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블로그를 하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피드백이라고 하지요?
자주 애독자라고 하는 분들의 메일을 받습니다.
블로그에 쓴 글 중에 오타가 났다거나 용어선택이나 단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해주는 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리스트가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로 써야한다고 하고
어떤 눈 밝은 독자는 문법상 맞지 않다고 지적해서 알려줍니다.
오히려 독자에게 배워가는 것이지요.
어떤 건 몰라서 그렇고, 알아도 습관상 그렇게 쓰는 것도 있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되도록 바르고 정확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분은 하루에도 5~6 통 메일을 보내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찌나 지적을 많이 하시는지 꼭 잔소리꾼을 머리위에 모시고 사는 기분이 들어
글을 쓸 때마다 그분의 잔소리가 번거롭기도 했습니다.
글이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 글은 시의가 적절치 않다거나
견해가 다르다면서 고쳐야 한다고 압력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블로그를 만들어 본인의 의견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쓴 글에만 매달려 그러시더군요.
난 그런 메일에 무응답으로 지냈더니 혼자서 몇 달을 그러시다
재미가 없는지 그만 두시더군요.
제가 받은 메일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이것입니다.
대구에 사시는 어머니를 뵈러 막내 여동생과 다녀와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이런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조선 블로그 글 보았습니다.
글도 잘 쓰시고 무엇보다 이쁘시네요.
전 범띠이고 00사는 직장인입니다. (혹 저보다 위신지요)
친구되고 싶습니다.
톡친도 좋구요.
매력적이십니다.
연락 주세요.
그래서 답장을 잘 쓰지 않는데오해가 쌓이면 안 될 것 같아메일을 보냈습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60대 할머니로 손자가 4명입니다.
사진은 여동생입니다.
물론 여동생도 중고등학교 다니는 학생을 둔 엄마입니다.
가끔 블로그에 오세요.
블로그 친구하면 되지 않겠어요? ^^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대한 답장이 더 재미있습니다.
오 마이 갓 죄송합니다.
블로그 자주 들르겠습니다.
동생분이시군요
매력 있으세요
—–Original Message—–
( 문제의 사진입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사람의 메일을 받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블로그에 예쁜 여자 사진을 올리며 호객행위를 하면
블로그 내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생기겠구나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겁니다.
나의 지인이 블로그가 뭔지 모르니까 " 아 그 말썽 많은 채팅." 그렇게 단정하던데
블로그로도 나의 지인이 말하는 불량 채팅 같은 용도로 충분이 활용되겠더군요.
예쁜 여자 사진 한장에 매력적이라며 연락 달라는 분이 정말 있어서 놀랐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할머니라고 했더니 오마이갓은 또 뭡니까?
오마이갓을 외칠 정도로 할머니는 푸대접해도 되는 걸까요?
할머니라니 그렇게 놀라서 달아날 건 뭡니까? ^^
블로그를 열어놓고 있다는 것은 나를 글로 보여주는 일이라
그야말로 점방 문을 열고 거리에 나와 있는 격이라
손님이 있어야 (뷰가 일어나야)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색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밋밋하고 목적 없는 글을 쓰는데도 보러오는 분들이 꾸준히 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고 감사합니다.
<1984>와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이
"나는 왜 쓰는가?" 라는 에세이에서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순전한 이기심으로 쓴다고 했습니다.
남에게 똑똑해 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되고 싶고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욕구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학적 열정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록하여 남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진실을 기록하여 역사를 남기겠다는 충동이나
글쓰기를 통해 남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정치적이고 의도적인 글쓰기도 있습니다.
오웰이 말하는 이기심, 정치적,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이 범주에서
나의 블로그 글쓰기는 어떤 종류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유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뚜렷한 목표나 의식 없이 글을 쓰는 것은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공허하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공허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적인 목적도 없고
아름다움을 후세에 전하겠다는 미학적인 철학도 없고
어쩌면 순전히 이기심에 의한 글쓰기 인데
그것도 맞지 않는 것은 나에겐 똑똑하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사람들에게 얘깃거리가 되어 인기를 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죽은 다음에 나를 기억해 달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린 시절 나를 푸대접한 어른들도 없었을 뿐더러
앙갚음 할 어른들도 내 기억엔 없습니다.
그러니 목표도 없이 무작정 쓰는 것이긴 한데
공허한 글쓰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블로그글쓰기는 오락입니다.
심심한 사람이라 특별히 좋아하는 놀이나 특기도 없고 인생을 즐기는 흥도 없어서
혼자서 글 쓰는 일이 유일한 재미이고 오락입니다.
모임에 가서도 구석에 말없이 앉아 있다가 얻어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듯이 씁니다.
지인들은 나의 행태를 다 알고 있어서 일부러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고
촉이 예민하고 착한 친구는 글 쓸 제목도 알려줍니다. ^^
또 알려지면 좋지 않을 일은 말하기 전에 미리
"쓰지 말아 달라." “이건 남이 알면 안 돼” 라고 합니다.
오늘은 수원에 있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갑니다.
이것으로 올 봄 예식장 투어는 끝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올릴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건져오겠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을 즐기지만
읽는 분들은 좀 힘드신가요? ^^
순이
데레사
2015-05-24 at 00:14
블로그 하다 보면 별 사람 다 만납니다.
생전 댓글 한번 안 쓰다가 어쩌다 오타가 나거나 하면 귀신같이
알고 충고주는 사람, 남을 가르칠려고만 드는 사람, 뭔가
까칠해서 마음을 무겁해 하는 사람…..
그러나 그러려니 하지만 아주 고약한 일들로 상의를 해오는
이웃을 만나서 같이 분개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특히 독신인 젊은 여성들은 많이 괴롬을 당하기도 하고….
오 마이 갓 ?
ㅎㅎㅎ
답도 오 마이 갓으로 해줬으면 싶습니다.
수원가시는군요.
저도 좀 있다 남한상성으로 갑니다.
후배들과 약속이 있어서요.
마음에 두지 말고 그냥 하던대로 하고 살아요. 비록 오 마이 갓의
나이일지라도.
고운바다
2015-05-25 at 09:15
오락으로서의 글쓰기 혹은 힐링으로서의
글쓰기 (순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글을 열심히 쓰면 뇌건강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등 그 이름이 무엇이든
다 비슷하고 유익한 개념같습니다.
점방이란 단어는 요즘 보기 힘든데 가끔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어 반갑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단어를 잘 모를 것 같군요.
점치는 집인가보다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네요.^^
점방도 좋지만 점빵이란 발음이
더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듯 합니다 .
아주 오래전의 고향,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오후,
큰 건물옆에 가까스로 붙여 지은 자그만 점빵 ………..
벤자민
2015-05-26 at 22:25
블로그를 오락으로 생각하시는 것 저도 동감합니다
특히 해외에 살면은 특별한 말동무도 없지요
저도 우연찮게 이걸 하게되었는데
첨과는 달리 도움이 되는 점도 많읍니다
첨 시작 할때는 오타나 맞춤법 띄어쓰기등
여기서는 별 신경을 안쓰던일에 지적을 받아
국내분과 해외동포사이에 설전도 별여 놓앗고 했지만 ㅎㅎ
지나보니 그래도 한글 제대로 쓰는게 좋겠다로 감사하지요
또 좋은 음악 시 사진등 보는각도에 따라 유용한 점도 많읍니다
다만 불로그라는 특성상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잇어야하고 계속 이어 나갈라면
기본 소재와 기본지식 다소간 글쓰는 재주가 따라야 하다보니
나름대로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 입니다 ㅎㅎ
아무튼
동생분 미인이십니다 ㅎㅎ
셔터소리
2015-06-02 at 23:12
오 마이갓~!
이렇게 재미있는 글 쓰시고도
가게 문 열어 거리에 나와 있는 격이라니요? ^^ ㅎㅎ
너무 비약하셨네요.
동생이 저 정도면
언니도 물론 예쁠거라는 상상, 충분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