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정원" 이라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가 생각납니다.
(이미지 구글에서 )
어떤 거인이 자신의 정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번거로워
내쫓고 조용히 살고자 “들어오지 말라”는 팻말을 내 걸고
담장을 높이, 높이 쌓습니다.
아이들에겐 거인의 정원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뛰어놀기 좋았지만
들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길에서 뛰어놀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인은 정원을 혼자 바라보며 조용해서 좋았을까요?
아이들이 떠나가 버린 거인의 정원에는 찬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만 계속될 뿐 아무리 기다려도 봄이 오지 않습니다.
담 넘어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지만,
거인의 정원에는 새도 노래하지 않고 꽃도 피지를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담 아래쪽 작은 구멍을 통해 아이들이 정원으로 숨어들어오자
봄도 아이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제야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 왜 겨울만 계속되었는지를 깨닫고,
스스로 담장을 허물어 버리고 아이들이 들어와 노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다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친구로 얻게 된 거인은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느끼며 행복해 합니다.
이 동화가 생각나는 것은 조선 불로거들의 처지가
거인의 정원에서 내쳐진 아이들 갔다는 느낌이 들어서 입니다.
내가 할 걱정은 아닐지 모르지만 조선닷컴의 블로그 폐쇄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조선닷컴이라는 정원에서 노는 블로거를 내치고 나면
당장 유지비는 안 들지 모르지만 꽃이 피지 않는 거인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주제 넘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이 수익이 나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블로거들의 처지가 난감합니다.
인터넷 생태계도 계속 변화하는데
블로그라고 해서 영속할 수는 없는 일인 것도 잘 압니다.
조선닷컴에서도 충분히 검토를 한 후에 결정한 일일 것인데
토를 달아봤자 필요 없는 신경소모라는 것도요.
인터넷에서 보따리를 싸서 이주하는 일은
조선 블로거들이 처음 당하는 불행한 케이습니다.
신문사 마다 수익이 없는 블로그를 폐쇄할 요량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다른 신문사의 케이스를 본 후라면 충격이 좀 덜 했을까?
7월1일 블로그 폐쇄 안내문을 울릉도에서 휴대폰으로 보게 되었는데
나는 비교적 크게 흥분하는 일도 크게 낙담하는 일도 없는
사람인데도 심란하고 아주 불쾌한 기분이었습니다.
정신적인 방어기전이 승산이 없는 일에는 아예 상대를 안 하고
신경소모를 줄이는데 뭐가 이렇게 아쉽고 미련이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위로하길
“뭐 남의 집에 세도 안 내고 10년 이상 살았는데 어쩔 수 없지.”
미련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다가도 뭔가 부당하다는 느낌입니다.
부동산 법에도 "남의 땅이라 하더라도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무과실로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부동산 법하고는 다른 일이지만
10년 이상 특별한 말썽 없이 조선 블로거로 2200건이 넘는 포스팅을 하고 살았으니
이 블로그 공간은 내 것이라고(사유재산 개념) 주장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원하면 보따리는 (포스팅 했던 것) 싸 준다고 하는데
2200건이 넘는 보따리를 싸 들고 어디로 이사를 갈 거며
어디에 가서 이보따리를 풀어 놓을 건가?
그렇다고 보따리에 꽁꽁싸서 장롱에 모셔둘 물건도 아니고…….
살림살이를 옮기는 집 이사 보다 세월이 쌓인 가상공간의 짐이
이런 무게로 다가올 줄 상상을 못했습니다.
이른바 “블로그 난민”이 되었는데 어디로 터전을 옮겨가야 할지
도대체 궁리가 서질 않습니다.
(이미지 구글에서)
동화 “거인의 정원”은 해피앤딩 입니다.
혹시 조선닷컴에서도 블로거들이 놀 수 있도록 담장을 열어놓고
정원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도록 다시 연구해 볼 의사는 없을까요?
해피앤딩을 기대하는 일은 동화가 아닌 현실에선 어렵겠지요?
어디로 가야하나………
순이
벤조
2015-07-06 at 01:11
새 집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내쫒기니까 새로 시작하지 언제 다시 시작해 보겠어요?
해군
2015-07-06 at 02:28
몇달 전부터 조블 운영이 눈에 띄게 엉망이라
포스팅을 접고 있었는데 그래서였나 봅니다
저야 짐이랄 것도 없으니 별 문제 없지만
베스트작가 수니님은 엄청난 양의 짐과
수많은 팬들을 어찌할지 고민이 많겠습니다
데레사
2015-07-06 at 03:55
저는 다음에도 새 방을 꾸몄습니다.
연습삼아 사진이 없는 옛날 글들 (주로 학창시절 뽑혔던 글이지만)을
몇건 옮기고 있습니다.
사진이 있는건 많은 연구가 필요할것 같고, 또 쓰잘데기 없는 글들은
삭제도 하고요.
불쾌하고 분하던 감정도 며칠 지나니 약간은 사그라 드네요.
유료화를 하든지 아니면 다른 사이트에 몽땅 팔아넘기는 방법도
있다고들 하던데 운영진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고요.
그냥 벤조님 말씀대로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채희승
2015-07-07 at 04:15
일따안은 수니님 글 못 읽을까 걱정이 앞서네요.
강한필
2015-07-07 at 06:08
제가 감히 한가지 제언을 올립니다.
네이버나 다음에 조블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수 있는
카페를 개설하면 어떨지요?
계속 블로그를 꾸미실 분들은 네이버나 다음 등으로
이사하시겠지만, 지금의 조블과 같은 공감대를 이어갈수 있는
방안은 카페 운영이라고 여겨집니다.
인회
2015-07-07 at 07:20
http://www.think-tank.co.kr/142
저는 이곳에서 비교분석해보고…
네이버로 둥지를 마련했습니다.
김윤선
2015-07-07 at 14:58
조블이 폐쇄되면 수니님의 일상의 일들을 맛깔스럽게 쓴글을
볼 수 없게 되면 어쩝니까?
어느곳에 둥지를 옮기는지 사전에 공지를 하시어
살아가는 얘기들을 같이 공유하기를 소망 합니다^^*
null
2015-07-08 at 22:13
제마음이 이럴진데 10년이상 글을 써오신 순이님의마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12월까지 따뜻하고좋은글 계속 올려주시고 혹시 이사 가시게되면 제메일로
주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라스베가스에서 항상 응원합니다
필코더
2015-07-09 at 00:45
흔히 신문사는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하지요. 신문사 스스로도 그것을 요란스럽게 앞세우면서 뒤에서는 은밀하게 私利를 추구하는 구조지요. 아무튼 私利가 걸려있을 땐 公器는 작아지거나 사라지지요. 엿을 어떻게 하든 그 것은 엿장수 마음이지만…公器와 私利 사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뭔가 절충방안이 있을법도 한데…전혀 公器답지 않은 모습이 ‘블로그 중단’이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보면서 느껴지는군요. 블로그를 계속 하실려면 이사를 하시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고, 다만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에서 신문사 블로그는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꿈쟁이
2015-07-09 at 08:06
티스토리로 오십시오 오시면 초대장을 드리겠습니다.