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까 두려운 느낌

대구 아들집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며칠 우리집에 다니러 오셨습니다.
봄부터 다녀가신다고 벼르기만 하다가 모처럼 상경하신 겁니다.
분당에 사는 딸과 강남에 사는 딸집에 들려서 우리 집까지 오셨는데
다음 주에 싱가폴 출장이 잡혀있는 막내여동생은 어쩔 수 없이 빠지고
어머니와 큰 동생과 나 세 명이서 울릉도를 다녀오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러노라 미리 예약했던 음악회를 못 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랑 삼성카드 블루 스퀘어 홀에서 뮤지컬 갈라쇼가 있는데
친구랑 같이 가기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어머니를 모시고 울릉도를 향해 출발을 하는
날짜와 딱 겹쳐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했더니 친구가 딸과 함께 가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표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친구가
어머니를 드리라고 용돈을 통장으로 보내왔습니다.
내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어머니를 봐 왔고
친구의 남편은 우리 오라버니 친구이기도 해서 각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친구 어머니께 용돈 드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여행가서 쓰라고 일부러 통장으로 보내왔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경이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사는 게 쉽지 않을 탠데
무슨 나까지 챙기게 하느냐? 울릉도 간다고 소문은 왜 내느냐? “ 고 하시면서
놀러 가는 게 무슨 유세냐고 나를 야단치셨습니다.
어머니랑 울릉도 가는 걸 소문을 내려고 해서 낸 것이 아니라
음악회 티켓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 드리기가 복잡해서
그냥 야단만 맞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더 우리 어머니께 마음을 쓰는
친구의 배려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어머니께는 사촌 여동생이 한 분 계십니다.
어머니의 오라버니, 올케 등 어머니 항렬의 모든 분이 돌아가시고
이제는 어머니와 어머니 사촌여동생만 살아계셔서
어머니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이모님을 뵈러 다녀왔습니다.
이모님은 당뇨가 있고 여러 번 골절을 당한 후라
완전 실명 상태이고 와상상태로 계셔서 외출을 못하십니다.
그래서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보신다고 어머니가 가셨는데
이모님은 의외로 정신이 초롱초롱 하셨습니다.
원래 못 보던 분이 아니라 말년에 실명을 하신 일이라 보통 답답하지
않으실 터인데 자녀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시고 잘 참고 적응 하시더군요.
"동생이 언니를 찾아뵈어야 하는데 언니를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손을 잡고 등을 더듬으며 두 분이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참 잘 만나게 해 드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해가지고 간 금일봉이랑 과일을 전달하고 한참을 놀다가
돌아오는데 어머니께서 또 볼 수 있을까 하면서 눈물지으셨습니다.
나이 먹어서 슬픈 것은 이렇게 혈육이 만났다 헤어질 때
또 만날 수 있을 까 하는 염려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잖아요.

이모님은 우리 집 살림을 도와주시며 오래 함께 살았던 분이라
나도 이모님과는 남다를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모님의 아들은 나와 한 살 차이인데 우리 어머니께 모처럼 오셨는데
적지만 받아 달라고 하면서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더군요.

나는 이모님과 헤어져 돌아오면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다시 못 만나면 어쩔까 하는생각이 들어서요.

연세도 있고 눈도 안보이고 와상상태시라 얼마나 더 사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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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다니시던 명성교회 수요 저녁예배에도 참석했습니다.
내가 블로그에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쓰면 반가워하시고 늘 어머니 안부를 물어주시는
장로님께서 예배 시작 전에 우리 어머니께 식사대접을 해 주셨습니다.
고급 한정식 집에서 어머니를 따라간 여동생과 나 까지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
더하여 교회에서 앞자리에 앉아 예배 볼 수 있게 배려해주셨습니다.
성가대만 천명이 넘고 교인 몇 만 명이 동시에 예배드리는 시간이라
좋은 자리에서 예배보기가 쉽지 않은데 장로님이 특별히 어머니를 챙겨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이교회에서 오래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어쩔 수 없이
아들이 있는 대구를 가셨기 때문에 고향 같은 곳이라 흡족해 하셨습니다.
더하여 장로님으로부터 선대 받으신 일이 어머니께는 행복한 추억이 되셨습니다.

해외 출장으로 함께 여행가지 못 하는 여동생은 미안하다며
어머니 여행경비를 부담했습니다.
나의 딸들도 할머니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며 각자 여행경비에 쓰라고 용돈을 주는 군요.
무슨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닌 울릉도 여행에 이렇게 찬조금을 받으니
여행경비를 하고도 남게 생겨서 쑥스러울 지경입니다.
어머니만 앞세우고 다니면 찬조만 받아도(!)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

이제 점점 내가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변에서 나를 위해 비용을 보태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여태는 언제나 누구와 움직이던지 모든 경비는 내가 부담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도움의 손길이 차츰 많아지는 군요.
월급쟁이를 하니 수입이 푸근하지 않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과
이젠 도움을 줘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 공짜나 불로소득은 없었고 누구든지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만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도움을 받아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합니다.
전에 같으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그런 명분의 용돈이
싫지 만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음이 나이 드나 봅니다.

어머니 모시고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도 가고
핑계로 잠실 사는 딸을 불러내었습니다.
한꺼번에 손자 네 명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를 했는데 도저히 협조가 안 되더군요.
한명 앉혀놓으면 다른 한명이 움직이고 ……나란히 세워놓고 찍으려던
계획을 변경해서 한명씩 끌어안고 겨우 겨우 한 장 찍었습니다.
안고 있어도 정면을 보고 집중된 사진을 찍기 어려웠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들 그리고 딸들 또 손자들까지 모두 모아서
4대가 함께 소란 속에서 밥을 먹고 구경을 다니고 하는 맛이 참 좋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15-06-27 at 01:20

    명성교회 김재훈 장로님도 함께 하셨네요.
    언제나 친절하신 분이라 대접을 잘 해 주셨군요.
    저도 그 교회에 한번 가서 식사대접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이번이 절대로 마지막이 아닐거에요.
    염려하지 마세요.
    어머님 건강해 보이시네요.   

  2. 솔이울/유인걸

    2015-06-28 at 04:52

    자상하게도쓰시네…나는 이렇게 몼써요…
    어내와 싸웠는데내잘못은 없어요. 너므ㅜ화가 나서 처음으로 오늘아침 이낸는 샛강공원 나는 헬스클럽으로 가벼렸지요…이혼해 버릴까요?ㅎㅎㅎㅎ…널린게 과부들인데 나같이 모든것을 다 가춘 멋진 영감이 뭣이 모자라겠어요ㅎㅎㅎㅎ   

  3. 좋은날

    2015-07-06 at 09:30

    참 다복도 하십니다.

    복 많이 지으시니 행복해 보이고요.
    어머니의 무병과 장수하심으로 효를 많이 행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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