실은 그러고 싶거든요.
그러나 내 딸에게도 안 먹히는 잔소리 길에 나가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아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먼빛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순이
데레사
2015-05-19 at 08:50
우리 아파트 윗층의 저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으신 분이
계시는데 하도 붙잡고 얘기를 늘어놓으니까 젊은 엄마들이
보이면 도망 간다고들 하더라구요.
이 분은 참견이나 잔소리가 아니고 자기 자랑을 하는분이
윗대에서 부터 손주까지 자랑을 입에 달고 지내니 그것도
듣기 싫더라구요.
타산지석이라고 남을 보고 늘 나를 돌아 봅니다.
적어도 젊은이들을 도망다니게 하는 이웃 할머니는 되지 말아야지
하고요.
말그미
2015-05-19 at 13:18
ㅎㅎㅎ
노파심…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간섭하고 싶어지니…
그러나 젊은이들이 도망가는 할머니는 안 되리라
굳게 다짐합니다. ^^
한이를 보면 꼭 우리 준호 생각이 납니다.
5월 28일쯤,
딸은 동생만 데리고 보름쯤 서울엘 다녀가는데
어미를 떨어져 있을 준호를 생각하니 어찌나 딱한지요.
스페인을 돌아가 이틀 만에 어미가 미국 세미나에 가면
또 어미를 떨어져 있어야 되고 돌아오면 런던 출장을 또
대엿새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딸이 서울엘 왔다가 가던 이틀 후에 우리가 스페인엘
곧 뒤따라 갈 예정입니다.
준호와 동생을 보러요.
한참 엄마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준호를 생각하면
어찌나 딱한지요.
trio
2015-05-19 at 15:03
우리 나이에도 필요 이상의 간섭이나 참견, 꾸짖는 것이 싫은데
하물며 젊은 사람들이야…
저도 딸들한테 잔소리 안하기로 작정을 하고 살지만
아무래도 하게될 때도 많아서.. 또..하며 자제하려고 애를 쓴답니다.ㅎㅎ
푸나무
2015-05-20 at 01:06
한이가 정말 인물이 점점 나네요.
저두 아이들 잘 찔끔거리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